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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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연화로 한참 몸살을 앓는 가운데 '느린 의학' 이라는 진료환경및 인간 중심적인 분위기로 상업적이기 보다는 인간과 영혼이 살아 숨쉬는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 '라구다 혼다' 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준다. 의료민영화 뿐만이 아니라 한번이라도 병원을 간 사람이라면 느끼는 감정은 환자에 대한 대우 보다는 상업적으로 대하는 모든 것에 한번쯤 분개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빈민구호소인 라구나 혼다에서는 사회나 그외 병원등에서 포기를 했거나 그곳까지 떠밀려 오듯 한 노숙자나 암환자 치매환자 알콜중독자등 사회 극빈층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그들이 라구나 혼다에서 재생 혹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라구나 혼다에서 일을 하려던 것은 기껏해야 두서달로 생각을 하고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건물이 주는 느낌,12세기 경에 지어진 수도원과 같은 외형에 바닷가를 배경으로 제비가 한가롭게 날고 있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분위기였기도 하지만 자신이 죽음에 이른 시체를 놓고 실습을 하던,영혼이 없는 그 속에서 느끼던 환멸감이 아니라 이곳은 의료진도 자원봉사자들도 그야말로 인간 중심적 분위기라는 것이다. 라구나 혼다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이 사회와 병원이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오는데 저자와 그외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보면 다른 곳에서도 의사가 조금만 더 간호사와 긴밀했거나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였다면 발견할 수 있는 병을 보게 되고 치료를 해 나가는 과정이 그들에게 사회보장제도에서 들어갈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에서 인간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HMO(건강관리기구,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제도. -역주)의 의료 재정 정책에 찾아온 변화 때문에, 그리고 포괄수가제(DRG) 때문에 의사와 병원은 이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돈을 지급받는다. 그리고 의료 효율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환자의 아픈 정도와는 상관없이 의사에게는 환자 한 명당 한 달에 얼마씩 고정비용이 지급되고, 병원에는 질병당 고정된 액수가 지급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건강한 환자만 붙잡아두려 하고, 병원에서는 입원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정밀검사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 한다. 하지만 타른 씨, 데블린 양, 데밍스 씨 같은 환자들은 유지해야 할 건강이란 것 자체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병세가 대단히 심각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급성환자 전문병원에서 이들을 돌보느라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급적 빨리 퇴원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을 받아줄 용의가 있는 만성환자 전문병원만 있으면, 환자들을 당장 자기네 병원에서 내치기 바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런 환자들을 받아주는 병원이 바로 라구나 혼다였다.

 

 

영혼이 없는 사체를 놓고 실습을 하는 것에서 역겨움을 느꼈다면 아무리 죽어가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에게서 발견하는 인간됨을 그리고 다시금 그들이 밝은 모습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다른 병원들에는 기본적으로 있는 CT나 MRI가 없어도 엑스레이만으로도 분별해낼 수 있거나 그외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좀더 신속하게 병의 요점을 찾아내어 환자에게서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가 이곳에서 두달만 일하려 했던 것이 이십여년을 일했듯이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은 영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영혼을 다루며 좀더 느리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온전한 한 영혼을 지켜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일반적인 병원이나 사회였다면 어떠했을까? 시립병원에서도 포기하듯 했던 알콜중독증환자나 자판기처럼 동전을 삼켜 아연중독이 된 사람을 건장한 청년으로 살려내기까지 그런가하면 알콜중독에 남자친구에게까지 이용당하다 건강을 찾아 오빠를 찾아 평범한 삶을 누린 이의 이야기며 건강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관절골절로 인해 자신이 돌보던 지체장애 딸과 떨어져 라구나 혼다에 와야 했던 78세의 할머니의 고통을 엑스레이 한 장으로 고통이 무엇인지 알아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사회보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 준 이야기등은 다른 곳이 아닌 라구나 혼다에 온 환자들 이야기고 그들을 '느린 의학'으로 다시 인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게 해 준 이야기다.

 

중환자실,수혈,항생제 등 현대의학은 무척 중요하다. 그 '의료 모델'이 없었다면 랩맨 씨는 치명적인 간질환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랩맨 씨가 완전히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라구나 혼다의 길,힐데가르트의 길, 그리고 시간의 손길,사소한 것들,잘 먹기 선생, 잘 쉬기 선생, 잘 웃기 선생 같은 근대이전의학이 필요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랩맨 씨의 삶을 영원히 구원하기 위해서는  돈 테일러 씨가 필요했다.그가 일깨워준 삶의 의미와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환자에게는 '시간'이란 것이 필요하지만 병원에 있다보면 하루 한시간이 돈이다. 돈계산을 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누워 있을수가 없는 곳이 또한 병원이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 또한 생계유지를 위해 고려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상업적으로 이용되다 병이 말끔하게 완치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기도 하고 문제가 되기도 하는 일들이 가끔 있다. 그런 일들에 경종을 울려주기도 할 뿐 아니라 의료계나 의학계에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저자가 라구나 혼다에서 환자들과 함께 하며 그녀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독일 수녀가 임상기록을 기록해 놓은 것에 주목을 하게 된다. 현대 의학이나 의료가 해주지 못하는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치유해 주는,어디까지 해주어야 최고의 의사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듯 최고의 의사는 환자가 약을 먹는 것까지 지켜 본다는 어쩌면 진단서만 끈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약을 사서 복용하는 것까지 지켜보는 인간적인 면까지 챙겨다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세세한 면까지 다루고 있다.누구나 병원에서 돈으로 취급되기 보다는 자신의 영혼까지 치유해 줄 수 있는 의사나 그외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인간 중심적인 분위기를 가졌던 라구나 혼다도 몸살을 앓듯 의료진과 경영진이 바뀌고 새로운 건물로 바뀌게 되는데 모든 것이 바뀌어도 그 정신은 건물이 주는 것도 아니고 의료진이 주는 것도 아니라 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야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요즘은 죽음에 이르게 된 이들이 마지막을 잘 마무리 하게 위하여 좋은 곳에서 마음 편하게 죽음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사는 것 만큼이나 죽음도 준비하는 세상에 보다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은 비단 의학 의료진 어느 한 부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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