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 최갑수 여행에세이 1998~2012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하지 못하니 그냥 여행서라도 달래야 할 듯 해서 펴 들었는데 너무 좋다.저자의 책으로는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먼저 만났었기에 그때에도 잔잔하니 정말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과 글을 담았는데 이 책도 느낌이 참 좋다.그런데 이 책은 '1998~2012년까지 32개 나라 120여개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아니 사진만 보아도 32개 나라 120여개 도시를 여행한 느낌이 드니 세계를 모두 여행한 기분이 든다. 가을은 더욱 여행하고 싶은 계절인데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듯 이 책의 사진과 잔잔한 감성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훌쩍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다. 어디로 갈 것인지 가방에 무엇을 싸가야할지 망설이기 보다는 그냥 몸만이라도 훌쩍 떠나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다.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을 떠나온 그들 모두가 얼마나 개성 있고, 멋있고, 다재다능한 친구인지 알게 된다. 몇 해 전, 몽골을 여행할 때 한 팀이었던 우리. 기타를 끝내주게 잘 치는 아메리칸 미키,캐리커처를 끝내주게 잘 그리는 프렌치 플로라, 주어진 재료로 뚝딱뚝딱 끝내주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놓던 이탈리안 세바스티앵, 지도를 끝내주게 잘 보던 차이니즈 왕, 정말이지,모두가 끝내주는 그들. 우린 정말로 환상적인 팀이었지. 그러니,이봐요,당신.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평범해지지 못해 안달인 거죠?

 

이 책은 글보다는 사진이 주는 감성에 더 치중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사진에 비중을 더 둔 듯 하다. 그렇다고 글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진에 한 줄 담아 놓았어도 몇 번을 멈추어 읽게 만든다. 감성적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잡는다. 자신은 남과 다른 감성으로 다른 사진을 찍는다고 했는데 남이 보지 못하는 그 틈새의 사진을 잘 담아낸듯 하다. 여행서는 사진만 보는 것도 좋지만 사진 이외 글이 주는 그 감성을 잔잔하게 읽어내려가는 맛도 좋은데 저자는 그 모두를 담아 낸 듯 하다. 글 속에는 자신의 과거의 실패라고 하기엔 그런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담아 내고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을 오롯이 담아내지 않았나 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나면 여행할 기회가 찾아 온다더군.

 

나는 참 만이 가지고 있는데

나는 왜 가난할까.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가 한 곳 한 곳 담아낸 것들에서 보다 중요하고 특별한 것들만 모아 놓은 것처럼 '특별한'것들의 모임처럼 다른 여행서에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는 듯 해서 좀더 '여행가 최갑수'를 읽듯 읽었다. 여행 사진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본다면 그는 정말 자신의 외로움 그 밑바닥까지 모두 제대로 담아내지 않아나 본다. 여행이란 철처히 혼자가 되고 철저한 고독과 외로움의 싸움이며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또 다른 조화로움인듯 한데 자신의 고독의 밑바탕을 담아낸듯 하면서도 타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스스럼없는 조화 또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려져 외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머물기 보다는 철저히 혼자가 되는 시간이니 얼마나 외로울까.여행이란 그런것 아닐까.외로움 속에서 비워내고 다시 담아가고.

 

"바람이 화산재를 쓸어 모았고 시간이 흘러 거대한 산들이 만들어졌지.시간만큼 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없어."

 

황량하고 거친 사막과 같은 우리네 인생에서 여행은 어쩌면 신이 숨겨 놓은 오아이스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가련한 낙타인지도 .

 

늘 내가 무언가 머리가 무겁고 두통을 안고 있는 것은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해서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하기 휴가도 가지 못했고 가을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일까 어디로 떠나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여행지 사진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된다. 나도 덩달아 비워야 할 것만 같고 욕심을 버러야만 할 것 같다. 나 또한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늘 무언가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레이고 흥분되게 하는데 32개 120여개 도시의 사진은 쉼 없이 비워내고 다시 담아내기를 해야할 정도로 충분한 눈요기를 가져다주며 무언가 구멍이 숭숭 뚫린 마음에 하나 하나 채워주듯 다독여 준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 앞에서 시간 앞에서 정말 나라는 존재가 너무도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대하고 신비한 자연 앞에서 더욱 내 욕심과 자신을 내려 놓고 되고 비우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어디로 떠날지 결정하지 못했고 선택하지 못했지만 책을 잡는 순간에 내가 발견해야 하는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인 느낌이다.'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가 아니라 자신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는 이야기처럼 음 책을 읽으면 떠나야 할 것만 같다. 어딘가에 있을 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직 용기 있게 떠나보지 않았다. 그처럼 기계치여도 무거운 카메라 들고 나가고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며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가을엔 꼭 어딘가에 가서 외로움을 느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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