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4 - 고국원왕, 사유와 무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소설은 생동감 넘쳐서 읽다보면 역사를 그냥 배우는 효과까지 있어 좋아하는데 역사를 그리 잘 알지 못하니 그 또한 걸림돌이지만 저자의 소설은 물 흐르듯 술술 읽을 수 있어 좋아한다. 그렇게 하여 [고구려]를 3편까지 모두 읽었는데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읽다보니 앞의 내용을 다 잊어버리는 듯 해서 기다렸다 한꺼번에 읽을까 하고는 3권까지 읽고는 읽지 않았는데 궁금하여 그의 책을 다시 잡게 되었다. 그의 소설들로 <1026> <천년의 금서> 등 읽다보니 재밌어서 그의 다른 책들을 많이 구매해 놓았는데 아직 많이 읽지 못했다.기회를 만들어 얼른 읽어봐야겠다. 점점 역사를 외면하고 역사를 멀리 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고 아쉽다.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니 더욱 우리 역사에 대하여 문외한이 되어 가듯 너무 관심이 없다.그러니 우리의 것을 더 빼앗기고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딸들에게도 역사를 자꾸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신들의 관심분야가 아니면 관심밖에 두는 것이 현실이다.

 

<고구려 4>을 들고 보니 앞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을불 그가 미천왕이었고 주아영을 아내로 맞아 들인 이야기등 중간 중간 생각은 나지만 너무 틈을 많이 준 것인지 잊었는데 읽다보니 스멀스멀 무언가 자꾸 꼬리를 물고 나오듯 하여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의 필력 자체가 막히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 재밌게 빠져들며 읽을 수 있다. 을불 미천왕이 주아영을 아내로 맞아 들여 둘 사이에 아들 둘을 두었다. 첫째는 유약하고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는 사유이고 둘째는 무로 그는 형과는 다르게 강하고 막힘이 없다. 모두가 그를 태자로 알고 있고 어머니인 아영 역시나 무가 태자가 될 것을 알고 무만 품듯 한다. 하지만 미천왕은 모두의 생각을 뒤집어 엎는다. 사유를 태자로 삼은 것이다. 왜 유약하고 강하지 못한 그를 태자로 삼았을까? 미천왕은 강한것만이 고구려를 지키는 것이 아니란 것을 사유에게서 본 것이다. 백성을 생각하고 백성의 아픔을 보고 보듬을 줄 아는 그를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가진 사유의 고구려를 본 것이다. 그로 인해 무는 형이 태자가 되는 날 궁을 떠나고 만다.

 

고구려는 태자 책봉으로 바쁘고 주변은 서로 빼앗고 뺏기는 형태로 최비는 꾀를 내어 서로 싸움을 하게 해 놓고 이로운 쪽을 택하려는 전략으로 나오는가하면 모용부의 원목중걸은 모용외의 숨겨진 아들인 모영황을 찾아 모용외가 새로운 마음을 다질길 바라지만 모용황으로 인해 자신들의 발등을 찍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그는 새로운 나라를 새우려 하고 있다.그런가하면 미천왕의 현명한 국상인 창조리는 이제 명이 다해가고 그는 마지막까지도 나라와 국왕을 걱정하며 자신의 명을 다한다. 모용부와의 하성에서의 싸움에서 을불 또한 자신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고구려와 백성을 지키려 한다. 무릇 왕은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그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고구려의 깃발을 놓지 않고 차디찬 육신으로 변해가면서까지 두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길이 끝난 곳에 길이 있고, 세상 밖에 세상이 있는 법입니다."

 

여노가 하성에서 모용부와의 싸움에서 싸우지 않고 백성과 고구려를 지키려 할 때 어린 병사가 나아가 하성을 위태하게 만든다.하지만 그의 노련한 솜씨에 모두 놀라게 되고 그는 성의 문이 열리지 않아 적진에 잡혀가 목슴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는 순간 여노는 그가 궁을 나간 무 왕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목숨과 무의 목숨을 바꾼다. 충신으로서의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죽음으로 무 왕자와 고구려를 지키려 한다.무는 형인 사유에게 자신이 배필로 정해 놓은 여인까지 빼앗기게 되고 태자의 자리도 내 주게 되지만 위기의 순간에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여노를 위해 모용외를 죽이는 복수까지 하여 다시금 고구려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하지만 태자인 사유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4권은 을불 미천왕의 시대가 저물고 사유인 고국원왕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이야기이며 어지러운 주변국 들의 이권 다툼에 고구려 또한 벗어날 수 없음을 긴박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고구려 주변국들은 고구려를 넘보지만 고구려에는 현명한 국상과 모든 것을 듣고 보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미천왕이 있다.모용부에도 힘센 아들들과 힘과 지략가가 있지만 욕심만으로 나라를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는 왕이 혼자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고 왕과 신하 그리고 백성이 모두가 한 뜻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거기엔 유능한 책략가도 필요하고 힘센 장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성인듯 하다. 사유가 태자가 된 이유도 을불이 고구려를 잘 이끈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모용외나 최비등은 자신의 욕심 뒤에 백성을 두지만 고구려의 왕은 먼저 백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그런면에서 사유가 태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순인듯 하다.

 

"아니요.저는 혓바닥으로 폐하께 사세를 간했으나 폐하께서는 몸으로 정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참된 뜻이 무엇인지,올바른 몸가짐이 무엇인지, 저는 오히려 폐하께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용부와의 싸움에서 미천왕의 죽음으로 인해 지금까지 을불 미천왕에 대하여 좀더 생각해 보는 편이 이 책인듯 하다. 들끓는 주변국들 속에서 고구려를 강건하게 지키기 위하여 을불 또한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하며 고구려의 뼈대를 어느 정도 다져 놓고 아들 사유에게 태자를 넘겨 주기도 하지만 창조리의 다음을 이을 사유에게 맞는 책략가 또한 이 책에서 나온다. 유능한 왕의 곁에는 누구보다 뛰어난 책략가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태자로 보아주지 않았던 어머니 아영과 아내이지만 마음은 무에게 가 있는 아내와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모용외가 죽고 모용황이 자리를 차지만 모용부의 세력이 어떻게 되어갈지 고구려를 또 어떻게 흔들지도 궁금해진다.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줄기만 그저 주입식으로 외웠기 때문에 이런 뼈와 뼈 사이의 살과 같은 재미가 담긴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것이 또한 역사가 될 수 있다.더 많은 이들이 역사를 살려 내어 살아 있는 듯한 역사 이야기를 많이 써내야 할텐데 나부터 역사라면 어렵게만 생각하니 문제다.그런면에서 저자로 인해 고구려의 왕들이 어떻게 고난의 시간을 거쳐 왕이 되었고 주변국들의 정세가 어떻게 변해 갔는지 그 흐름만이라도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얻음이라 할 수 있다.

 

무가 태자로 선택되지 못한 것을 보면 강한 것만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드러운 것이 곧 강한것임을 미천왕에 이어 고국원왕으로 만나게 되니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면서 역사를 통해 오늘날의 현실을 본다. 국력이 강해야 주변국에서도 넘보지 않고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아가는 듯 하다. 국력도 약하고 왕의 자리를 놓고 집안 싸움 밥그릇 싸움을 하며 서로 물어 뜯다 보면 그 속에서 헛점이 보이게 되고 그로 인해 나라도 빼앗기고 백성도 잃게 되는 일들이 지금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 하다.역사를 모른다고 미루어 두기 보다는 먼저 자신 있게 읽고 재미를 붙이는 일부터 하다보면 점점 더 빠져드는 것이 역사인듯 하다. 역사상 우리나라가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때이며 어느 시대보다 활발하고 강인하게 우리의 기상을 드날리던 고구려,미천왕을 이어 고국원왕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시대인만큼 다른 이야기들보다 더 속도감 있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4권이다.사유와 무를 통해 고구려의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보여준 책으로 '칼을 이기는 게 어찌 칼뿐이겠습니까? 진정으로 강한 것은 부드러움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를 잘 보여준 이야기이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그것이 바른 길일 것이다.왕은 왕으로서 신하는 신하로서 백성은 백성으로 그렇게 지켜 온 고구려의 고국원왕편인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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