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옆지기와 산행 다니다보니 요거 정말 산행맛 제대로 들였는데 그가 지난 주에 무릎이 조금
나아진것 같다면 축구동호회 활동을 했다. 이년여 공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이제 나아졌다고 무리를
한 것이다. 무릎이 아프다며 산에 갈 수 없단다. 산에 가고 싶으면 자긴 아래에 가서 있겠다고 혼자
올라갔다 오라고 하니 김이 팍... 에효 주말만 기다리고 그 전에 뒷산에 가고 싶어도 나도 몸이 찌뿌드드
해도 참고 기다렸더니 이게 무슨 일이람.그래도 맘의 바람을 재우기 위해 청룡사라도 다녀오자고 의견
일치를 보아 청룡사로 향했다. 아침을 조금 늦은 시간에 먹고 나갔기에 점심시간이었지만 출출하지
않아 절구경을 실컷 하고 나중에 하기로 했다. 이곳은 절 앞에 주차장이 있고 절 입구,청룡저수지를 지나
마을에 주차장이 크게 있는데 산행객들이 많아 절 앞에도 마을에 있는 주차장도 늘 주말이면 꽉 들어찬다.
그런데 요즘 왠일인지 절 앞의 주차장은 없애는 공사를 하고 있고 마을 주차장은 6월부터 유료라는 것,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절이 장사를 하는 것인지.산행을 다니며 유료주차장에 넣고 산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자주 가는 곳들 어디를 생각해 봐도 유료주차장이 없는 듯 한데 무슨 일인지. 6월부터
주차장 유료화라는 말에 그동안 정말 청룡사에 많이도 오고 너무 좋아했는데 그 마음이 싹 가신다.
경비실을 짓는다고 한창 공사중.
그래도 청룡사는 정말 정이 많이 든 절인데...주말이라 산행객들은 더운 날에도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고 절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드문드문,우리도 늘 가는 절이지만 그래도 다시
절을 한바퀴 돌았다. 대웅전에 들어가 절도 하고 옆지기에게 염주 선물도 하고 절구경을 오신 분에게
내가 아는 것을 설명도 해드리고. 좀더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고 정이 더 간다. 그렇게 늘 친근함으로
자리하던 절인데 갑자기 멀어져가는 느낌이 든다.날도 덥고 왜 자꾸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인지.
옆지기는 날이 덥고 뜨거우니 내가 햇빛알레르기가 날까봐 걱정하는데 난 오늘이 또 처음인것처럼
그렇게 여기저기 담는다. 늘 담아도 담아도 새롭게 느껴지고 마음이 푸근해 지는 곳이다.
관음전
산신각
층층나무와 대웅전
뙤약볕에 돌아 다니는 것은 힘들다. 절에 들어오기 전에 절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이것저것 파는
곳에서 [오디]를 샀다. 친정엄마 연세정도 되신 분이 오디를 딸이 온다고 해서 떨이를 하고 들어가신
다고 하길래 나도 좋고 어머님도 좋고 그래서 떨이로 좀 싸게 사듯 기분 좋게 샀다. 늘 이곳에 오면
묵가루며 나물등을 사가서 맛있게 먹곤 하는데 오늘은 오디다,설탕과 함께 오디청을 만들어 보려고
샀는데 차 트렁크에 넣고 두고 절로 가려고 하는데 다른 주민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오래전에
내가 살던 곳에서 오일장마다 만나던 분이시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시 반갑게 만나고 가끔 그 어머님
께도 이것저것 샀는데 얼마동안 보이지 않더니 몸이 많이 불편하신듯 했다. '어머님 어떻게 되신 거냐고
00고장 오일장부터 알고 있고 이곳에서도 올 때마다 많이 이것저것 구매를 했는데요..' 하면서 아는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님이 당신을 젊은 엄마가 기억해 주어서 고맙다고 거듭 말씀을 하신다. 가을에
김장밭에 가셨다가 쓰러져 그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일어나 걸음을
걷는다고 그것이 4년여 시간이 흘렀다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내가 그런 할머니를 기억해 주어 반갑고
고맙다고 계속 말씀 하셨다.우리 모든 분들이 우리 친정엄마와 같으신 분들이라 더 정이 가고 자주
오는 절이라 정이 가는 곳인데 절도 마을분들도 모두 나이를 먹고 있나보다.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대중전 앞의 층층나무는 벼락을 맞아 한쪽이 썩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모두 떨어져 내려서 껍데기 같은 반쪽만 남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속이 훤히 드러났지만 그래도
생명이란 것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해주듯 올해도 당당하게 꽃을 피웠던 흔적이 남아 있고
잎은 초록의 옷을 단단하게 차려 입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이다. 나무도 사람도.
하지만 그 시간을 기억하는 그 무언가는 꼭 있게 마련이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변하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 또 세월이다. 하지만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마음이라는 뿌리만은 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그동안 숙제처럼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무거움을 조금 내려
놓고 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원이라는 것은 없지만 영원하기를 바라는 욕심을 한 줌 남겨 놓고 왔다.
또 언제 어떻게 찾게 될지 모르지만 그 시간엔 좀더 편하게 만나게 되기를.
2013.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