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아산 강당골 코스로 올라 간 광덕산 산행 699.3m

 

 

 

 

인생은 어차피 '도전'이다. 한계점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나 자신이다.

산행을 잘 하지 못하지만 남보다 천천히 오르면서 마라톤식으로 하는 산행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른 산이 몇 개 있다. 이곳 광덕산도 천안쪽에서 서너번 올랐는데 그렇게 오르고 야생화를

찍고 하산하는 길에 07년에 산행사고를 겪어 무척 오래도록 고생을 했다. 살아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고 손등뼈만 부러졌지만 여기저기 울엄니 말로 얼먹어서 병원생활을 오래했다.그런 날

보고 울아버지는 살아생전 나보고 이 산 가까이도 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가셨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았고 광덕사에도 몇 번 갔고 이번에는 '산행'이다. 그것도 아산 외암마을을 지나

강당골로 해서 오르는 코스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놓은 코스로 여름에 산행하기 좋지만

험한 코스도 있단다. 옆지기가 지난번 회사직원들과 한번 다녀오고 괜찮다며 가자고 해서 쉬는 날에

한번 간다는 것이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출근'이라 했던 것이 뭔가 오류가 있어 뒤로 미루어져

갑자기 산행으로 우회하게 되었다. 아침까찌만 해도 둘은 반신반의,우리 정말 광덕산 산행 가는거야.

하며 묻고 있었다.일어나니 편두통이 너무 심했다. 머리가 아파 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약을 먹고 떠났어야 했는데 그냥 나가서 정말 고생을 했다.

 

 

 

 

인동초

 

무엇이든 첫 시작이 힘들다. 이곳으로 우리는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올르는 길이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라 아니고 그가 올랐던 길은 여러 갈래의 길 중에 한 곳일 뿐이다. 오르는 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

을 따라 너무도 많다. 어디로 가야 정말 내게 맞는 길인지 처음이라 알지 못하고 길을 잘 모르니 더

힘들고 멀게만 느껴진다.컨디션이 정말 꽝이라 가는 곳까지 오르자고 해 놓고 가는데 첫 시작부터 몸이

무겁더니 정말 힘들고 한걸음 내디디기가 너무도 힘들다. 힘들다 소리를 안해도 내 몸이 밖으로 표시를

한다. 그가 날 보더니 힘들어서 안되겠다며 그냥 '강당골'에서 쉬다 가자고 한다.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어렵다고 늘 포기하면 언제 오르겠는가 왔으니 올라봐야지.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남들과 같은 페이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한테 맞추며 가기로 했다. 쉬며

쉬며 또 쉬고 땀을 줄줄 흘리다못해 옷이 다 젖었다. 내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그냥 장맛비가 내리듯

쏟아져 내리니 그도 걱정을 한다. 하지만 뒷산을 올라도 이러니 괜찮다고,대신에 편두통 때문에 더 힘들

다면서 자연을 구경하며 가기로 했다.물소리가 함께 하니 더 시원하고 나무가 그늘이져서 시원하고.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긴 팔을 입었으니 아마도 더 더울 듯.

 

 

때죽나무 꽃이 떨어져 그야말로 그림이다

 

물소리도 콸콸 좋은데 때죽나무 꽃까지 떨어져 정말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천남성

 

 

집에서 늦게 나온 것이 화근이다. 일찍 서둘러 나왔다면 덜 덥고 지치지 않았을텐데 늦게 나오기도 했고

집근처에서 김밥을 사려는데 없어서 한참 오다가 사서 산에 오기 바로 전에 먹었더니 그것이 배가 불러

몸이 더 무겁다. 배가 부르면 산행을 못하는데.거기에 덥고 지치니 계속적으로 물만 마셔대니 내 배는

맹꽁이처럼 부르다.하지만 땀을 줄줄 흘려대니 거기서 거기일 듯.물을 너무 마시는 것 같아 준비해간

오이를 반을 뚝 잘라 옆지기와 나누어 먹으며 걸었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길다.

가며 가며 계곡 시원한 물에 손도 닦고 세수도 하고 냉목걸이도 물을 축여 둘러보지만 그때뿐이다.

몸에서 나오는 열기도 대단하다.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늘이라는 것. 그러다 정말 기운을 얻을 녀석을

만났다.난 야생화를 보면 기운이 샘솟는다.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다 보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 옆지기가

[천남성]을 발견했다. 이곳은 천남성이 정말 많은 곳인데 한참 피는 계절이다.하나를 발견하니 여기저기

천남성 밭갔다. 거기에 꽃이 진 [풀솜대]를 가끔 만나고 [애기나리] [미나리냉이]도 보이는데 모두

꽃이 졌다는 것. 이런저런 기운도 자꾸 걷다보니 떨어져 이젠 핸펀의 음악앨범을 틀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가며 힘을 내 보기로.

 

여기까지 올라갔다가 이 길을 포기했다.힘들것 같아서..계단이 많은 길인데 하산길에 여기로 왔다

 

천남성인데 잎이 무늬..

 

족두리풀

 

대극

 

 

 

나무가 정말 요상하게 생겼다.비비꼬인것은 연리목이 되기도..

 

가끔 길을 다가다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회도로'를 생각해 보고는 다시 뒤돌아 온다. 자신

에게 맞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산행에서는 더욱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계단 길과 그냥 낮게 빙 돌아가는 산행길이 있는데 방향 표시가 계단 길로

나 있어 그곳을 오르다보니 무릎관절이 아플 듯 하기도 하고 경사가 있어 오르다 다른 길로 가보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길로 많이 올라갔지만 내려오는 분들을 보니 다른 길로도 내려오고 있다.

거기에도 길이 있는 것이다. 그곳으로 가니 흙길이면서 경사가 그리 높지 않고 나무숲길이라 좋다.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고,더구나 물소리가 콸콸 들리는 계곡을 끼고 있으니 산행하기에 좋은데 내

컨디션이 꽝이라는것이 문제다.그래도 그늘이 산행을 계속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옆지기와

둘이서 찾아내는 야생화 이야기를 하며 오르다보면 더 재밌다.그는 늘 알려주어도 금방 까먹고 또

묻는다. 그래도 몇 개는 기억하며 자신을 대견해 한다.빨리 오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살피며 관심

을 가지고 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만난 야생화가 많아 힘든 가운데도 힘을 얻어 올랐다.

 

산딸나무

 

 

이마당샘과 다른 길로 갈라 지는 길.. 

옆지기가 [이마당샘]길은 험하다고 해서 다른 길로 선택,

아고 그런데 그곳이 제일 험한 길이다.일명 헐떡고개..돌길과 경사..정말 장난아니네..

하산할 때는 이마당길로 왔더니 그곳은 완전 평지길처럼 흙길로 좋다.

하지만 이 길에서 [쪽동백]을 만났다.. 너무 반가움..힘든것도 잊었다.

산행은 그런 것이다.힘들어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면 에너지를 얻고 다시 시작한다.

 

쪽동백

 

 

쪽동백

 

하나를 발견하고 나면 주변에 정말 많다. 때죽나무 꽃이 지고 나더니 [쪽동백]이 피어 길에 하얗게

떨어져 내려 얼마나 이쁜지,꽃길인데 너무 힘들다.바로 정상인듯 한데 가도가도 길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정상 바로 밑에서가 더 힘들고 지치고 먼 길처럼 여겨진다.옆지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중간

에서 몇 번 포기를 하라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난 포기를 하지 않고 가는데까지 가겠다며 쉬엄쉬엄

천천히 오르다보니 정상까지 가게 되었다. 무엇이든 한걸음 한걸음이 보태어져 끝에 이르는 것이다.

첫 발에 정상에 갈 수 없듯이 힘들다고 포기하면 이런 행운도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천천히 오르

는 자만이 더 많이 얻고 볼 수 있다. 서둘러 뛰어가며 산행하면 이런 멋진 것들을 놓치고 만다. 천

천히 쉬면서 오르다보니 [쪽동백]도 만나고 담을 수 있고. 오늘 고생이 모두 쪽동백으로 무마되었다.

이 꽃을 보려고 내가 힘든 길을 걸어왔는지 모른다. 내가 내게 박수를 보내며 쪽동백과 조우를 했다.

 

쪽동백

 

천남성

 

풀솜대...꽃이 졌다

 

삿갓나물

 

벌깨덩굴

 

정상주변에 쪽동백이 많다...정상능선이다

 

쪽동백..이런 날이 또 올까.. 너무 좋다.

 

정상

 

 

 

 

정상...

 

 

이곳을 밟지 못할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다.이곳에 오니 다른 세상같다. 정상 표지석은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 줄서서 기다리며 찍어야 했다.어느 분이 우릴 먼저 찍어주고 그 부부도

찍어주겠다고 하니 찍어 주었는데 사진을 너무 멀리 찍어서 내가 다 다시 편집했다.정상에 와서

옆지기는 변장을 하고 왔는데도 용케도 회사직원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에고 덕분에 나도 꼴이

말이 아니지만 인사를 나누고 정상에서 옥수수 막걸리 한 잔,둘이서 나누어 마셨다. 그가 한 잔 더

하고 싶은 눈치인데 점심을 먹어야 하니 마시지 말라고 하고는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이곳에

오며 아침으로 산 김밥,두 줄은 아침으로 먹고 두 줄이 남아 다행으로 점심으로 먹었다.그리고

내가 아침에 삶은 계란과 그가 타 온 커피가 우리의 점심인데 맛나게 먹었다. 산에 갈 때는 간단

하게 먹거리를 싸 가지고 다니는데 삶은 계란은 참 좋다. 밥 대신으로.오늘은 날이 더워 보온병에

얼음과 함께 시원한 물을 넣어 왔더니 그게 큰 몫을 했다.원래 계획은 산행 후에 옆지기가 강당골

에서 맛난 것을 사준다고 했는데 올라오고 내려가다보면.내려가려면 먹고 내려가야 한다.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그래도 다행히 정상을 밟고 먹는 점심이라 맛있다.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맛난 점심이다.

 

 

천남성

 

민백미

 

 

정상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하산 길에 접어 들었다. 우리가 올랐던 헐떡고개 길로 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이마당] 샘이 있는 길로 한번 가보자고 했다. 어느 길이 더 나은지 다음을 위해 길 탐색

겸 다른 길도 한번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 길은 정말 올랐던 길에 비하면 너무도 순탄한 길이다.

이 길로 올랐다면 좀더 쉽게 올랐을텐데 옆지기의 한마디에 너무 힘들게 올랐다. 그래도 값진 경험을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

 

쪽동백이 하얗게 떨어져 있어 정말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나무는 생을 다했지만 죽어서도 멋지다.

 

이마당 샘

 

 

 

 

 

정상에서 순탄한 길로,이마당 샘길로 내려오다 보니 쉽게 내려오기도 했지만 조금 내려오니 [이마당]

샘이 있어 그곳에서 약수를 담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하산 길에 접어 들었다.

오르는 것이 힘들지 내려가는 것은 그래도 쉽게 내려오는데 하산 길에는 더 조심을 해야한다.다리가

풀려 있으니. 내려오는 중에 조카가 톡,조심하라고 하여 몇 번 톡을 나누다 집중. 우리가 올라올 때

왔던 길이 아닌 오르다 뒤돌아 갔던 계단 길로 가기로 했다.내려가다보니 그곳이다. 이 길로 올라왔으면

재미 없었을 듯 하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괜찮다. 소나무길도 있고 중간중간 나무계단이 많다.

 

 

화이팅~~^^

 

익숙한 계단이 나왔다. 이곳에서 이 길로 갈까 다른 길로 갈가 오르다 망설였던 길었는데 다른

길로 우회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은 이 길로 내려오고. 더구나 이 곳에서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오는 중이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견하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가 곁에 있으니

함께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올랐던 것 같다. 내가 힘들 때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손잡아 이끌어

주고 그렇게 산행을 다녀서 우린 우리의 속도에 맞추어져 있다.남들과 함께 하면 이렇게 오르지

못했을텐데 마라톤을 하듯 천천히 끝까지 완주해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고 다음에는 아마도

더 나은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내려가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었다. 하루종일 고생한 우리의 발,시원한 계곡물에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신다.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물이 정말 얼음짱처럼 차갑다. 발을 담그었다 얼른 빼야만

했다. 온 몸이 순간에 어는 느낌.그는 머리까지 감고는 너무 시원하다며 좋아한다.나도 발을 담그고

하루종일 고생한 나의 발을 잘 닦아 주었다. 힘들었는데 시원함에 온 몸의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다.

 

호두..천안의 명물

 

 

 

 

외암문집판각

 

 

 

강당골

 

 

온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처음보다는 길에 눈에 익기 때문에 쉽고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강당골은 이른 피서를 온 사람들로 온통 북새통이다. 벌써 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청춘들은 MT를 왔는지 모두 물 속에 들어가 물세례를 받으면서도 즐거워 하고 텐트를

가져오거나 먹거리를 챙겨와 물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과 고기를 잡는 이들도 있다. 남보다

더 깨끗한 물을 원해 위로 위로 오르지만 내가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남도 더러운 물을 만날수밖에.

오늘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과 또 하나 무언가 족적을 남겼다는

것이 뿌듯한 하루다. 가는 길에 [외암민속마을]에 들를까 하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그가 볼 일도 있고

해서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다.외암민속마을 앞에서 시원한 쮸쮸바 하나씩 물고 집으로 달려 오는 길,

너무도 시원하고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오늘 하나 이루었다.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내가 하지 않을 뿐이지.

 

20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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