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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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몽실'의 삶으로 옮겨지듯 해방과 함께 다시 한국전쟁의 그 중심에서 몽실의 삶은 참으로 고난의 연속으로 그려진다. 가난이 싫어 가난을 벗어나듯 몽실의 엄마는 몽실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간다. 배곯지 않게 하려고 택한 어머니의 선택, 갖은 학대와 험한 말도 모두 참아내며 속으로 삭이며 몽실의 입에 밥숟갈이 들어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어머니,그런 어머니에게서 오래 견디지 못하고 고모의 손에 이끌려 다시 집으로 오지만 그 삶 또한 온전하지 못하다. 자신의 친 아버지인 정씨 아버지는 새로운 어머니를 맞이하게 되는데 착하지만 어머니에겐 깊은 병이 있다. 폐결핵, 병으로 인해 몽실이 동생을 낳고는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북촌댁,그가 낳은 딸 난남이를 전장에 간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냥젓을 물리듯 동네에서 쌀을 얻어 생쌀을 씹어 암죽을 끌여 먹이고 밥을 동냥해서 동생의 배를 곯지 않게 하지만 어른도 이겨내기 힘든 전시에서 어린것이 어미 젓도 얻어 먹지 못하며 온전히 크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래도 동생 먼저 먹여가며 피붙이를 향한 몽실의 정성은 난남이를 온전하게 자라게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듯 몽실은 두 엄마와 두 아버지를 두게 된다. 친 아버지인 정씨와 어머니가 몽실을 배곯지 않게 하기 위해 재취로 들어간 김씨 아버지,그 사에에서 영득과 영순이 동생을 보게 된다. 두 동생도 살들하게 챙기며 아버지가 다르지만 어머니의 자식이니 동생으로 받아 들여 정성을 다하지만 김씨 아버지는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몽실 엄마를 대신하여 영득이와 영순이게게 새 엄마를 들이고 서울로 이사를 간다. 전쟁의 아픔처럼 두 엄마는 모두 심장병과 폐결핵으로 핏덩이와 같은 어린 자식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다. 전쟁이 지나고 어린 생명들은 스스로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며 살아야만 한다. 어른이라고 돌아 전장터에서 돌아 온 아버지는 병을 얻어 몽실이의 새로운 부양자가 되고 어린 몽실이게는 난남이도 힘든데 병자인 아버지까지 건사한다는 것은 너무도 힘데 부친 일이다. 힘들어도 그녀는 힘들다는 말 한마디 어디에 못하고 이겨낸다. 난남이도 포기를 못하지만 아버지 또한 포기를 할 수가 없다. 고모도 모두 전쟁으로 잃었다. 부모를 잃거나 자식을 잃거나 정씨 아버지처럼 몸이 전쟁으로 인해 병을 얻거나 피폐해져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할 순간에 동네 할머니가 알려주신 부산에 있는 자선병원을 찾아 아버지를 낫게 하겠다고 모시고 가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어린 자식들만 남겨 놓고 아버지는 허망히 먼저 가시고 난남이와 몽실이만 남겨지게 되고 그들은 어디 한 곳 의지할곳도 먹을 것도 없다. 겨우 의지하게 된 곳에서 난남이는 어쩔 수 없이 양딸로 보내야 하고 몽실이는 힘들게 살아간다. 새엄마인 북촌댁이 남겨 놓은 핏줄인 난남이를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엄마처럼 키웠기에 버려진 아이를 보고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생명을 그러안아 보지만 애석하게도 싸늘함으로 돌아오는 허망함.그런가하면 가난을 어찌할 수 없어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어머니를 그녀는 이해하고 용서하는가 하면 어머니가 낳은 아이들을 자신의 동생으로 받아 들인다. 분명 그들도 어머니의 자식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반 핏줄이라도 핏줄을 핏줄이다. 난남이가 자신의 동생이듯이 말이다.

 

몽실 자신의 친 어머니가 있었지만 북촌댁을 어머니로 받아 들이고 그녀가 낳은 난남이를 핏줄인 동생으로 지극 정성을 하다며 키우듯 그녀는 모든 상황과 현재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받아 들이며 용서하고 인정한다. 전쟁이 낳은 아픔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지만 그것을 힘들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이겨내기 위하여 빈깡통을 들고 거리로 나가더라고 자신이 마땅히 할 일이라 받아 들인다. 전쟁은 자신에게만 아픔을 준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가난과 고통과 아픔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살아야만 한다. 새아버지네에 갔다가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절름발이가 된 몽실이지만 그래도 삶은 포기할 수 없다.절뚝이면서 동생들을 만나러 다니고 밥을 구걸하여 연명하고 그리고 소녀가장이 되어 의연하게 동생들을 보살핀다.

 

그시대 '언니'들이 그랬듯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동생들은 번득하게 키우고 싶듯 동생의 입부터 챙기고 반듯하게 살기를 원하는 몽실언니,절름발이 인생이라 결혼도 포기하려다 자신처럼 곱추라는 아픔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일구고 동생들과 연락을 하며 동생들의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그 시대의 언니 몽실언니의 삶은 굴절 많은 삶이지만 결코 남의 삶이 아닌 우리 바로 위의 부모님들이 살아 온 세월을 대변해 준다. 아무리 전쟁이야기를 해줘도 내가 겪지 않았으면 남의 이야기고 이해가 안가는데 한편의 소설은 저자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서일까 아픔을 함께 겪어 내는 것처럼 생생함으로 다가온다.새롭게 이철수님의 그림이 들어가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고 어느 세대이건 공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저자의 소설은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몽실이에겐 아버지가 둘인것이 어머니가 둘이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잘 살아가는 것이,생을 이어가는 문제이다.그런 그녀가 가정을 꾸리고 동생들과 마지막까지 잘 연결되며 부모아닌 부모노릇까지 하는 먼 훗날의 이야기까지 이어나간 것은 '희망'을 그리고 싶은 저자의 맘이었을 것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분명 먼훗날에는 부유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이 오가는 삶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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