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가을이 좋다 뒷산이 좋다

 

 

가을날이 넘 좋다. 좋은 날 그냥 집안에 있을 수 없어 뒷산 산행을 시작하고는 아침이면 맘이 설렌다.

빨리 준비하고 뒷산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면 꼭 점심시간이 되고 만다.그래도 좋다. 딱 그때가

알맞게 햇볕도 좋고 적당하게 땀이 날 때쯤이라 그때에도 뒷산에 오시는 분들도 뜨문 뜨문 있다는 것.

 

 

코스모스는 이제 많이 하늘하늘만 모습을 잃었지만 그래도 지나는 길에 있어 참 좋다. 꽃이 떨어진

것은 이제 씨를 맺고 있기도 하고 이제서 꽃을 피우는 것도 있지만 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도 하고 풍경이 처음 만나던 그때와는 달라서 그냥 그 앞에 한번 멈추어 서 있다

지나가곤 한다.처음의 그 설레임이 이젠 많이 없어졌다.코스모스도 시간이 흐르고 내게도 가을이란

시간이 이미 많이 흘러가 버렸나보다.

 

 

오늘 산행은 상수리를 한번 주워 보려고 계획했다. 지난번에 몇 알씩 주워다 놓았더니 조금 주워서

울엄니 갖다 드리고 싶어졌다.도토리묵을 쑤어 잘 드시는 엄마,이제 묵가루가 없다고 하시는 말씀에

도토리를 주워다 드리고 싶은데 그게 또 힘들다는 것.혼자 하는 일보다 둘이 함께 하면 수월할텐데

옆지기는 무릎이 아파 산에 가는 것을 망설이기도 하지만 도토리를 줍는 것은 정말 힘들다.그냥 산을

오르는 것도 힘든데.그러니 잘 안하게 되고 동물들 먹이로 남겨 두어야 하니 또 안하게 되는데 한번

맘 먹고 주워볼까

 

 

오르며 참나무 밑을 조금 뒤져 보았더니 상수리가 조금 있다. 찔레나무 가시에 찔려가며 한줌 주웠다.

가시에 한 곳이 찔렸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가시가 박혀 있어도 요거 잘 뺄 수 있으려는지 모르

겠다. 상수리는 그야말로 가끔 한 알씩 보물찾기처럼 있어 그냥 재미로 주웠다.그러다보니 땀을 얼마

나 흘렸는지.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산을 오르다보니 정상에서 맞는 바람이 시원하니 좋다. 정상에

숨을 고르며 조금 쉬다가 다시 내려가며 힘을 내보니 풀에 새가 집을 지어 놓은 것도 보이고 풀을 간지

르며 지나는 가을바람이 이쁘다.

 

 

 

 

 

 

위 버섯은 얼마전에 밤을 줍다가 발견한 버섯인데 그때는 팔팔한 청춘이었다면 지금은 스틱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더니 먼지가 폴폴~~포자가 날렸다.버섯의 생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한참을 그 앞

에서 서성이다보니 요녀석은 포자를 날릴 준비를 하는데 가른 곳에는 이제서 새로운 생명을 올리고

있는 것도 있다. 숲은 생명은 참 다채롭다. 늘 똑같은 듯 하면서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그 시간속에 잠시 머물렀다는 것이 참 좋다.도토리를 줍는 것도 계획처럼 줍지도 못했고

그냥 가을만 즐겼다. 이 시간이 참 좋아 산을 한바퀴 돌고 나서는 산입구 의자에 앉아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고 가을바람을 즐겼다. 바람이 나무와 나뭇잎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자꾸 간지리며 지난다.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또 지나고 있는 바람,그렇게 또 이 계절도 흐르고 있다.

 

201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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