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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ㅣ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가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스페셜 콜렉션은 한 권 손에 잡으면 다른 책을 얼른 들고 읽게 만든다. <딸은 딸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 <장미와 주목> 그리고 이 책 <사랑을 배운다>를 읽고 <두번째 봄>까지 읽었다.필명으로 발표한 작품들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처럼 좀더 저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여자로 엄마로 그리고 작가로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 중에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이라는 무게의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자신의 사랑은 포기하 듯 살아가는 로라,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 올까.
'찰스가 죽자 로라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었다...' 부모의 사랑이 모두 오빠인 찰스에게 향하고 있어 늘 로라는 있어도 없는 듯 표가 나지 않는 아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 로라의 친구가 되어 준 것은 옆집에 살고 있는 존 밸독,그는 로라에 대하여 너무도 깊숙히 그녀의 내부에 들어와 본 것처럼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 듯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해준다.소아마비로 찰스가 죽고 자신에게 부모의 사랑의 화살이 날아오나 기대했건만 그 화살은 다시 자신의 여동생인 셜리에게로 향한다. 셜리는 죽은 찰스와 똑같은 눈동자의 색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향하던 사랑을 다시금 빗나가게 했다.어린 마음에 여동생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던 로라,그녀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라도 하 듯 화재사고가 나고 그녀는 어린 동생을 화재속에서 구해내며 증오는 사랑으로 바뀌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는가 했는데 부모님이 비행기사고로 모두 돌아가시게 되어 열네살에 세살 어린 동생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로라의 어깨엔 사랑이란 무게의 짐이 내려 앉았는지도 모른다.
"그 아이가 불행해지는 게 뭐가 대수지? 많은 사람이 다 그러고 산다. 불행을 견뎌야지. 다른 모든 것을 견뎌야 하는 것처럼. 세상을 헤치고 살아가려면 용기가 필요해. 용기와 유쾌한 마음."
자신의 사랑은 포기하고 오직 셜리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살 듯 여동생 셜리의 부모로 언니로 생을 이어가는 로라,그런 로라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셜리가 반듯한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언니로 성장을 한다. 언니가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있어도 셜리는 그런 언니에게 사랑을 찾거나 언니만의 삶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기대며 장애의 삶을 살아야 하는 헨리까지 짐으로 얹어 놓게 된다.존 교수는 로라에게 늘 곁에서 현실을 바로 보라는 이야기를 해 주지만 자신에게서 셜리를 빼아아 간다고 생각하고 미워했던 헨리가 자신의 책임인양 그 모두를 떠안으며 힘든 시간들을 이어 가던 중 헨리가 죽음에 이르고 셜리는 그녀에게 향했던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안주하게 된다. 하지만 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두번째 결혼에서 안정을 찾는가싶었는데 갑작스런 그녀의 죽음,그리고 로라에게 찾아오는 뜻 밖의 사랑.
로라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사랑이라는 짐을 어떻게 봐야 하나.가끔 주변에서 '누구라는 이유로...' '...을 못했다' 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정말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이유가 될까.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로라처럼 죽은 오빠인 찰수를 견제할 수도 있지만 여동생 셜리까지 자신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다. 부모가 없다고 형제가 없다고 자신의 삶까지 포기하며 여동생만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런다고 그녀의 삶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셜리의 인생은 셜리의 삶이고 로라는 로라의 삶을 살아야 한다.늘 곁에서 충고를 아까지 않았던 존 교수의 말을 들었다면 그녀의 인생이 변했을까.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랑을 짐이라 생각하며 짊어지고 가는 로라보다는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 사랑에 촉수를 담그고 한번 빠져보는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이라 생각을 한다.어쩌면 사랑도 배워야 하는 삶의 일부분인 것처럼 이제 막 2막을 시작하 듯 시작된 사랑의 시작으로인해 로라의 삶은 가득차게 끝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