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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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복주머니 안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그거야 뭐 어쩔 도리가 없겠죠. 복주머니까요."

 

하루키의 책으로 내가 만나 본 것은 <상실의 시대>와 <1Q84> 다. <1Q84>는 전권을 다 읽지 못했다. 그 소설은 단편이었던 것을 장편으로 고쳐 쓴 것이라 알고 있는데 그런면에서 그의 능력이 탁월한 듯 하여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생각이 난다. 그리곤 몇 권 그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을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그의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가 달리기와 번역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이 책은 1979~2010년 까지 31년이라는 그이 삶에서 어떻게 보면 '노른자'와 같은 글을 오롯이 담아 놓았으니 그의 삶을 총망라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의 소설에는 음악이 중요하게 깔린다. <상실의 시대>에도 그랬고 <1Q84>에도 그랬는데 이 잡문집을 읽다보니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겠다. 글을 쓰기 전 칠년동안 오로지 음악을 많이 듣기 위해서 음악에 관련한 가게를 직접 운영했다하고 그 전에는 많은 음악을 접하며 음악에 심취하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이 잘 아는 부분이기에 음악은 소설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듯 하다. 말이 삼십년의 세월이지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을 변할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을 간추려 놓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터 그래도 소박하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은 글들을 읽다보면 그의 '글쓰기' 의 삶과 '번역가'로서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같은 소설을 한 출판사에서 번역자를 달리 하여 낸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는데 그렇다고 독자들은 한번 읽은 작품을 번역가가 다르다고 일부러 찾아 읽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마니아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 번역을 하고 번역에 대한 그만의 자존심의 깊이를 볼 수 잇어 좋았다.

 

내가 소설을 쓰는 한 가지 큰 목적은 이야기라는 하나의 '생물'을 독자와 공유하고, 그 공유성을 지렛대 삼아 마음과 마음 사이에 개별적인 터널을 뚫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누구든, 나이가 몇이든, 어디에 있든 ,그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그 이야기를 당신이 '자기 이야기'로 확실하게 끌어안아주느냐 마느냐,단지 그것뿐입니다.

 

그가 번역한 작가나 그외 그가 만난 작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접했던 '레이먼드 카버'나 그외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더 기분 좋았던,아니 덤으로 무언가 잔뜩 보따리 보따리 얻은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읽었지만 그의 명성에 불구하고 난 그리 '대단함'을 깊이 느끼지는 못했다. 하루키가 전해주는 그의 삶을 조금 더 읽다보니 작가를 통하여 다른 작가의 삶을 얻어 들으니 더 관심이 가지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되었다.수상소감에서도 뭔가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담백하면서도 자기 소신을 뿌리 깊이 내리고 있다는 것을,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알고 자신이 뜻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작가라는 것을 한번더 느꼈다.

 

수상소감, 음악에 대하여,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과 그의 짧은 단편소설이 있고 인터뷰 형식의 글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팬들에게는 그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겠고 하루키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하루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잡문집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글 쓰기 뿐만이 아니라 번역가로 이야기를 읽으니 소설 또한 정교하게 짜여진 직물처럼 여겨졌는데 그가 번역해낸 작품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언젠가 다른 책에서 그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읽은 적이 있는데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는 것을 알았다. 달리기도 글쓰기도 번역도 어느 것 하나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의 궤도에서 철저하게 운항을 하고 있는 하루키,그의 다른 작품들을 하나 하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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