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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내 마음이 우울해 법정 스님이 옮기고 쓴 《인연 이야기》를 만났다. 예전에 법정 스님 글 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많이 못 봤다. 《무소유》 본 것 같은데, 볼 때만 그렇지 하고 다 잊어버렸다. 법정 스님은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책을 더는 내지 마라 했다. 그런 말을 남기다니 대단하다. 그 말 따라야겠지. 지금 법정 스님 책은 못 산다. 새 책은 봇 봐도 예전에 나온 책은 남아 있기도 하다. 도서관에. 책이 오래되면 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 책이 산문이 있는 곳에 있을지 알았는데, 종교 그것도 불교 책이 꽂힌 곳에 있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이 불교 설화와 경전에 실린 글을 가려 엮었다.
유대교에는 탈무드가 있구나. 그 이야기 다 모르지만, 언젠가 조금 봤다. 종교 이야기에는 비슷한 것도 있을 것 같다. 불교에서 ‘업’이라는 걸 말한다. 전생에 자신이 한 것이랄까. 지금을 알고 싶으면 전생을 알아보고 다음 생을 알고 싶으면 지금 하는 걸 보라고 한다. 이런 거 보고 사람이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 낸 말인가 했다. 종교가 오래됐지만 사람이 발명한 거 아닌가. 사람은 욕심이나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도 누군가 처음 생각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사람, 철학. 종교와 철학은 하나에서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철학에서 종교가 나왔으려나. 그리고 법. 종교는 시간이 흐르고 과학으로 넘어가는구나.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불교에서는 사람한테 백여덟가지 번뇌가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건지. 여기에는 백팔 번뇌 이야기는 없다. 이건 판도라가 연 상자에서 나온 안 좋은 것들 숫자와 같을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건 맞는 말이다. 이 말에서 비롯한 말은 자신이 한대로 받는다구나(뿌린대로 거둔다). 전생에 남한테 안 좋은 일을 했다면 지금 그걸 그대로 받는단다.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내가 전생에 한 잘못 탓인가. 좋은 일은 좋은 일로 돌아오고. 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믿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삶은 지금 한번뿐이다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깨달음을 얻으면 전생을 알기도 한다. 그건 그저 이야기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여기 실린 이야기 되새겨 볼 만하다. 자신이 뿌린대로 거두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게 지금 삶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니. 그건 좀 싫다. 그렇다고 지금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건 아니다. 남한테 나쁘게 하기보다는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남한테 잘못하는 게 바로 자신한테 돌아오지 않아도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살았을 때 복을 짓고 덕을 쌓으면 자신과 상관있는 사람한테도 좋을 거다.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도 남을 도우면 기분 좋지 않나. 운을 모은다고 한 사람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거 보고 나도 운을 모아야겠다 했는데 잊어버렸다.
누군가 자신한테 한 나쁜 일을 그대로 돌려주려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부질없고 덧없는 일이다. 받은대로 되돌려주면 그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이런 게 인연(因緣)이구나. 안 좋은 인연보다 좋은 인연을 만드는 게 더 좋겠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늘 걸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지구에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건 언젠가 죽는다. 죽음이 슬프기는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지. 아직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아니 내 죽음은 그럴 것 같은데. 남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가끔 우울하지만, 그 우울함을 떨쳐내려 해야겠다.
희선
☆―
“불법(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법)이란 그 뜻이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며 깨닫기도 어렵소. 그것은 하나의 보시로 얻을 수도 있지만, 백천의 보시로도 얻기 힘든 경우가 있소. 그러므로 불법을 바르게 깨달으려면 먼저 이웃에게 여러 가지로 베풀어 복을 짓고, 좋은 친구를 사귀어 많이 배우며, 스스로 겸손하여 남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하면 훗날 반드시 깨달음을 얻을 것이오.” (22쪽)
조금 아는 것이 있다 하여
스스로 뽐내 남을 깔본다면
장님이 촛불을 든 것과 같아
남은 비추지만 자신은 밝히지 못하네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