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내고 남은 이의 슬픔은 안당해 본 사람은 그 깊이를 알지 못한다. 가까이에서 느끼기에도 친정엄마의 슬픔을 보면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두 해를 얼마나 깊이 그리고 아프게 앓으셨던지 고혈압으로 바뀌어 약을 드시게 되었고 심한 독감에 걸려 한참을 앓으셨으며 한동안 밥도 제대로 드시지도 못했다.그렇게 두어해 앓으시고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면 겨우 예전 일도 그리고 사진도 꺼내 보실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에게는 아버지의 부재는 낯설고 큰 아픔이고 설음이다. 그런 엄마 앞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젠 농담처럼 꺼내어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이 다행이다 싶지만 아버지가 가시고 엄마는 더 빨리 그리고 더 깊게 종착역을 향해 달리기를 하신 듯 보인다.

 

여기 오베라는 59세의 남자 또한 아내를 소냐를 잃고 그 슬픔의 빈공간을 메우질 못해 날마다 자살을 행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마무리를 해 놓는다.차를 정비하고 집을 수리하고 마지막 가는 길에 무엇을 입고 갈지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마지막 남겨져야 할 자신의 집에 해가 되진 않는지 늘 죽음을 행하면서 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하지만 오베가 사는 곳의 이웃들은 그가 생각하는 시간안에 소냐 곁으로 가게끔 놓아두지 않는다.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일을 남보다 철두철미하게 잘해내는 아버지 밑에서 그 또한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답습하듯 성장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겨 준 유일한 집과 차,사브를 무엇보다 아끼고 기름칠을 하고 고치면서 자신만의 겉으로 만들지만 화재는 그의 집을 빼앗아 가고 유일한 낙으로 남게 된 차만 남게 된 그에게 아버지 직장을 물려 받 듯 그 또한 그곳에서 그만의 방식과 규칙으로 반듯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주변인들은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정의란 정말 있는 것인가.누군가는 오베가 정직하면서 성실하다는 것을 알아주어 그가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빈공간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다가 소냐를 만나게 된다. 책과 고양이 아버지를 좋아했던 소냐,그녀를 만나기 위해 한달여 동안 자신의 길이 아니면서도 오로지 그녀를 보기 위하여 그녀 주변을 방황하듯 했던 오베에게 소냐는 분홍꽃다발처럼 인생의 불을 환하게 밝혀준다.

 

'자기가 직접 마룻바닥을 깔거나 습기 찬 방을 개조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아무런 미덕도 아니었다.나가서 다 돈으로 살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가족만 이루고 산다면 남부럽지 않을 인생이 되었을터인데 교통사고로인해 아이도 잃고 소냐는 살아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장애를 입고 그의 곁으로 다시 돌아 와 예전과 똑같은 시계바늘처럼 움직이는 삶을 시작한다.하지만 난관은 어디에나 그를 향해 도사리고 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와 싸워야 했고 장애인이 된 소냐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설보충을 하는데도 늘 하얀 셔츠들과 싸워야 했다.자신의 부엌을 개조하는데도 구청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소냐의 휠체어 높이에 맞게 고쳐야 했고 자신의 집이 있는 동네에서는 친구인 루네와 함께 거주자들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 지키려 노력하며 살았던 오베.하지만 이젠 늘 그와 옥신각신하며 싸웠던 루네도 자신의 과거를 잊어 가고 있고 곧 시설로 옮겨질 형편이다. 보호자가 잘 돌보지 못한다고 하여 요양시설로 옮겨져야 하는 루네,그런 친구와 오랫동안 왕래도 끊고 대화도 없었는데 앞집에 배불뚝이 임산부와 그의 가족들이 이사오면서 오베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소냐를 묻었던 그 순간 이후로.

 

날마다 자살을 꿈 꾸던 남자 오베는 다시 이웃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점점 소냐를 부재를 잊어가듯 그의 자살에도 유예시간이 생겨난다. 트레일러 하나도 후진하지 못하고 사다리에서 떨어진 남자 때문에 임산부에게 운전연습을 시키는가 하면 주차구역이 아닌데도 차를 끌고 들어오는 하얀셔츠의 남자를 골탕먹이는 일 또한 오베가 전문이다. 그만큼 이 동네에서 모든 일에 나서서 슈퍼맨처럼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그만큼 자신의 삶에 질서가 있던 사람이었고 소냐가 살아 있던 시간에는 이웃들과 부딪히기는 했어도 대화도 오가고 동네일을 나서서 처리하고 해결했던 오베였다.소냐의 부재로 인해 모든 것에 문을 닫게 된 그에게 자살이란 빨리 소냐 곁으로 가서 소냐의 따뜻함을 나누는 것이다.그런 그에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잠시 유예의 시간을 이웃의 불평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면서 다시금 예전의 오베로 돌아가는 따뜻한 남자,그가 정말 자살할 수 있을까.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 갈 수 없다.'

 

오베는 누구보다도 소냐를 사랑하였고 소냐의 빈자리를 채워 줄,슬픔을 나누어 줄 이웃이 필요했다.소냐의 죽음으로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어 준 이웃들,그들로 인해 그의 남은 시간은 정신없이 간다.바쁘게 살다보면 슬픔을 기억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잊혀지고 다시 삶의 희망을 찾게 된다.소냐가 좋아했던 꽃을 사들고 묘지를 찾는게 전부였던 그에게 날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이웃은 다시 그를 살게 만드는 활력소가 되어 주는 동시에 소냐를 잃는 슬픔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하지만 그는 늘 소냐의 곁으로 가고 싶다.오베라는 남자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소냐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일 행복했다. 만약에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그들에게 아기도 태어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그만큼 소냐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을까.자신만의 규칙대로 움직이는 남자에게도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니 심장이 문제였다. 그래서였을까 누구보다도 더 따뜻한 심장을 가진 남자 오베,그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가온다.

 

'그녀라면(소냐) 이 정신 나간 임산부와 그녀의 말도 안 되게 제멋대로인 가족이 오고 나서 벌어졌던 일들을 사랑했을 것이다.엄청나게 웃어댔을 것이다. 맙소사. 오베는 그 웃음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랐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에서 오베라는 남자의 삶은 결코 간단하게 읽혀지지 않는다. 그 시간을 살고 있고 우린 하루 하루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삶이라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하지만 오베의 마지막은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고 사후 누구보다 존경할 가치가 있는 이름으로 거듭난다. 마지막을 준비했던 남자답게 그 뜻을 높이 받들어 파르바네는 오베와 소냐의 이름을 오래도록 빛이 나게 한다.누구보다도 더 얼간이 같다고 생각했고 오베의 자살에 균열을 만들어 주었던 앞집의 얼간이 가족이 소냐가 없는 오베의 마지막 삶을 행복,아니 슬픔의 늪에서 빠져 나와 사람과 사람끼리 어우려져 살게 만들어 주니 오베에게는 앞집 가족이 삶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누군가의 삶을 조명하며 그 사람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아니 누구보다 잘 살았다고 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자리라더니 아무도 오지 않고 그저 소냐의 곁에 묻히기만을 바랐던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많은 이들이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자리를 빛내 주었다.정말 잘 살았다.그가 어린시절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것으로 했다면,친구의 모략에 맞서서 싸웠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오베라는 남자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수 있다.교통사고로 아이도 잃고 소냐도 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멀리서 보면 그의 인생은 희극이라는 것을 소설을 읽으며 알 수 있다.한 해의 마지막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 왔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그래도 오베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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