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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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완득이>를 읽으며 통쾌하게 웃었던 기억,그로 인해 <우아한 거짓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가시고백>의 책들을 읽었다. 위의 책들은 '청소년문학'이라고 했다면 이 책은 청소년문학에서 벗어나 성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문학에서 벗어난 이야기다. 청소년문학에서 벗어나 성인문학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의 지금까지의 소설들에서는 통쾌하거나 감동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겐 낯선 느낌도 있겠지만 저자의 직업군이 속한 출판계나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어쩌면 솔직하게 그 세계를 보여주듯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듯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너를 봤어' 수현이 영재를 본 순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 안에 감추어진 '가시'를 빼야만 했다. 겉으로는 부러울 것 없는 작가이며 편집자인 수현,그의 아내 또한 잘나가는 작가다.하지만 그들은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서로에게 가시를 세우고 있는 선인장처럼 서로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서로의 가시에 찔릴 것 같아 다가가지 못하고 늘 서로의 주변에서만 맴돌 듯 그런 무늬만 부부인 관계이다. 그의 아내는 겉으로는 정말 완벽한 잘나가는 작가다. 하지만 그녀는 '자살'이라는 타살일까? 하는 의문을 남기고 자신의 생을 마감해 버린다. 그녀가 이른 그녀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그의 집에서 그녀가 떠나 간 후 삼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그녀가 있는것처럼 그녀의 모든 것은 고스란히 그와 함께 하고 있다.왜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러안고 있는 것일까?

 

그들 부부 사이엔 그의 어머니가 늘 끼어 들었다. 어머니는 돈을 요구하며 그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불청객 노릇을 하며 그들 부부사이를 더 갈라 놓기도 했지만 일년후 그런 어머니의 모든 것을 간파하고 휘둘리지 않았던 아내의 죽음,그 죽음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그녀의 과거를 찾아 떠나는 남자 수현.수현이 본 아내의 과거는 그의 과거와 너무도 닮아 있다. 그 또한 아버지를 개천에서 잃었고 형을 지하셋방에서 잃었다. 그가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암흑과 같은 그의 과거,하수구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어머니의 지하 셋방처럼 그의 과거는 너무도 추악하고 냄새난다. 멀어지려고 하면 할수록 그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자꾸만 그를 붙잡고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아내의 죽음이 이어지고 아내를 보내지도 못했는데 '너를 봤어' 의 주인공인 '서영재'가 그에게 들어왔다. 보듬어 안고 내것을 만들고 싶지만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자꾸만 사랑 앞에 죄책감이 든다. 이 죄책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영재라는 그녀는 그의 과거와 죄책감에 물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비록 맛 없는 음식을 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놓기는 해도 소설을 쓰다가 누군가 건드리면 모든 것을 버릴지라도 그에게만은 이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현, 형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과거를 수장해 버리듯 하는 듯 영재와의 사랑에도 진전이 보이는가 했지만 아내읙 과거를 풀어내다가 자신의 과거와 맞물린 죄책감 때문에 '영재'라는 '너'를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내야 한다.아니 자신의 것이 아님을,자신이 죽인 형이나 아버지의 죽음이 자꾸만 그를 물귀신처럼 잡아 끌며 물 속으로 끈다.수현은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형의 죽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을 수장하듯 자신도 저수지에 몸을 던져 사랑을 그렇게 안고 가버리는 존재 수현,그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뫼비우수의 띠처럼 '너를 봤어'라는 소설이 나오게 된다. 사랑이 비로소 재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영재의 글에 도하가 '밀어 넣기'를 해서 이룩해낸 소설은 수현이 사랑과 죽음의 강을 건넌 후에야 비로소 새생명을 얻는다. 살모사가 자신의 어미를 다 뜯어 먹고 세상에 나오듯 수현부부의 죽음이후 새로 생명을 얻은 '사랑'이라는 결실들이 세파를 견디며 수현의 바람처럼 잘 이루어질지.

 

소설은 조금 밋밋하다고도 생각되었는데 약간은 미스터리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해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수현이 털어내지 못했던 '죄책감',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죽음으로서 자신의 사랑을 더 깨끗이 지키고 싶어했던 수현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 동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수현이 좀더 자신의 사랑에 현명하거나 적극적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꼭 죽음으로 대신해야 했을까? 죽음으로 너무 쉽게 결론지어지는 것은 아닌지. 결국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된 수현의 죽음은 사랑보다 죄책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하나. 자신의 과거와 아내의 과거까지 모든 죄책감을 굴레처럼 안고 간 수현의 죽음 이후에 탄생한 사랑은 과연 얼마만큼의 결속력을 가질까. 요즘 '욕망'으로 인해 죽음까지 이르르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인간의 욕망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많이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수현의 삶과 죽음은 스스로 자신의 생과 사를 심판했다는 것이 못내 서운하기도 하다.죽음이 사랑의 반대말이 될 수는 없지만 죽음이란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도 연결되어 있다. 수현의 사랑이 아닌 도하와 영재의 사랑이 희망적일 수도 있음을 예고하듯이 저자는 청소년문학에서 성인소설로 희망적인 승차를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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