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루가 다르게 연두빛으로 갈아 입는데도 산에도 못가고 집안에 콕 박혀 있다가 괜히 냉
가슴 앓고 있는 듯 하여 모든 것 뒤로 미루고 물 한 병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아침에 일찍 갔으면
더 좋을텐데 늘 가다보면 점심 시간쯤이다.정말 어정쩡한 시간인데 그래도 그 시간에 꽤 사람들이
많다는 것,주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 산을 오르는 분들도 있고 주변 주민
들도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이웃 줌마와 손잡고 나온 분들도 보이고.하지만 난 혼자 씩씩하게
스틱하나 챙겨 들고 간다. 좋아하는 음악 챙겨 이어폰 꽂고 가다보면 그 맛도 좋다.
애기똥풀
각시붓꽃
노루발풀
별생각없이 산에 왔는데 와우~ 정말 보물을 만난 듯한 기분이다.정말 기분 좋다. 각시붓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아가배나무 꽃도 피어 있고 애기똥풀도 피고 정말 온갖 꽃들이 다 피었나보다. 각시
붓꽃은 잠깐 피기 때문에 철을 잘못 맞추면 보지 못하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더 미루지 않고 산에
오길 잘했다. 집안에 있으면 이런 자연의 경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해마다 되풀이되는 계절이지만
늘 새로우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나무마다 새 잎이 연두빛으로 돋아 난 것도 정말 이쁘기만 하다.
각시붓꽃
각시붓꽃,이름처럼 정말 이쁘다.왜 사람들은 이렇게 이쁜 꽃을 펴다보지도 않고 다니는지. 이 꽃
이 보이지 않아보다.내가 사진을 찍으면 뭘 하고 그냥 쳐다보다 간다. 나는 이 꽃을 본것만으로도
정말 좋은데 꽃이 피었는지 이름이 뭔지도 관심이 없는 듯 하다.그래도 각시붓꽃은 제 이름값을
하느라 도도하게 보라색으로 피어 발길을 잡는다. 이곳엔 보라색 각시붓꽃만 있는데 흰색과 노란색
의 금붓꽃이 있는데 함께 보면 좋을텐데.
정상엔 복숭아꽃~~ 이 피었다. 꽃이 피고 보니 개복숭아나무가 한그루가 아니라 주변에 몇 그루
가 있다.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여기저기 꽃잎으로 수 놓아 땅에도 꽃이 피었다. 간만에 산
을 올랐더니 정말 힘들다. 땀은 줄줄 흐르고 숨은 헉헉,그래도 각시붓꽃이 있고 아가배꽃이 있고
복숭아꽃이 있어 즐겁다. 거기에 나무에 연두빛 채색이 되어 얼마나 이쁜지.
조팝나무의 꽃향기를 따라 왔는데 와우~산벚꽃잎이 눈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잠시 산벚나무 밑
에서 혼자 산벚꽃잎비를 맞으며 깔깔 웃었다.얼마나 좋은지. 꽃비를 맞으니 소녀처럼 마냥 좋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주의를 둘러보니 온통 산벚나무 하나가 여기저기 눈처럼 하얗게 꽃잎
으로 뒤덮어 놓았다. 나무의 무한언어처럼 산벚나무가 내게 봄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행복하다
고..정말 그럴까..
은방울꽃
은방울꽃 군락지로 가보니 어느 것에는 벌써 은방울꽃망울이 보인다. 이것이 은방울꽃인줄도
모르고 밟고 지나간 흔적도 보이고 다른 것은 뽑아 놓은 것도 있다..ㅜㅜ 산에서 이런것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각시붓꽃도 사람들이 많이 캐갔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굴하지 않고 자라서
이쁜 꽃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대견하다.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자연을 피해를 입게 되
어 있다.
이 오솔길에는 조팝나무와 아가배나무가 길 옆으로 쭉 있어 아가배꽃과 조팝꽃이 피어 기분이 삼삼.
하얀 꽃이 수수하기도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이쁘다.
왕벚나무~
올해 처음 꺾은 고사리 두개~
오늘 산행은 정말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다.각시붓꽃을 보아서 기분 좋았던 것이 고사
리까지 꺾게 되었다. 무심히 쳐다 본 곳에 고사리가 두개 꼬불꼬불~~ㅋㅋ 그래서 얼른 꺾어서 가
방에 넣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사리,해마가 몇 개씩 꺾는 고사리가 기분을 더 좋게 만든다. 이
곳 산의 무덤가에는 유독 제비꽃이 많다.그것도 변종이 생겨서인지 하얀색과 보라색의 변종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어 정말 꽃융단을 깔아 놓은 듯이 이쁘다.거기에 꿀풀까지 꽃이 피었으니 그야말로
보라색융단이다. 꽃이 피고 초록 잎이 흔들흔들 바람에 흔들리는 왕벚나무 밑에 혼자 등을 기대고
서서 노래를 들어가며 시원한 봄바람을 느끼며 제비꽃을 보는데 정말 이쁘다.지나는 사람들이 이
상한 눈으로 쳐다볼 수도 있는데 요 왕벚나무 그늘밑이 얼마나 시원한지..그리고 왕벚나무 가지 사
이로 보이는 세상이 또 이쁘다. 가끔 이렇게 뜻하지 않게 별천지를 보는 경우가 있다.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이다.간만에 산에 와서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을 줄줄 흘렀지만
생각지도 않게 각시붓꽃을 만나고 복사꽃을 보고 산벚꽃잎 흩날리는 그 밑에서 꽃비도 맞고 고사리
도 꺾게 되고 비록 두개지만..ㅋㅋ 그리고 왕벚나무 밑에서 노래를 들어가며 시원한 봄바람도 즐겼
으니 오늘 산행은 정말 얻은게 너무 많다는 것. 이제 산에 날마다 와야할 듯 하다.이렇게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고 꽃들이 피고 지고 있는데 그냥 집에서 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즐기고
또 즐기고 즐겨야할 듯 하다.
201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