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39세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 타로, 맞선 30연패에도 늘 낡고 모양없는 동그란 안경을 끼고 꼬불꼬불 내려온 머리에 값싼 양복에 한쪽은 반들반들 한쪽은 중고품과 같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변호사라면 그의 매력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아버지도 모르고 어릴적 엄마의 자신의 품어 주었던 소중한 기억마져 온전하지 못한채 보육시설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늘 그리워 하고 사랑한다. 어딘가에서 어머니가 주신 외할아버지의 유품인 볼품없는 안경을 끼고 있으면,아니 자신이 열심히 살아가면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사는 긍정적인 남자 모모세의 겉모양세는 매력이란 어디 찾아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것 같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점점 그에게 빠져 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고양이 변호사> 가 드라마로도 시리즈로 나오게 되었나보다. 이 작품을 읽으니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도 읽고 싶어졌다.

 

"상대의 단점까지 받아 들이는 것.남녀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죠."

 

요즘은 능력있는 남성과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기며 살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모모세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독신남'은 아니다. 그는 열심히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여 맞선을 보고 있지만 '30연패' 대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 변변한 데이트 한번 여자친구 한번 사귀어보지 못하고 '고양이 변호사'란 칭호를 얻고 열심히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매달려 그리 능력있지 않은 여비서와 남비서를 둔 노란문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그를 유명하게 해준 '고양이 사건' 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데렐라 슈즈' 의 회장 장례식에서 영구차 도난사건으로 전개가 시작된다.

 

"지위와 돈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강적이에요. 약점이 없는걸요."

 

도대체 영구차를 훔쳐가는, 영구차에 시신이 있나 없나도 확인하지 않고 훔쳐가는 도둑들도 있을까. 정말 개그적인 일들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판타지' 처럼 육교밑에서 구두닦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만남이며 구두닦이 할머니의 대 활약은 약간은 현실적이라 보다는 판타지적,몽환적인 면도 있다. 이야기는 하나 하나 조각을 맞추어 가듯 모든 일들이 우연처럼 일어나지만 나중에는 이야기 모두가,아니 그들이 만나는 인연이 꼭 만나야 할 사람이 만난것처럼 꼭 들어맞는다. 세상에 허투루 버려지는 인연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것처럼 '죄를 짓고 살지 못한다'는 말이 들어 맞는 것처럼 등장 인물과 사건은 조각 조각 이어지면 끝에 가서는 아름다운 조각보로 거듭나듯 해피엔딩으로 '따뜻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 읽고 손에서 놓으면 무언가 '여운' 남는다 했더니 역자후기를 보니 시리즈물로 이어졌단다. 왜 안그렇겠는가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을것 같던 모모세가 소설을 읽다보면 '괜찮은데' 하며 빠져 들게 되니 말이다.

 

운명은 완벽하게 계산할 수 없다.용감한 사람은 승부를 걸 때 마지막까지 계획을 세워놓지 않는다.

 

저자는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저자가 소설로 이야기 하려는 것은 '열심히 살면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 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꿈을 버리지 않고 키워 나가면,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빛이 나게 되어 있고 누군가는 자신을 알아봐 준다는 것인듯 하다. 모모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나에' 그녀도 늦은 나이에 일을 하게 되었고 막내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 나나에 모습이 저자의 숨은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런가 하면 팔십이 넘은 할머니는 자신이 고집하는 '장인정신' 에 맞추어 자신만의 능력을 그 나이에도 펼친다. 쉽게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생산의 싸구려 물품이 아닌 자신의 혼을 담은 '신발' 누구보다 가죽을 잘 아는 능력자로 나온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것만 같았던 '기무라다무라' 마져도 회장 할머니를 만나 자신들의 숨은 재능을 꺼낼 수 있게 되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던 '다이후쿠' 역시나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있는 능력자나 마찬가지다.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숨기고 있는 별볼일 없는 캐릭터를 저자는 재밋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해 놓았다.

 

나도 강아지를 13년째 키우고 있어서일까 모모세의 수더분한 그 모양세가 너무 마음에 든다. 거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매력없는 모모세를 더욱 따뜻하고 정감있는 남자로 만들어준다.동물을 안고 있으면 따뜻함이 서로에게 전해져 어느 순간엔 정말 좋다. 허전함이나 외로움이 서로의 체온으로 나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작은 털뭉치 같은 강아지를 떼어 놓는다는 생각에 눈물을 줄줄 흘리는 순진남 모모세, 덕분에 반려자를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 그 다음편이 기대된다. 그의 외모 어디에서 '명품'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지만 그가 두여자에게 밀려 구매하게 된 '신데렐라 슈즈' 덕분에 그는 '백마탄 왕자' 처럼 그를 명품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우선은 그의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꽃가루알레르기도 아닌데 눈물 콧물을 줄줄 쏟아내는 맞선 30연패의 39세 남자, 그러니 다이후쿠가 반하지 않았을까? 거기에 자기 일에 대한 소신이 대단한 사람이다.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지닌 남자이니 30연패 아니라 이제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남자임에 분명하다.간만에 따뜻하고 해피한 소설을 만나 단숨에 읽었다. 세상은 너무 자기 이익만 좇으며 살아선 안된다는,널리 어우러져 살아야 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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