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뒷산에서 가을나비와 조우하다

 

 

오늘은 뒷산에 가는 것을 망설였다.주말에 막내에게 반찬을 해다 주려면 시장을 보고 조금 쉬어야

하는데 산에 다녀오면 힘들 듯 한데 주말에 비소식이 있어 망설이다 물한병 챙겨들고 내 기억에 

저장된 페르몬을 따라가듯 그렇게 뒷산으로 향했다.여시가 이틀 동안 산책을 시켜주지 않았더니

나 혼자 간다고 삐지기도 하고 난리다. 날이 좋으니 다녀와서 산책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안정 시켜

놓고 산으로 향하는데 살짝 더운 듯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어제 코스모스도 담고 가을을 많이

담았으니 오늘은 그냥 순수하게 산행만 하며 가야지 했는데 들어서면서 코스모스와 또 한참을 시간

보냈다.

 

 

 

 

하지만 맘에 드는 사진이 없다..ㅜ 어제 많이 담아서일까? 꽃이 활짝인듯 하면서도 어제와는 다르게

시들은 꽃이 많다.활짝 폈던 꽃이 지는가보다. 그렇게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그래도 코스모스 앞에

있다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한들한들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벌과 조우하는 꽃을 보고 있으니 가을은

가을이다.

 

 

 

 

햇빛이 너무 강하니 액정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핑게일까? 숲으로 들어서니

정말 기분 좋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 가을의 소리와 냄새가 정말 좋다. 숲은 그 계절마다 소리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다. 투덕투덕 바람에 상수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제법 알이 굵은

상수리가 있다. 서너개 주워 주머니에 넣고 괜히 기분 좋은 것은 뭐지.

 

 

 

 

오늘은 정말 순수 목적의 산행만 하려고 했는데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1시경 산에 갔더니 나 혼자다.

이런 이런..너무 재미 없어 음악을 조금 크게 틀고 따라 노래를 하며 정상으로 향했다가 내려가는 길에

밤나무가 있는 곳에서 서성였다. 그랬더니 이미 지난간 이들이 휩쓸고 가듯 잔해인 밤송이가 무척

많이 떨어져 있는데도 내가 먹을 밤이 있긴 있다.그래서 또 그 재미에 나무 사이를 돌아 다니며 떨어진

밤을 몇 개 주웠다. 가을은 이런 재미도 있는데 요거 너무 재미 들리면 요즘 욕심이 과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할 듯.이곳은 산밤이 몇 그루 있어 산밤 줍는 재미도 있고 난 밤을 줍는 것

보다 이쁜 밤송이 찍는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게 또 제대로 된 것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가을을

담아 보았다.

 

 

 

 

 

 

 

여긴 나비들의 집합소처럼 정말 많은 나비들이 날아 다니거나 나무에 붙어 있다.처음엔 나뭇잎인줄

알고 천천히 다가가 보았더니 나비다. 나뭇잎처럼 달라 붙어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줄줄이

붙어 있다가 다가가니 날아가고 몇 마리 앉아 있다. 어떻게 보면 징그럽고 어떻게 보면 신기하고.

요거 네발나비인듯 한데 가을나비..암튼 나비가 봄날처럼 날아다니고 있어 한참을 햇빛 속에서 나비를

따라 나도 이동을 했다.녀석들 담으려고 하다가 괜히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잘 담지 못했다.

 

 

 

오솔길을 지니고 오르막 길을 올라 오다보니 헉헉,그러다 옆을 보니 와 밭인데 한가운데 코스모스가

밭을 일구었다. 무척 넓은 땅인데 코스모스가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듯 하다.

너무 넓으니 그냥 놔둔 듯 코스모스는 그렇게 제집인양 하늘하늘,그런데 이곳이 철조망이 쳐져서 갈

수가 없어 그냥 담장에 기대어 겨우겨우 찍었다.

 

익모초꽃에 앉은 나비

 

 

 

 

콩밭이며 코스모스밭을 지나 오다가 익모초 꽃을 보게 되었는데 양지녁이라 그런지 거기에 또 나비,

그런데 이녀석 한번 앉더니 일어날 줄 모르고 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꿀을 빨아 먹듯 샅샅이 뒤지며

내려간다. 이런 욕심쟁이 나비는 처음 봤다.내가 지켜 앉아 계속 찍어도 모르고 꿀을 빨아 먹는다.

익모초꽃 꿀은 어떤 맛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완전 욕심쟁이다. 익모초꽃에서 한참을 앉아 있던 녀석은 옆에 꽃으로 옮겨 이 꽃 저 꽃 난리가

났다.일어날 줄을 모른다.덩달아 나도 녀석의 뒤를 밟는 미행자처럼 달라 붙어 계속 녀석을 담는다.

이렇게 또 만날 날이 있을까.날도 좋고 꽃이 한창이라 녀석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산의 초입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뒷산을 한바퀴 아니 오르고 내리고 몇 번 하다가 이곳에

와서 꼭 물을 마시며 음악을 듣다 온다.정말 좋다. 시원한 바람과 그늘 풀벌레 소리 모든 것이

자연음이라 더 좋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크게 틀고 이어폰으로 들어가며 따라 부른다.

아무도 없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다시 쉬엄쉬어 내려오다 코스모스와 조우했다.

 

 

 

 

 

 

 

 

 

 

오늘 산행은 나비로 시작해서 나비로 끝나는 것 같다. 여기저기 봄나비보다 더 많다. 펄럭펄럭

언제 또 여기까지 쫓아 왔는지 코스모스 꽃이 한들한들 거리는 곳에서도 여기저기 나비가 팔랑이며

날아 다닌다. 녀석들 오늘 내 산행에 동무처럼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고 반갑다. 언제 또 이렇게 만나

볼까.벌이 많이 사라져서 농사가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꽃을 보면 벌이 있고 나비가 있다. 녀석

들이 있어야 농사가 튼실하게 결실을 맺는데 녀석들이 우리 곁에서 잘 견디어 주는 자연을 만들어야 할

듯 하다. 산을 다니다보면 여기저기 집안 쓰레기를 가져다 버린 경우도 있고 산행시 가져 온 쓰레기도

있고 정말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는데 자연이 살아 있으니 우리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아름다운

가을 마음과 눈에만 담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면. 주말에는 뒷산에 못 갈 듯 하니 다음주에나

또 찾을 듯,망설이지 말고 가도록 하자.

 

201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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