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내리던 날 정호승 시인을 만나다

 

 

 

 

 

 

 

 

 

 

 

 

 

 

 

 

 

 

 

 

오늘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정호승시인 특강' 이 오후에 있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문화 특강,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그외 인물이 온다고 하면 몇 번 가곤 했다.오늘은 미리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했

더니 친구가 점심에 선약이 있다고 해서 만남을 일찍 마치고 늦더라도 와서 특강을 들어 보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친구가 안될 듯 하다고 섭섭하다고 톡이 왔다.오늘 아침부터 아니 어제 밤부터

이곳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고는 나도 걱정,갈까 말까. 눈이 많이 내리면 약속이

취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해 보았다.그래도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눈이 더 내린다.앞도 안보이게 내리는 함박눈,하얗게 덮힌 뒷산을 보니 뒷산으로 달려

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고 따뜻하게 입고 미끄러질까봐 등산화를 신고 나갔다.나가다보니 눈이

너무 내려 다시 올라와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눈이 많이 내려도 우산을 써야 한다. 요즘은 방사능에

세상이 참 험한듯 하다. 하얀 눈도 맘껏 맞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비보다 눈이 더 무섭다니.

 

우산을 쓰고 가도 눈은 여기저기 온 몸을 하얗게 덮고 버스정류장에서 우산이며 온 몸을 장갑낀 손으로

눈을 털고 있다보니 버스가 바로 와서 얼른 올라탔는데 시험이 끝났는지 학생으로 가득찬 만원 버스,

몇 정거장 가면 되는데 내릴수나 있으려는지.눈이 많이 내리고 만원버스라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밀리 문 가까이 가 있다가 내렸는데 다행히 함박눈은 잠깐 소강상태인데

눈이 엄청 내렸다.여기저기 눈을 치우는 손길이 보이고 조심조심 걸어서 특강하는 곳을 찾아 갔는데

특강 전에 노래교실이 있었는지 눈이 많이 내리는데도 많은 분들이 와서 노래교실로 후끈한 홀,한참

뿌연 안경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다렸다가 어느 자리에 앉아야 좋을지 가늠하다 앞자리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래교실 마지막 부분을 함께 하고 정시인을 기다렸다.

 

시인의 특강을 위해 전에 시집을 한 권 읽었다. 오래간만에 시집을 읽으니 말랑말랑 뜨끈한 감성 충전

이 제대로 되는 시간이어서 넘 좋았다. 무언가 잊고 있던가 때가 타서 더렵혀졌다고 생각했는데 계절이

계절이라 그런가 다시금 말랑말랑해진 감성에 시인의 시는 더 깊게 파고 들었는데 이렇게 그의 따뜻한

말과 시낭송 그리고 시가 노래가 된 것들을 들으니 날이 그래서일까 넘 좋다. 정말 분위기 좋고다.친구

와 함께 했으면 좋아했을텐데 아쉽다. 혼자 이런 좋은 시간을 누리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인생 선배로

의 말들인데 시인의 감성이 보태져서일까 더 달달하게 아니 좀더 깊게 다가온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오늘 이 시간을 혼자하는 난 정말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따뜻한 감성 충전의 말씀들이 그 외로움

을 다독여준다. 함박눈 속을 달려 오길 정말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말씀이 끝나고 준비 해 간 시집에 사

인을 받기 위하여 시인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아줌씨들이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거나 그렇게 두근두근

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가져간 책은 품절된 시인의 시선집,무척 반가워 하신다. 품절된 책인데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묻는다. 중고책방에서 구했다고 했더니 미소를 지으신다.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전작주

의인데 품절된 책들이 있으면 인터넷 중고책방을 여기저기 둘러본다.그러다 반갑게 품절된 책도 구할 수

있게 되고 행복한 독서도 하게 되고 정말 좋다. 중고책방 덕분에 시인과 잠깐 즐건 대화도 나누고...겨울

눈 오는 날,추억을 하나 또 저장해 둔다. 언젠가 꺼내어 본다면 화롯불처럼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것이다.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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