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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어떤 인생이 그만큼 아프고 가난하고 누더기처럼 깁고 또 깁은 낡은 누더기처럼 아픔의 인생일까? 평생 병마와 싸우며 그 안에서 안식하고 욕심없이 살다간 영원한 아이와 같았던 권정생 선생님.그가 남긴 것은 정말 그의 질곡의 인생에 비하면 어마어마하다고 본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도 아니고 대표작들을 몇 편 읽은 것도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들었던 것만으로도 내겐 큰 족적을 남겼다.평생 작은 교회의 종지기로 '결핵'과 싸우며 고난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가 가고 난 후의 그의 삶은 많은 이들의 조명을 받았다.그의 아주 작은 흙집에는 방안 가득 책들이 쌓여 있었고 고무신에 옷 한 벌 무엇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살아 온 것으로 보아 가난해 보였지만 그의 통장에는 1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었다.그 모든 것을 가난하고 헐벗은 북의 아이들을 위하여 써 주길 바란다는 이야기와 책은 가까운 지인의 아이에게 주었다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저 저울에 내 죄를 달면 얼마나 나갈까?.'
지금 그가 살던 빌뱅이 언덕의 작은 집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얼마전에 하면서 몇 권 가지고 있게 되었는데 아직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그의 인생은 '전쟁과 가난 그리고 질병'으로 더욱 고난한 삶으로 그를 몰아간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거리를 청소하는 아버지와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는 부모 밑에서 전쟁으로
인해 모든 가족이 다 모여 살지도 못하고 흩어져 살던 중에 위의 형인 '목생'을 먼저 보내야 했던 불운한 가족사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 오지만 고국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시금 가시밭길과 같은 가난의 길을 걸어야 했던 그들의 삶이 정말 가슴 아팠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과 병은 그를 더욱 절룩이게 만들고 건강한 삶으로 되돌려 놓지 못했지만 그 안에서 그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 듯 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점방 일을 하게 되고 아파도 가난에 자신의 병이 짐이 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더 깊어진 병,그 앞에서 무참히 무너져야 했던 청춘과 그의 가족들.이야기는 그의 동화를 바탕으로 동화적으로 쓰여졌지만 글로 표현되지 못한 무수히 많은 고통의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그 낱낱의 시간을 모두 헤아리지 못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의 삶을 다시금 조명하고 그를 조금은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를 한다. 허투로 무엇 하나 보아 넘기지 않고 담고 표현하고 그리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이면서 보듬어 안고 도와주려 했던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권정생,그가 남긴 것은 강아지똥 밭에서 피어난 무수히 많은 민들레홀씨가 되어 민들레 영토를 만들지 않았을까.
"사람이 뭐긴 뭐야,걸어 댕기는 똥공장이지."
그의 작품으로는 [몽실언니]도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려고 요즘 다시 나온 책으로 준비해 두었다. 힘들고 아픈 와중에 그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얼마나 혼신을 힘을 기울였을까? 자신의 몸이 아프면 정말 신을 저주하고 자신의 가족을 저주하고 세상을 저주하며 살게 마련인데 저주가 아닌 자신의 운명 속에서 '신'을 만나고 자신이 인간세상에 강림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종지기'가 되어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간 듯 하다. 믿음을 가지고 있지마 않지만 그의 삶을 보니 믿음이 별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면 그게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많이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데 그는 그야말로 나눔을 사랑을 실천하며 강아지똥처럼 세상에 빛이 될 수 있는 '희망'으로 세상에 불을 밝히고 그렇게 그 또한 별이 된 사람이다.그의 몸은 비록 병마와 싸워 한 줌이 되었지만 그의 정신은 무엇보다 값지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를 베풀고 떠나 누구보다 가벼운 영혼으로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빛은 그 무엇보다 밝고 널리 널리 퍼졌다고 본다.비록 육신은 병들어 아프고 지쳤지만 정신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날개 없는 천사와 같은 영원한 아이와 같았던 영원한 우리들의 종지기 권정생,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강아지똥과 같은 낮은 곳을 보라고 그가 다시 종을 울리는 듯 하다.뎅그렁 뎅그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