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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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이란 뒤돌아보면 '시작'이라는 말이 될 수 있다.땅끝마을에 가족나들이를 가서 여기가 끝인가 했는데 뒤돌아보니 다시 시작을 해야할것만 같은 아니 우린 다시 시작을 하고 있었다.두 딸이 혹독한 사춘기를 치루던 대입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부모의 욕심을 내세운 공부의 길을 강요할 것인지 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게 해야할 것인지 옆지기와 의견차이가 있었다.딸들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살아 왔기 때문에 미래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할 수 있는 길로 가길 원하는 것이 부모의 생각이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자신안에 있는 '꿈'을 향한 선택을 하고 싶다고 했다.갈등이 무엇이 필요할까? 본인들이 이미 선택을 했다고 하는데.어쩌면 자신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보다 어쩌면 나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꿈을 향해서 갈 수 있는 길로 가라고 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보라고 했는데 처음엔 자존심의 문제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저희들이 선택을 잘했다고 한다.한참 친구들이 방황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모가 등 떠민 곳으로 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한다.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증거일테고 그만큼의 나름 꿈을 찾아가는 길을 찾았다고 본다.늘 내게도 그렇지만 딸들에게도 '가슴 뛰는 일'을 향해 가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가 늘 의문이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길이에요. 저는 길을 좋아해요."

 

<이런 이야기>의 알레산드로 바리코는 이탈리아 작가이다. 낯설기도 하지만 이탈리아문학작품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읽다보니 빠져든다. '길', 꿈이라 할 수 있는 저마다 가슴에 간직한 '길'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이야기라 할 수 있고 아버지 로베로와 아들 울티모가 자동차와 자동차경주를 할 수 있는 서킷에 대한 꿈을 향하여 나아가는 인생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소설을 읽다보니 흑백영화로 보았던 안소니 홉퀸스 주연의 영화 <길>이 생각나기도 했다. 잠파노와 젤소미나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불협화음에서 잠파노의 잘못인해 젤소미나가 잠파노를 떠나게 되기도 하고 죽음에 이른 후에 그녀가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를 느끼는 영화였었나.젤소미나가 작은 북을 두드리며 걷던 그 길이 소설 속에서 울티모가 상상하는 그 길로 이어지는 느낌은 무엇인지.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아무리 자신 안에 많은 길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현실에 끄집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리베로는 자신의 형의 힘든 현실을 보고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하여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다.목장의 소를 팔아 버리고 멀리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자동차를 자신 인생안에 들여 놓은 것이다. 그것을 자신 뿐만이 아니라 아들인 울티모와 늘 함께 하지만 울티모는 아빠처럼 자동차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길'에서 자신의 인생을 본다.

 

'그 길들 가운데 하나가 내 아버지를 좌절시킨 날, 나에게서 길들이 사라져버렸어요. 그날 이후로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보이는 것이라곤 그저 모호한 형상들뿐이었죠. 삶 자체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서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낱 불투명한 안개가 아닌 어떤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거기 카포레토에서 일체의 확신이 멎어버린 공회전 상태,모든 길들의 완전환 소멸을 경험했어요.

 

그들이 사는 곳은 시골이라 할 수 있는 곳이라 자동차를 구경하기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리베로는 목장이 있던 곳에 정비소를 차린다.그런 그들에게 백작이 찾아오고 백작은 울티모와 그의 가족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보듯 한다. 백작은 울티모가족에게도 희망과 같은 존재로 거듭나기도 하여 백작과 리베로는 함께 자동차경주에 나가게 된다. 그들이 함께 자동차경주를 나갔던 날은 울티모 엄마가 임신한것을 알게 되었던 날이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그들은 자동차경주에 나서게 된다.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백작이 사고로 죽게 되고 리베로는 살아 남았지만 불구가 된다. 아버지가 소를 팔고 정비소를 차릴 때에도 자동차경주에 나갈 때에도 무언가 희망이 보일 듯 했지만 그들의 희망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고 울티모는 카포레토 전투에 나가게 되고 전쟁에서 친구의 배신이며 자신의 꿈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을 보게 되고 미국으로 간 그는 엘리자베타와 피아노와 관계된 일을 하며 다닌다. 자동차정비가 아닌 피아노를 조율하고 팔고 꿈과는 먼 일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엘리자베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가 받아 들여지지 않아 떠나게 된다.

 

'내가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부모들에게 자녀들의 꿈을 보는 눈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녀들의 꿈을 보지 못한다. 나쁜 부모라서가 아니라 그냥 보지 못하는 것이다.

 

엘리자베타,그녀는 어린시절에 짝으로 정해지듯 한 인물과 결혼을 하여 부유하게 살지만 남편이 죽고 난 후에 울티모를 찾아 나서게 된다.아니 울티모와 함께 하는 동안 그가 말해주었던 '서킷'에 대한 것을 잊을수가 없다. 그는 분명 자신이 꿈꾸고 설계한 서킷을 꼭 어딘가에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버지와 백작 그리고 자동차경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도 했지만 울티모는 늘 '길'에 대한 생각과 그림을 늘상 그리고 있었던것을 알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꿈을 어딘가에서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것이 고향 근처일까 하고 찾아가 보지만 부모님도 그곳을 떠나 살고 있고 자신들과의 꿈에서 멀어져 있지만 리베로는 자동차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울티모는 그녀와 헤어진 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어릴적 자신의 꿈과 그림을 그리고 난 후 어른이 되서 보면 그 그림의 자신과 비슷하게 닮아 있거나 근접해 있다고 한다. 과정은 어떨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른 후에는 자신이 어릴적 그렸던 그 꿈에 비슷하게 다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티모는 항상 자신만의 '길'을 그리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 '길' 위에서 있을까?

 

"가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가볼 만한 길,그녀는 그런 길들 가운데 하나였어요."

 

울티모에게는 그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지만 백작이 남겨준 어마어마한 유산이 있다. 그 유산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면 더 빨리 쉽게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울티모는 그 유산을 건드렸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백작의 아들을 자신의 아우로 받아 들이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서킷을 그에게도 나누어주듯 한다. 그가 서킷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백작의 죽음도 있었고 아버지의 자동차사고 엘리자베타와의 만남과 이별도 있었으며 전쟁도 있었다. 쉽게 자신의 길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에 그는 자신의 길을 분명 수정해 나갔을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남다르게 보았던 길에 대한 애착이 서킷이라는 꿈으로 자리하면서 죽음에 이를수도 있는 전쟁이나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길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서킷을 만들어내고는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엘리자베타는 그가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길'을 찾기 위하여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찾아내지만 흔적이 많이 지워져 있다.하지만 완벽하게 복원을 해 자신이 한번 그 길을 달려본다. 그리곤 그것은 울티모의 길이기 때문에 다시 그 서킷을 부셔버리듯 하다. 타인의 꿈이 자신의 꿈이 될 수 없기도 하지만 그녀가 원한 것은 서킷이 아니라 울티모였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다.

 

"그건 한낱 서킷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에요."

......

"당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 가운데 하나를 선물하는 거에요."

 

얼마 살지 않은 삶이지만 지금도 이 길이 내가 꿈꾸던 길인지 잘알지 못한다.그런가하면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자식은 부모의 삶을 보면서 닮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고 난 후에 알게 된다.리베로와 울티모의 인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이 되어 있고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은 만나는 듯 하다가 다시금 서로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아버지 리베로는 울티모에게 어떤 꿈을 강요하거나 서두르지도 않는다. 자신이 자동차에 심취했듯이 그가 길에 빠져 있음을 알고 있고 엘리자베타와 어긋난 삶이었지만 그들이 서로 좋아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하지만 둘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인생임을 서로는 안다.아버지와 아들의 삶은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아 있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인생'과 '꿈' 에 대한 이야기라 볼 수 있는 바리코의 소설은 우리네 삶을 보는 듯 하여 지루하지 않고 낯선 작가이지만 이 작품만으로도 그를 기억할 수 있을 듯 하다. 삶이란 무어라도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을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어떻게 살아도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누구나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그렇다고 모든 길을 다 가볼 수도 없기도 하지만 쉽게 오른 정상은 또 쉽게 내려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한번의 성공보다는 몇 번의 실패를,결과보다 과정을 더 값지게 생각을 하기에 울티모의 길을 더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살아가면 어떻게 평탄한 길만 원할 수 있을까.'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반환점에 다가온 나이가 되다보니 친구들과 가끔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늘 주머니가 가볍다고 걱정할 것이지만 그와는 조금 거리가 먼 마음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서일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늘 무언가 이루려는 꿈은 잃지 말고 살아가자고 생각을 한다. 울티모를 힘든 전쟁 상황에서도 버티어내게 한 것은 가슴에 간직한 '꿈'일 것이다. 자식을 키워 오면서 어느 순간 나 또한 자식에게 부모의 꿈을 강요하며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딸들은 엄마는 늘 자신들의 편이었다고 말해주는 것이 고맙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늘 자신에게 '내편'이 있고 '내꿈'을 응원해줄 이가 있다면 더 자신감이 생긴다. 비록 울티모가 가족과 가까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아버지가 혹은 어머니가 자신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부모는 자식의 꿈을 지지만 해줘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한번더 느껴본다.그리고 또 한사람 엘리자베타라는 여인이 그의 꿈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울티모에게는 대단한 응원이다.울티모의 길을 따라가며 잠시나마 내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되는 소설이었다. 지금 제대로 내 길을 가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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