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황금들녁

 

 

일요일,전날 산에서 한 줌 주워 온 상수리에서 벌레가 생기는 듯 해서 울엄니한테 갖다 드리기

위해서 잠깐 시골에 다녀왔다.산밤 한 줌과 상수리 한 줌에서 하얗고 통통한 벌레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상수리를 많이 주웠어야 엄마가 좋아하실텐데 정말 한 줌이다. 좀더 주워야 도토리묵

구경을 할텐데 가져가면 엄마한테 괜히 한소리 들을 듯 한데 그래도 하우스에 말려 놓는게 벌레가

나지 않을 듯 해서 가져갔다.그런데 울엄니는 집에 안계시고 대문은 열려 있고..앞집 할머니가

엄마가 마을회관에 계시다고,바로 위가 회관이라 하우스에 상수리 널어 놓고 가져간 김치통 부억에

넣어 두고는 옆지기와 진돗개를 끌고 동네 한바퀴 산책을 시켰다.

 

시골 가는 길에

 

저녀석이 식당에서 고기만 먹던 돈숙양이라 얼마나 힘이 좋은지..옆지기가 끌려 다닌다

 

꽃과 황금들녁의 조화가 꼭 고흐의 그림속 풍경과 색채감 같다.

 

제대로 끌려 다니고 있다

 

 

 

 

 

 

 

아버지가 심어 놓은 장미.. 가을에도 향이 좋고 꽃도 이쁜 장미..

 

돈숙이와 함께 동네를 한바퀴 돌고나니 정말 땀이 줄줄 흐른다. 옆지기는 너무 힘든지 헉헉,돈숙양도

헉헉 거리며 물을 얼마나 먹는지.언니가 식당에서 키우던 개인데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어 엄마집으로

오게 된 녀석인데 워낙에 아버지 계실 때 울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의 씨이다. 다시 고향 찾아 온 것인데

녀석 너무 순하고 새끼도 잘 낳고 힘도 좋고.. 그래도 식구들을 알아 보고 시골에 가면 좋아하는 녀석,

옆지기가 내려가면 동네 한바퀴 산책 시켰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그렇게 돈숙양 산책 시키고 들녁

구경하고 회관에서 놀고 계신 엄마를 뵙고 올라올까 하다가 텃밭에서 상추를 조금 뜯었다. 씨를 얼마나

뿌렸는지 빈틈없이 자란 여린 상추 한 줌 뜯고는 그냥 올 수 없어 살며시 회관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울엄니 깜짝 놀란다. '아니, 젠 내 막내딸인데..아니 언제 왔다니..' 생각도 못하고 계셨다면서 깜짝 놀라는

울엄니,나오시지 말라고 하는데도 나오셔서 상추 뜯고 대파도 뽑고 이것저것 챙겨 가란다.엇그제와서

다 챙겨 갔는데도 더 챙겨 주시는 엄마,일찍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저녁해서 먹고 가라고 하는데 동네분

들과 계시는게 편하신 듯 해서 그냥 올라가겠노라 하며 올라오게 되었다. 아버지가 가시고 아버지의

빈자리가 점점 크게 느껴지고 엄마는 그만큼 더 연로해지시는 듯 해서 걱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허리도

꼬부라지고... 자주 찾아 뵈어야 하는데 맘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으니.그래도 아버지가 평생

땀 흘리며 일하시던 황금들녁을 보고 오니 아버지를 뵙고 온것처럼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20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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