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뒷산 산행에서 미끌 미끌 하더니 다리가 더 아픈것이다.그래서 일어나봐서 아프지 않으면
산행을 가고 아프면 가지 못할 것이라 말을 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아픈 듯도 하고 얼른 일어나자마자 찜질부터 하고 몸을 움직여 주었다. 빨리 풀어줘야 산에 갈 듯
하여 움직이고 있는데 옆지기가 상가집이 있어 오전에 다녀온단다.일찍 산행 다녀온 후에 무얼 해도
낫지 않냐고 계획했는데 전날 저녁에 상가집이 있다고 문자가 들어 왔으니 계획 수정하여 오전에 다
녀오고 바로 산에 가기로 했다.내 다리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게 영인산에 가기
로 했다.그것도 오를 수 있는 곳까지만 가기로 했다.너무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니 아쉬워
내 몸이 우선이라 생각을 했다.
각시붓꽃
생각보다 상가집에 가서 일찍 온 옆지기,늘 저녁 시간에 가서 늦게 오다가 아침 일찍 상가집에 가
니 이상한단다.그래서 밥도 먹지 않고 그냥 온 옆지기,난 혼자 아침 먹었기에 그를 위해서 달걀을
얼른 삶았다. 그리고 오이도 준비하고 그가 커피를 타서 보온병에 담고 그렇게 산에 갈 준비를 했
다.가는 길에 김밥 두줄을 사서 가는 길에 한 줄은 그가 먹고 한 줄은 그냥 가방에 넣어 가져 갔다.
영인산임시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에 온 산행객들 차로 꽉 차 있다.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는 오르는데 벌써 공기부터 다른 것이 정말 좋다.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천천히 야생화를 찾으며 가
는데 와우~ 각시붓꽃이 많다.얼마나 이쁜지.울집 뒷산에는 각시붓꽃이 이젠 지는 시기인데 여긴
숲이 더 우거져서인지 활짝 펴 있다.그것도 나무 밑에를 잘 살펴 봐야 보이니 더 이쁘다. 여기저기
각시붓꽃을 찾아 이쁘다고 하며 내가 사진을 찍으니 옆지기도 찍는다. 이렇게 각시붓꽃만 보는 것
도 이쁘다.오늘 산행은 기분 좋게 시작이다.
각시붓꽃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 군락
애기나리
새집
모르면 보이지 않고 찾지도 않게 되는데 알면 더 보이고 더 찾게 된다.옆지기에게 야생화를 알려
주었더니 그도 나처럼 길이 아니라 숲으로 들어가 찾으며 다닌다.그러다 각시붓꽃도 많이 찾고
새집까지 발견하게 되었다.새집에 혹시나 알이 있나 살금살금 가보라고 했더니 없다.빈집이다.
벌써 새끼를 성장해서 날아간 것인지. 암튼 그덕에 더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고 각시붓꽃만 보다
가 [홀아비꽃대]를 만났다.얼마나 반가운지.본지 오래된 듯.올라오며 보니 이곳에도 [남산제비꽃]
도 있고 [애기나리]도 많고 [은방울꽃]도 군락지를 이루고 있고 볼 것들이 많다.하지만 야생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그냥 오르고 내리고...난 그런 산행을 정말 싫어한다.소나무를 지나치면 표피
를 보면서 만져 보고 느껴보기도 하고 잠시 멈추어 서서 나무를 지나는 바람소리도 듣고 새소리도
듣고 야생화도 가시에 찔려가며 가서 봐야 한다.그래야 정말 산행을 한 기분이 드는데 그냥 길따라
가면 정말 재미가 없다.
식물원 뒤로 상투봉이 보인다.. 식물원은 꽃동산~~^^
우리가 지난번 봄인지 가을인지 산행을 왔을 때 이곳 길 나무계단 공사를 하고 있었다.아저씨들이
정말 고생을 하시던데 봄이 되니 이렇게 멋진 길이 완성이 되었다.와우~ 이런 생각도 못하고 왔
는데 선물을 받은 것처럼 정말 이쁘다.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식물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뒤로 보이는 상투봉의 그림이 정말 멋지다.그리고 식물원에는 날이 좋
으니 사람들이 많은지 무척 시끄러운 소리... 그래도 그게 모두 다 가족이 함께 하는 소리니 그저
음악처럼 들린다. 한곳은 이렇게 봄을 즐기느라 아우성인데 진도에서는 바다에 갇힌 자식들 때
문에..ㅜㅜ 미안하기는 하긴 하다. 미안함에 조금 자제를 하려해도 봄이 너무 이쁘다. 화려한 색으
로 한껏 치장을 한 영인산의 봄이 정말 아름답다. 다리가 아파서 여기까지도 오지 못할 줄 알았는
데 정말 다행이다.오며 쉬고 쉬고 정말 천천히 오르기도 했지만 오는 길에 게속적으로 야생화를
찾느라 더 상기해서 아픈것도 몰랐나보다. 암튼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정말 대견하다.상투봉은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하고 그냥 식물원에서 여장을 풀었다.늦은 점심겸 쉬며 구경하다 내려가기로
했다.
봄구슬붕이
상춘객들이 많아서 자리가 없는 듯 했는데 편백나무가 있는 곳에 평상이 하나 남아 있다.얼른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아픈 다리도 쉬고 늦은 점심겸 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오이도 그리고
삶은 달걀도 먹으며 영양보충을 했다. 먹고 쉬니 에너지가 완전하게 채워진 듯 정말 기분이 좋았
다. 점심을 먹는데 식물원 연못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리고 개구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소리
그리고 봄을 느끼는 이들의 즐거운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간단하게 챙겨온 점심이 그래도 요긴
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기운이 나서 상투봉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리가 아프니 계단이기도
하고 욕심내지 않고 그냥 식물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천천히 내려가자 했다.식물원을 한바퀴 도는
것도 시간이 걸릴 듯.사람들도 많고.
꽃복숭아..만첩홍도 였던 듯...
무릉도원이 따로없다.이곳이 무릉도원인 듯..멀리서 보았을 때 빨갛게 단풍든 것 같더니만 가까이
와보니 와우~~정말 이쁘다.꽃복숭아..우리 시골집 화단에도 꽃복숭아가 있는데 이거와는 약간
다른 나무인 듯 한데 꽃은 똑같다.정말 이쁘다.하나가 있어서가 아니라 모여 있어서 더욱 이쁜 꽃
복숭아밭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우리도 들어가서 잠깐 그 흥을 즐겼다. 빨간 꽃과 파란 하늘이
정말 이쁘게 잘 어울리는 날이다.이곳까지 오길 정말 잘했다.
목련이 한창일 때 왔으면 이뻤을 영인산식물원..갖가지 목련이 심어져 있다.늦게 피는 것들만
그래도 조금 남아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아직 목련나무가 그리 크지 않아 탐스럽다기 보다는
여러종류의 목련을 볼 수 있는 정도로 즐길 수 있는,그래도 꽃이 있고 식물원이 있어 영인산이
더 찾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게 되었다.예전에는 휴양림과 눈썰매장만 찾았는데 이젠 산행을 오
면서 산도 즐기고 식물원 구경도 하게 되서 정말 좋다. 다음엔 꼭 딸들과 함께 와서 이 멋진 풍
경을 볼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이 상쾌한 공기와 봄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서 보내주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니 사진 몇 장만 보내주었더니 시험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무료함을 달래주었나 보
다. 엄마 아빠는 이렇게 멋진 자연과 봄을 즐기고 있는데 갇힌 공간에서 있는 녀석들에게 미안
하고 안쓰럽고...
영인산 식물원 화장실 앞에 심어져 있는 나무인데 아주 작은,콩알만한 것들이 달려 있어서보니
오마나 이쁜 꽃이다.. [매자나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신식물이란다.가만히 들
여다보면 꽃이 정말 이쁜데 정말 작다는.. 일부러 들여다봐야 보일정도의 꽃인데 아름다움이 숨
겨져 있다는 것,오늘 매자나무라는 것을 하나 알게 되었다.
오르면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식물원에서도 즐기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른 이들은 벌써
돌아간 후지만 우린 여유롭게 즐기기로 했다. 하산길에는 다리가 아프니 좀더 조심조심,서두르지
않고 내려가기로..그렇다고 하산길이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능선을 타는 곳이라 오르
막과 내리막이 적당하게 있고 흙길이고 숲길이라 좋다.서해바다에서 불 온 바닷바람이 산바람이
되고 꽃바람이 되어 더없이 시원하게 해주어서 기분 좋게 하산 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무
릎에 아대를 하고 내려왔더니 그래도 조금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마음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워서 몸도 마음도 가볍게 산행했던 것 같다. 거기에 늦은 점심까지 넉넉하게
챙겼으니 더없이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었고 다리에 무리없이 욕심을 내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정말 기분 좋은 산행을 했다. 오월에도 시간여유가 되면 다시 와봐야 할 듯한 영인산이다.
2014.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