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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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불쌍하구나?' 일까 했는데 우린 '고운 정' 에도 살거나 사랑을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미운 정' 에도 버리지 못하고 헌신짝처럼 질질 끌려가며 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그런 여자가 한 명 있다. 쥬리에,그녀는 백화점 고급 의류코너에서 일하고 있으며 서른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결혼을 전제로이지 질질 끄는 연애를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그녀의 남자 친구는 소위 미국물을 먹어서 일본에

적응이 느린 남자이다. 그에게는 미국시절부터 함께 했던 연인 아키요가 있었는데 그들은 7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고 류다이는 쥬리에를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미국시절부터 함께 했던 아키요의 딱한 사정을 받아 들여 그의 집에 아키요를 들였다.홈스테이를 하게 된 것인데 그녀가 직업을 구해서 나가는 날까지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한집에 살게 되면서 쥬리에에게 상의를 했다. 그 일로 헤어질 것인지 사랑을 이어갈 것인지.

 

"아키요가 있어도 거기가 우리 집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왜 내가 나가야 하지? 게다가 쥬리에 집에서 회사까지 다니려면 멀기도 하고, 몸이 버티질 못할 거야. 난 내 집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어."

 

류다이와 쥬리에의 사랑에 전 여자친구 아키요 때문에 둘의 사랑을 깨고 싶지 않았던 쥬리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지만 류다이는 그 순간부터 변해가듯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기분이다. 그의 집에도 갈 수가 없고 그녀가 휴일에도 잘 만나주지 않기도 하지만 전여친과 한집에 사는 그들이 점점 신경이 쓰여 밥맛도 없고 늘 그들의 한집 생활이 신경쓰여 일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그 둘이 미국물을 먹었다고 해서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일본이다. 일본사람이고 일본이니 일본식에 따라야 하는데 그둘은 자연스럽게 동거와 같은 생활을 잡음없이 이어나간다.그렇다면 현재 애인인 나 쥬리에는 그들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아무리 속 좋게 그들을 받아 들일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 애인의 동의없이 류다이의 집에 무작정 들이닥쳐 본다.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아키요는 보호본능을 일이키듯 하면서도 그녀에게 식사대접을 하는가 하면 겉으로는 무리없는 생활을 하는 듯 하다. 아직 꼬투리는 잡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생활은 신경이 쓰인다.그러다 류다이와 온천여행을 가게 되었다.갑자기 그가 크리마스 전날 들이닥쳐서 둘의 관계가 호전되어 함께 하게 된 여행이었는데 노천탕이 남여 다른 날에 개방을 하게 되어 그녀는 그의 핸드폰을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야말로 심장을 움켜쥐듯 하면서 그의 핸드폰을 몰래 검색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그녀는 아키요의 사랑이 아직도 류다이에게 도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류다이의 우유부단함을 보게 된다. 맙소사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듯 둘의 사이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그저 '그여자'로 표현되는 여자였던 것.

 

쥬리에는 아무 연락없이 일을 마치고 류다이의 집으로 들이 닥쳐 그들의 현재를 보게 된다.지난번과는 너무도 다른,아키요의 물건들이 집안을 모두 장식하고 있다. 금방 빨아 널은 그녀의 팬티며 화장품은 그대로 거실에 나와 있고 방문은 활짝 열려 있으며 이젠 누가 봐도 그들의 생활이 섞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쥬리에는 그야말로 그동안 묵혀 두었던 감정을 분노처럼 폭발하게 내버려둔다. 고이 간직했던 사투리까지 꺼내 쓰며 아키요에게 악담을 퍼붓고 그들의 물건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는 류다이와의 관계를 끝낸다.자신이 먼저 류다이를 걷어 찬 것이다. 그런 그녀의 분노에 그저 차분하게 응대하는 아키요,그리곤 들이닥친 류다이에게 달라 붙는 아키요를 보고는 더욱 화가 치민 류다이는 둘을 밀치듯 자신과 류다이 사이의 선을 끊어 버린다.

 

류다이 이 남자 정말 우유부단인가? 아님 양다리의 선수일까? 두 여자 사이에서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나눈 것인지.그는 아키요가 '불쌍해서' 거두어 들였다고 하지만 남녀 사이에 불쌍한 동거가 제대로 처음처럼 불쌍함으로 끝날까? 자신도 아마 쥬리에에게서 멀어진 마음을,아니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던 연애를 알았을 것이다. 그것을 먼저 사내답게 씩씩하게 결판을 내지 못하고 질질 끌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한편으로는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막판 쥬리에의 분노폭발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듯 속이 다 시원하고 후련했다. 벌써 끝내도 끝냈어야 하는 관계였는데 어쩌면 그녀가 류다이가 불쌍해서 미운 정에 이끌려 관계를 이어 온 것은 아닌지.

 

<아미는 미인>,사카키도 이쁘지만 아미는 더 미인이다. 그녀는 뛰어난 미인이라 어디를 가나 누구나 그녀에게 빠져들듯 그녀에게로 향한다. 그런 그녀 옆에서 사카키는 열등의식을 키우며 친구 아닌 친구로 존재하게 되어 대학에 가서도 둘의 관계는 다른 학교지만 같은 동아리에 들어 그 생활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미인인 아미는 애인도 많았고 연애사도 다양하지만 사카키는 애인도 안생기는 것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동아리활동에서 나카노라는 남자가 고백을 하게 되고 그와 오랜시간 연애를 하며 그들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카키는 화장품 업계에서 뷰티 카운셀러를 하듯 하고 아미는 우체국일을 하다가 그만 두게 되고 백수생활을 하다 한남자를 만났다며 그 남자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그녀에게 하게 되고 아미의 애인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그녀가 사귀었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아미와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인데 아미는 그의 어디에 반해 빠져 든 것이고 결혼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미를 아는 친구들과 부모님의 그녀가 선택한 사랑에 대하여 찬성을 할 수가 없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미래가 불안전하고 현재 또한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미를 사랑은 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이를 받아 들이기가 어렵다.아미의 남자 다카시를 만나 그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아미의 진심을 알게 된 사카키는 그동안 자신이 아미에게 보인 것이 열등감인지 진짜 우정인지 헷갈려 하며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아미를 향한 진심어린 우정에 눈을 뜨게 된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아미를 우러러보며 그녀의 미에 빠졌지만 그녀 또한 나름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자신 밖에 있는 남자를 선택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아미의 하객이 없는 결혼식에 참석을 하게 된다.

 

'고민은 그만 불들어 매. 넌 젊고 앞으로 미래가 있잖니? 그보다 주위를 둘러보렴. 자,눈에 보이는 모든 게 네 인생이야.'

 

미인이기에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거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그녀 또한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시간의 연속이었을까.진정한 친구 하나 없이 늘 사카키에게만 의존하며 살아 온 삶이 사카키마져 그녀를 배신하면 이젠 그녀 인생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될 상황이다. 자신은 늘 아미의 그늘에 가려 열등의식으로 지금까지 살아 온 듯 했는데 진정한 우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카키는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려졌다고 하니 우리말과 다른 해석의 미묘함을 느낀다면 여자의 마음을 좀더 잘 알게 될 소설이다. 그녀가 아미의 결혼식에서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할 때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을 썼는데 '사카키 란'이다. '사이토 아미' 아미는 이름으로 불리고 사카키는 성으로 불렸으니 아미는 얼마나 모두에게 친근감을 불러 일으킨 것인가. 하지만 인생은 호락호락 과거의 영화와 미래의 영화가 똑같지는 않다. 행복이 성적순도 아니고 행복이 외모순도 아니다. 외모로 보면 그야말로 영화를 누릴 것 같던 아미의 삶은 모두가 걱정하는 그런 선택이고 사카키의 삶은 안정적이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어떤 남자를 만나서 사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남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게 되면 동창회나 그외 모임에 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그 미묘함을 알게 된다.외모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에 행복을 안겨다 부는 것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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