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223/pimg_7987151333680544.png)
이번에 만난 《계절 산문》은 박준 두번째 산문집이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나오고 몇해 만일까. 그런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작가 책은 나오면 나오는구나 한다. 박준은 시인이구나. 이름도 시인 같다. 한번 들어볼까 하다 듣지 못한 라디오 방송도 진행했다. 지금도 하려나. 이 책을 보니 그 방송 글도 썼던가 보다. 나도 잘 모르지만 시인이면서 라디오 방송작가도 한 사람 좀 있을 거다. 이병률 시인, 허수경 시인. 시인 아니 글쓰는 사람은 텔레비전 방송보다 라디오 방송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요즘은 팟캐스트 하는 시인도 있구나. 그런 게 있다 해도 못 듣지만. 라디오 방송도 지방에 살아서 듣지 못한다. 들을 수 있는 것만 듣는다. 지금도 라디오 방송 듣지만 어렸을 때만큼 듣지는 않는다. 텔레비전 보면서는 다른 거 못하지만 라디오 들으면서는 여러 가지 할 수 있다. 책 볼 때는 조금 어렵지만. 이 말 처음 하는 게 아니구나. 박준이 하는 라디오 방송은 못 들었지만, 몇해 전에 두번째 시집이 나왔을 때 라디오 방송에 나온 건 들었다. 시집이 아니고 산문집 나왔을 때였던가.
첫번째 산문집 보면서도 산문이 시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시인이 쓰는 산문은 거의 그렇던가. 시인이 쓴 산문 많이 봤는지 조금 봤는지. 여러 권 보기는 했는데. 얼마전에는 안희연 시인 산문집(《단어의 집》)을 만났구나. 박준 글을 보면서는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처럼 쓴 산문을 보고. 잘 쓰지도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날마다는 아니어도 그날 그날 생각하고 쓰는데. 생각해뒀다 쓰는 건 아주아주 가끔이다. 생각해도 끝내 못 쓰기도 한다. 이런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쓰다니. 재미없다 해도 읽어볼 만한 걸 써야 하는데. 언젠가는 그냥 재미없어도 쓰자고 한 것 같다. 재미없어도 쓸 게 있으면 좋겠다. 쓸 게 없네, 쓸 게 없어.
여기에는 일월 산문부터 십이월 산문까지 담겼다. 그건 그 달에 느낌을 적었을까. 언젠가 나도 그런 걸 쓴 적 있지. 박준은 어릴 때부터 잘 울었단다. 갑자기 이걸 쓰다니. 잘 울면 어떤가. 하나도 울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실컷 울어도 나이를 먹으면 울음을 삼켜야 하지. 아니다, 나이를 먹고 울어도 된다. 남이 안 보는 데서 울면 되잖아.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면 눈물이 나기도 하지. 그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다. 누군가한테 안 좋은 말 들어도 울고 싶던가. 그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나 해서겠지. 그때뿐 아니라 내가 잘못했구나 할 때도. 눈물이 아픈 마음을 조금 낫게 해주는 걸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생각난다. 맞다.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도 울어야지.
박준한테는 누나가 있었다. 이 책을 보니 박준보다 두살 많았던가 보다. 지난번에도 봤을 텐데. 박준 글을 보면 어쩐지 슬프기도 하다. 부모님 옆집 개 이야기도 슬펐다. 가끔 박준이 가서 물이나 먹을 걸 주기도 했는데. 개가 무섭기는 한데, 강아지가 줄에 묶인 걸 보면 안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건 예전에 느꼈던 거구나. 사나운 개를 묶어두지 않아 그 개한테 물린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그런 개는 무섭다. 슬픈 개에서 무서운 개로 넘어가다니. 언젠가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흙이 무너져 거기에 묻힌 새끼를 어미 개가 살려달라고 한 게 생각난다. 그 강아지들 지금도 잘 지낼까. 별게 다 생각나다니.
앞으로도 박준은 누나 이야기 쓰겠지. 글을 쓰는 게 잊지 않는 거겠다. 박준 누나는 누군가 기억해줘서 좋겠다. 이런 걸 부러워하다니. 그러고 보니 여기엔 허수경 시인 이야기도 나왔구나. 박준은 허수경 시인을 선배라 했다. 독일에 사는 허수경 시인한테 돌절구를 보냈다 한다. 그런 걸 보내다니. 단단해서, 단단하게 살라고. 허수경 시인이 박준 첫번째 시집에 글을 썼던가. 별 말 하지 않았던 편안했던 선생님도 있었다. 내가 말을 잘 안 해서. 나는 말하지 않는 걸 편하게 여기지 않아서 다른 사람도 그런 나와 있으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말 안 하면 어떤가 싶지만. 난 다른 사람이 하는 거 듣는 게 더 편하다. 말을 잘 못해서.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고, 어떤 때는 말이 정리가 안 돼서 이상해지기도 했다. 말도 연습을 해야 조금이라도 잘 할 텐데, 박준은 말 잘 못한다고 했는데 나보다 잘 하는 것 같다. 박준은 식구나 친한 사람한테는 말 잘 한다고 했구나. 난 식구나 친구한테도 말 잘 못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야지 어떡하나.
친구 이야기와 누군가와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에 갔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박준 혼자였던 적도 있구나. 누군가를 생각하고 어딘가에 가기도 했다. 작가는 언제든 글을 생각할까. 박준 글을 보고 나도 여러 가지 글 써야겠다 생각했다. 앞에서도 한 말이구나. 박준처럼이 아니고, 내가 쓰고 싶은대로 써야겠다.
희선
☆―
세상 끝 등대 4
불행이 길도 없이 달려올 때
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려주었지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