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하우스
캐슬린 그리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흑백티비로 보았던 <뿌리>라는 흑인 노예들의 삶에 대한 영화는 정말 대단했다.오래도록 '흑인 노예'하면 <뿌리>를 떠오렸고 등장인물인 '쿤타킨테'를 떠올리게 했다. 노예해방,남북전쟁에 관한 영화나 소설을 많이 접했던 것도 그 시절이 아니었나 한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주방의 대장격이나 마찬가지였던 인물인 풍부한 '흑인 마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들은 흑인 노예이면서 백인과 생을 함께 하듯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벨'이라는 '키친하우스'에 사는 흑인노예는 '빅 하우스' 에 사는 주인님의 숨겨둔 딸이다. 그런하면 그곳에 주인이 데리고 온 아일랜드계이면서 부모를 모두 잃고 오빠는 노예로 팔려가고 여덟 살 난 소녀인 '라비니아'는 흑인 노예 속에 노예로 들어오게 된다. 키친하우스와 빅하우스 사이에 백인노예인 '라비니아'가 있는 것이다. 그녀가 들어 오고부터 톨 오스트의 담배농장 역사는 파란만장하게 흘러간다.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흙탕물과 같은 역사였으나 더욱 휘오리바람에 휘말린듯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야기의 시작은 거대한 참나무에 걸린 '노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녀가 왜 거기에 걸려 죽게 되었을까? 그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 '라비니아와 엘리' 는 어떤 인물일까? 라비니아는 부모를 잃고 이 농장에 주인에게 팔려오게 된 것이다.그녀는 심한 고통으로 인해서인지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오빠의 존재 또한 오랜시간이 흐른 후에 기억을 하게 되고 찾으려고 하지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거기에서도 그녀의 비극은 예상 되고 그녀는 백인이지만 흑인 노예들이 살아가는 키친하우스에서 벨을 엄마로 여기며 파파와 마마 벤 그외 노예들과 가족처럼 어우러지면 살아가게 된다. 벨은 농장주의 숨겨진 딸이지만 그녀는 해방문서를 들고 이고승ㄹ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가족같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길 원한다. 농장주는 집을 오랫동안 비우며 배를 가지고 먼 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농장은 '랭킨'이라는 감독자와 가정교사의 간사한 혀에 의해 좌지우지 되기도 하고 '마사 마님'은 늘 아편에 길들여져 있어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그녀의 어린 아들은 가정교사와 감독관에 의해 나쁜 길로 인도되고 있다.그런 마셔가 동생을 그네에게 떨어지게 해서 숨지게 하고는 사고가 일어나고 마사마님은 더욱 아들을 버려두기도 하고 아편에 중독되어 간다. 주인이 돌아와 농장을 경영했더라면 좀더 노예들도 편안한 생을 살았을 것이고 농장도 모두의 삶이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갔을 터인데 그러지 못한 운명에 놓이게 된다.

 

'네, 주인님,맞습니다. 주인님.' 이게 내가 하는 말 전부였어.너희들, 날 자세히 봐라. 어떻게 하면 빅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까 말고는 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잖니. 그곳에서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너희를 내 곁에 두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야.

 

흑인과 백인 사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라비니아는 노예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의 삶을 자신의 삶처럼 받아 들이고 적응하며 가족처럼 지내면서 자신이 백인이라는 잇점보다는 이곳에서 그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는 것에 더 행복해 한다. 하지만 점점 삐뚫어지는 마셔,그가 학교에 가게 되고 주인이 농장에 돌아오게 되지만 짧은 시간은 허망하게 흐르고 주인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들의 운명도 급무살을 타게 된다.마셔는 이모네에게 맡겨지듯 해서 순탄한 청년시절을 보내는가 하게 하기도 하고 라비니아도 이모네로 거취를 옮겨 그곳에서 백인으로의 예절과 교양 공부를 하여 톨 오스크의 키친하우스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이젠 백인으로의 삶을 누리는 예절 바른 숙녀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마셔와 결혼하여 그토록 그리던 '집'이라 할 수 있는 농장으로 돌아와 농장생활을 하게 되지만 행복은 순간이고 마셔의 이중적인 생활과 방탕하면서도 폐인과 같은 생활이 이어지며 농장은 겁잡을 수 없이 기울게 되고 모두의 삶은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어찌보면 이야기는 마셔가 벨을 아버지의 '창녀'로 생각하면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그의 '누이'라는 것,하지만 그것을 모두 끝이 난 상태에서 알게되고 운명의 시계바늘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그는 모두의 표적이 되고 만다. 그의 힘을 누군가 꺾을 수 있었다면 농장과 그에 딸린 식구들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부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선대에서 많은 재산을 불려 놓았다고 해도 밑에서 그 재산 간수를 하지 못하고 방탕하게 모두 털어 먹는 경우가 있다.어려움을 모르고 자랐거나 위에서 하던 '방탕'을 그대로 답습하듯 똑같이 재현하면서 재산을 들어먹는 경우가 있는데 마셔의 경우가 그렇다. 어찌보면 그런 아들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한 '엄마'의 어긋난 사랑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아들을 거부했던 마서 마님,죽은 자식에게만 애착을 가지고 놓으려 하지 않고 실제 살아 있는 아들은 한번도 보듬으려 하지 않았던 그녀의 삶 또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그들의 삶에 휘말린 '라비니아'와 그외 노예들 또한 비극적인 삶을 살지만 그래도 그곳이 자신들의 집이고 가족이라 여기며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다른 소설과 다르게 '노예 해방'이나 '노예제도' 에 대하여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 노예 벨과 백인 노예 라비니아의 삶을 통해서 가족처럼 지냈던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듯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숨막힐 듯 이어지는 이야기 때문에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종일 '키친하우스'를 붙잡고 읽다가 마지막 손에서 덮는 순간 왜 그리 허망한지. 불타 없어진 빅하우스의 잔해처럼 내 가슴에 남겨진 것은 시커먼 재처럼 허망하기만 했다.마마의 삶이나 라바니아나 그외 노예들의 삶이 아우성처럼 들려 오면서도 언덕 위 커다란 참나무에 걸린 마마의 죽음처럼 '비극'은 더욱 극대화 되어 시야에서 아니 뇌리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언제쯤이면 여운에서 벗어날까.분명 라비니아와 그녀의 딸 엘리 그리고 살아 남은 노예들은 톨 오스크에서 더 나은 '농장' 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갔을 터인데 그들이 키친하우스와 빅하우스에서 복닥복닥하며 질곡의 삶을 살아가던 그 때가 더 깊게 남는 것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그럴까? 가까이 있는 비극을 뒤덮은 '희극',그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희망이겠지만 결코 먼저 간 이들이 남기고 간 비극이 헛되지 않는 시간의 밑바탕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작가 '캐슬린 그리섬'은 <키친하우스>가 첫 소설이라는데 정말 굉장하다.어느 한 부분 막힌 부분이 없이 집중하게 하기도 하지만 첫 소설이라 믿기지 않을 모든 것들이 그녀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흑인 여성 메리'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니 이 작품 또한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 <키친하우스>에서 벨과 라비니아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살아 남아 다시 톨 오스크의 농장을 일으키는 주역들이 된다. 그녀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것도 아니고 인종도 틀리다. 그녀들의 다음 이야기를 써도 재밌을 듯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키친하우스 후편이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라비니아는 흑인노예들의 거처인 키친하우스에서 자랐고 흑인을 부모 혹은 가족으로 여기며 살았기 때문에 농장의 주인이 되어 그들을 부린 다는 것은 힘들다. 어린시절 그들을 대했던 모든 것들이 온 몸에 남아 있기 때문에 마셔처럼 그들을 갑과 을의 관계로 대한다는 것은 어려움을 주지만 그것이 훗날에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인간의 존엄성, 갑이라는 입장에서 흑인은 그저 '재산'이나 마찬가지다.그들의 신체 일부를 손해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해도 재산의 일부이기에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진 껍데기로 작용을 한다.하지만 그들 속에서 자란 라비니아에게는 그들은 재산이 아닌 '인간'이고 '가족'이고 그곳이 '집'이다.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되는 소중한 존재이다.인간의 존엄성을 아는 라비니아와 그렇지 못한 마셔의 충돌로도 보이는 소설은 흥미롭다.그런가하면 잡초는 강하지만 온실 속의 화초는 비바람에 잘 꺾인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무게감이 있는 책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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