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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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침대가 주는 의미나 느낌은 무엇인가? 내가 침대를 사용하게 된 것은 스물살이 되던 해에 혼자 독립된 삶을 위하여 '더블'로 장만하게 되었다. 침대를 산다고 주위에서 무어라 했지만 내가 편하기 위하여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하였기에 남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장만한 침대는 조카의 놀이터가 되어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밤에는 확실한 내 공간이었지만 내가 없는 시간에는 조카의 놀이터로 변해 모든게 엉망이 되곤 했다. 그렇게 해서 가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던 시간이 었었다. 하지만 침대에서의 시간은 더없이 편하고 좋았다. 옆에 누군가를 위한 잠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라 더없이 혼자 넓은 그 공간을 유영을 했던 시간이었고 지금은 넓은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혼자 뒹굴뒹굴 자는 것이 더 편한 삶이 되었다.누군가와 붙어서 자는 것도 한때다. 특히나 여름에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 편한대로 공간분할을 한다.

 

이렇게 신경 쓴 침대 에 눕힐 남자인데 너무 엉성하면 안 되겠지.침대의 목적, 참 낯부끄럽다.

 

'와다 아카리' 그녀는 서른할 살의 노처녀라 할 수 있다. 독신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마땅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늘 그녀 주위에는 남자가 있지만 딱히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고르지 못하고 있고 또 아직 콩깍지가 씌워지지 않아서일까 상대를 못 만났다. 그런 그녀가 여성전용 원룸에서 과감히 나와 5층 빌라,그것도 오각형의 특이한 형태의 집으로 이사를 한다. 혼자 살기엔 안성맞춤인 곳에 그녀를 위한 가구,아니 누군가를 위한 가구를 들여 놓게 된다. 바로 '침대'.그녀 혼자서 자기에 침대가 필요 없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침대를 사기로 한다.그것도 원목으로 정성들여 만든,누군가 주문해 놓고 가져가지 않아 그녀에게 오게 된 침대를 산다. 그리고 다른 가구와 가전제품도 들여 놓으며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다. 모든 것을 다 갖춘듯 한데 아직 마땅한 남자가 없다는 것,정말 남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녀 주변에는 그녀를 좋아하거나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지만 아직은 아닌듯 하다.

 

"우와, 침대 엄청나게 편해 보여."

라고 말하며 침대에 앉는다. 누가 재워줄 줄 알아? 한 잔만 내어주고 쫒아낼 거야.

 

연애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고 하듯이 결혼하고픈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이다. 연애는 그야말로 즐기는 상대이고 결혼은 언제고 함께 있고 싶은 상대다. 그런 그녀에겐 그녀가 좋다며 아니 그녀를 보면 섹스파트너 쯤으로 아는 연하남이 있다.그는 그녀를 만나기만 하면 침대로 곧장 달려갈 생각만 한다. 그런 그가 그녀는 싫지 않다.하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가 않다. 새로 장만한 침대는 특별해서 꼭 자신의 맘에 맞는 그와 함께 하고 싶다. 그녀가 눈여겨 보게 된 또 한사람,회사 동료다. 옆자리에 앉아 늘 함께 하기에 손발이 척척 맞는 그들은 이야기 파트너로 정말 잘 맞는다.그러나 그남자 그녀를 침대에 내동댕이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그녀를 좋아하는 또 한사람,유부남이다. 그는 너무 능숙능란하다. 어느 여자에게나 손을 내미는 능숙함에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만 외로울 땐 그라도 부르고 싶다.

 

결혼,결혼, 하면서 집착하고 있는 사이에 꽃이 활짝 핀 시절도 흘려 보내고, 신이 내린 보물을 가지고도 헛되이 썩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결혼 없는 남은 인생을 생각해보면, 생각만으로도 외로워지는걸. 집착해서 이룬다 한들 그곳에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

 

그녀가 사는 원룸은 주변에 건물로 막혀 있듯 한데 앞에 학원이 자리하고 있고 그 학원에는 정말 무식한 학원선생이 있다.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듯 아이들에게 심한 말을 한다. 손님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의 심한 말이 대화를 끊어 놓기도 해서 그녀는 참다 참다 소리를 지르게 된다.하지만 그는 듣지를 못했는지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다.도대체 저 남자 뭐야 하던 그가 어느날 그녀가 주워 오던 쇼파를 들어다 주게 되고 고쳐주고 그리고 작은 티테이블로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이 남자 보기하고는 정말 다르다. 순진하기도 하고 듬직하기도 하고 손재주도 뛰어나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과는 다른 편안함을 그녀에게 준다. 정말 아닐것 같은 그 남자가 그녀의 눈에 쏙 들어왔다.

 

'다나베 세이코'는 '일본 연애 소설의 여왕' 이라고 불린다.그녀의 소설 <노리코,연애하다>와 <서른 넘어 함박눈>을 읽었고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영화로 보면 일본 영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달달한 영화를 보기 시작했었다. 그런 그녀의 이 작품은 1985년 작이라 하는데 지금이나 그때나 연애와 결혼 방식은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요즘 트렌드가 '연상연하커플'인데 이 작품에 나오는 연하남은 연상녀를 좋아한다. 우리문화와는 조금 달라 성에 대한 개방성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연애를 참 달달하면서도 그녀만의 위트로 재밌게 풀어내면서 끝에는 달달한 반전의 결만을 준다. 아카리가 00파트너와 같은 연하남과 이어지나 했는데 절에 음식여행을 떠나면서 사랑의 작대기는 서로 어긋나 그어지고 그녀만 혼자 남게 된다. 그녀가 한번씩 그렸던 남자와 친구들은 그녀를 빼 놓고 자신들끼리 서로 달달하게 연결이 되어 진행되고 있고 홀로 남겨진 그녀는 외로움을 느낀다. 너무 당당하고 자신만만해서 아니 틈이 없어서 자신에게 맞는 남자를 찾지 못했던 것일까? 그녀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그녀를 너무 잘 알기도 하지만 그녀 또한 그들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흠이 되어 선택을 못했는데 학원선생은 어쩌면 신선함과 투박함 속에 가려진 순진함이 그녀의 매력을 끌었는지 모른다.

 

연애에도 변수가 있지만 정말 결혼에는 '변수'가 많다. 설마 하던 이들이 이어지는가 하면 꼭 이뤄질 것 같은 커플은 잘 연결이 안될 때가 있다. 너무 믿어서일까.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옆자리의 남자가 수다파트너로 그녀와 잘 어울릴 듯 했는데 남자는 그녀를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본다.그러다 그녀의 친구와 연결이 되는 것을 보면 그녀가 너무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 너모 완벽해 보여 '남자'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런데 학원샘은 늘 욕만 듣고 있었는데 그의 강직하면서 숨겨진 내면을 보게 되면서 진정한 짝으로 연결이 되는 것을 보면 결혼의 짝은 따로 있는가 보다. 서른한 살이라고 하면 1985년도에는 노처녀 중에서도 '골드 미스'라고 할 수 있는 나이라 할 수 있을텐데 골드미스라고 해도 어디 하나 꿀리지 않고 당당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잘 이끌어 가면서 남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뜻을 똑바로 펴며 휘둘리지 않고 골대를 향하여 열심히 나아가는 당당함이 재밋으면서도 연애소설의 여왕이 그린 이야기라 그런지 노련하다. 와다의 침대가 이제 비로소 짝을 만난 해피엔딩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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