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밥상 - 평범한 한 끼가 선물한 살아갈 이유
염창환.송진선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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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가 제목부터 숙연해진다. 이 책을 읽고 싶어한 이유도 사년 전에 친정아버지를 보내 드리며 아버지가 마지막 드셨던 물에 말았던 밥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물에 말아 엄마가 한 술 한 술 드렸던 밥을 다 드시지 못하고 가셨다. 장지에서 돌아와보니 식탁위에 그래도 놓여 있던 물에 말은 밥을 보고 엄마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고 우리도 울었다. 아버지 또한 암으로 보내드렸고 당신은 아프셔도 가족에게는 아프다는 표현을 안하셨고 평소처럼 드셨기에 책에 소개된 내용과 같은 상황까지 가지 않았기도 했지만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심하게 겪질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본인이 직접 드셨기 때문에 가족에게 심한 고통을 안겨주시지는 않았다.그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고통이 덜했기 때문에.

 

"어떤 인생을 사는가는 그 과정을 통과할 때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죽음 앞에 설 때에만, 때론 죽은 뒤에야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든 관계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버지를 보내드린 기억이 떠올라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해서 중간에 읽다가 잠깐 책을 내려 놓기도 했다. 우리가 정말 평범하게 먹는 것이나 행동들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마지막 소원이며 살아야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평범하게 먹던 열무국수 닭볶음탕 콩국등 비싼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평범한 음식들이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먹었던 음식들이다. 음식들이 병을 이기게도 해주지만 삶을 연장하는 것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 하루 한 끼 별생각 없이 먹던 것을 감사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는 먹는다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지 자주 잊는다.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가.늘 기억하려 한다. 먹기 싫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남기는 음식이 지금 몸이 아픈 누군가에게는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마지막 희망의 음식일 수도 있음을.

 

삶 뿐만이 아니라 죽음도 삶의 연장선상에 있고 삶과 죽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 죽음이란 삶의 또 다른 얼굴이지만 그것을 받아 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른 죽음이 아닌 병마와 싸우며 맞게 되는 마지막이란 남겨진 이들에게는 너무 큰 아픔이고 보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말로 다 할수 없는 고통이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물론 병을 이겨낸 사람들도 있겠지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이들과 가족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을 징하게 울려준다. 살아가면서 한순간 한순간 모두 소중하겠지만 마지막 그 순간까지 서로의 가슴에 남겨진 앙금 한 조각 모두 불태워 버리듯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보듬어 주고 사랑해주며 서로의 기억에 사랑했던 사람들로 기억하며 소중한 빈자리를 남겨 놓는 이야기는 生도 설렘이고 감동이지만 死도 감동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굽이굽이 넘어온 인생의 고비가 많은 만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누군가 머물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걸까?

 

가족의 정말 소중한 일부분이었던 한사람을 먼저 보낸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나보다 먼저 보내는 이는 내가 살아 있는 시간은 정말 가슴에 묻게 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식구, 밥을 함께 먹었던 소중한 이들과의 행복한 시간과 추억은 한사람의 인생 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조명하며 좀더 우리 삶의 생과 사를 솔직하게 보여주어 가슴을 울린다. 음식은 맛으로 먹지만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먹는다고 한다. 유한한 삶의 끝에서 소중한 이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떠 올리면 그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잠시나마 삶의 연장선이 될 수 있음은 거기에 함께 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가족이 함께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가족도 딸들이 객지에 나가 있으니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도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이다. 방학이나 되야 겨우 모여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또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간다.식구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함께 모여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던 때,맛있는 것을 먹었던 그 시간을 추억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사람은 먹기 위해서 살고 살기 위해서 먹기도 하겠지만 먹는 다는 것이 점점 시간에 쫒기고 자신의 위하기 보다는 남의 눈치에 길들여지며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은데 건강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기초적인 '섭생'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식구를 찾기도 한다. 무엇이든 곁에 있을 때에는 소중함을 모른다. 곁에서 사라져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평소에 즐겼던 것들이 내가 평소에 함께 했던 이들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지만 평범해서 잊고 있던 그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

 

오늘이란 시간은 어제 죽어간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 그 오늘이란 시간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 사년 전 아버지를 보내 드렸던 엄마도 그리고 나도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잘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이들이 아직은 힘든 시간이겠지만 잘 이겨내고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내일을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행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명이란 유한한 것이기에 순서없이 누군가는 먼저 가게 되어 있는 것,숨쉬고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베풀어야겠다는,행복의 가치가 거대한 것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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