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산행을 다녀 온 후에 여시 산책을 시키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여시가 다리를 절며 난리가 났다.
산책을 잘 하고 들어 오는 길에 보니 다리를 절고 있어 '여시 다리 아파..' 하고 안았는데 그 때부터
난리,어디 접질렸나 본데 다리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아픈 다리를 들고 세 다리로 절뚝 절뚝 하면서
께갱깨갱 난리도 아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녀석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휴가 내고
외출했던 옆지기가 마침 귀가를 하고는 현충사에 잠깐 바람이나 쐬러 가잖다.여시가 아픈데.. 아프면
녀석 엄마는 찾기도 하지만 엄살도 심해서 잠간 혼자 두어 잠을 자게 할 듯 해서 얼른 씨고 옆지기와
나갔다.오후 5시 해가 이제 서서히 지고 있는데 잠깐이니 괜찮을 듯.
매점이 공사를 새로 했나 단장 중이다.
먼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간이매점에서 어묵을 먹은 후에 번데기를 한 컵 사서 탁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즐비한 은행나무에서는 노랗게 익은 구린내나는 은행알이 노랗게 떨어져 내렸다. 아직
은행잎은 물들지 않았지만 올해는 단풍이 이쁠 듯 하다. 일찍 온 감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 주차장에만
있어도 참 기분이 좋은 곳이 현충사이다. 물둘기 시작한 은행잎과 함께 이곳에 와서 쌓았던 추억을
되새김질 하며 함께 걷기도 하고 셀카도 찍고 또 그렇게 올가을 추억의 앨범의 한쪽을 또 다시 저장
했다. 기분이 좋다.나오길 잘해다는 느낌.
무지개다

포효하는 사자 같은 구름~
매점 옆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오겠다고 간 옆지기는 커피가 안된다며 돌아 오는데 그의 뒤를
따라가다 구름이 이뻐 돌아 보았는데 와우~~구름은 포효하는 사자같고 그 옆에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를 나만 보고 있는 것이다.옆지기에게 톡을 보냈다.무지개 보라고.. 어디에 무지개가 떴는지
알려주고 설명을 한참 해준 후에 '아~~ 무지개네~~' 한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현충사에 오면 안에 들어가기 보다는 주차장에서 한바퀴 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번에도 잠깐 주차자에서만 한바퀴 돌고 어묵과 번데기를 사 먹고 시원한 공기와 함께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을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는 곡교천변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곳은 현충사 들어가는 입구,옆에 논이 있는 곳이다.수로의 둑에 억새가 얼마나 이쁜지 해마다
가을이면 하얗게 핀 억새꽃을 구경하기 위하여 현충사에 들러 한번은 꼭 보는 듯 하다. 곡교천변으로
가다가 옆지기가 이곳을 지나가 보자고 해서 가봤더니 올해도 역시나 억새가 멋지다.노을이 질 때
오면 더욱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노을이 이쁘게 질 듯 하더니 그냥 어두워진다. 좀더 해넘이가 멋졌더라면 멋졌을텐데...
현충사앞 곡교천변
현충사앞 곡교천변은 은행나무길과 은행나무길을 걸을 수 있는 테크길이 있어 여러모로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이쁘게 피어 철마다 찾으면 실망을 하지 않는
곳인데 올해는 코스모스가 아니라 '미국쑥부쟁이' 꽃이 하얗게 피었고 국화도 심어 놓아 국화꽃이
피면 또 아름다울 듯 하다. 해가 지고나니 천변 바람이 차갑고 선선하다.
은행나무밑 테크길과 곡교천변을 한바퀴 걷고 나면 참 좋은 곳이다.좀더 있으면 노랗게 익은 은행알도
많이 떨어져 있고 오래된 은행나무에 노랗게 단풍이 들면 얼마나 멋진지. 가을에는 이곳에 꼭 와봐야만
할 정도로.오지 않으면 병이 날 것만 같은 가을앓이를 한다. 국화가 피고 나면 한번 더 찾아야 할 듯 하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여시가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가을을 마음 가득 담아
부자가 된 느낌이다. 행복은 멀리서 담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내 옆에서 담는 것이다. 올가을
이 작은 나들이가 큰 에너지가 될 듯 하다.
2013.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