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 - 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걷고 그곳에서 숨 쉬는 도시생활자 여행기
김대욱 글.사진 / 예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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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은 어딘가로 떠나야 하고 꼭 내가 있는 지금 현재의 공간을 떠나야만 여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숨,쉴 틈>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버리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눈을 뜨고 맞이한 오늘 하루 그리고 내가 숨쉬고 늘 함께 하는 방이나 집 또한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멀리 가지 않고 내가 속해 있는 현실과 현재의 공간에서 '여행'을 떠난 것처럼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던 깨알같은 '시간과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사진과 글이 참 좋았다.

 

 

 

현대인들은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떠나고픈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아웃도어가 상승곡선이 꺾이질 않는다고 한다.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어딘가로 떠나고 다시 집을 찾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대한민국은 365일 전국이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축제의 장소 어딜가나 왜 그리 사람이 많은지.모처럼 나들이 나갔다가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여 더 고생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남들 안가는 시간에 떠나고 싶지만 그것이 또한 맘처럼 되지 않으니 여유로운 여행보다는 여행뒤에는 늘 여독이 남아 더 힘들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혹은 떠나 온 집이나 내가 그동안 함께 했던 물건들이나 시간 속에서 '여행'을 하듯 하나 하나 소중했던 것들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우리가 잊고 있던 '추억검색'을 하게 만든다. 내가 늘 살고 있는 방과 집이 무슨 여행이야? 하겠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라는 일상이 인생에서는 정말 여행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며 더 소중하고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내가 살아 온 지난 날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여행과도 같은 시간들이다. 한 곳에서 계속 살아왔다고 해도 분명 모든 것들은 변했고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많은 것들은 없어지거나 혹은 잊고 사는 것들이 정말 많다. 어린시절부터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나와 함께 했고 그 시간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되짚어보면 정말 오랜시간 머물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나온다. 나와 함께 했던 물건,사람,놀이,먹거리.그 속에서 잠시 삶의 여유를 가지고 '숨 쉴 틈'을 만들어 보면 행복감에 젖을 수도 있다. 내가 어린시절에는 마당에 공기돌만 있어도 구슬치기 구멍만 있어도 하루종일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다. 굴러다니는 돌과 사금파리는 모두가 놀이도구가 되었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것을 모른다. 컴퓨터나 게임기등이 있어야 어울려 놀 수 있고 그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방에서도 많은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생' 으로 전환을 시키며 '시간여행'을 한다. 추억이라는 단 한가지만으로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일상이 여행이 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난 여행을 가거나 산행을 하면서 새소리 물소리 파도소리가 좋으면 녹음을 잠깐씩 해 온다. 그리곤 가끔 그때 들었던 소리들을 통해 다시금 그 추억에 빠져 들기도 한다. 산행을 하며 녹음한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는 그 장소와 그 때의 기분을 떠 올리게 해주기도 하고 몽돌해변에서 녹음한 세찬파도소리는 다시금 그 바닷가로 날 데려다 주기도 한다.보이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소리'도 여행이 되고 그 소리로 인해 추억을 떠 올리거나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그런가 하면 여행하면 '맛'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여행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방 안에서 가만히 세상을 향해 귀를 열어 놓고 있으면 하루의 모든 소리들이 다 들린다. 그 소리들은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끈처럼 집 안에 있는 나를 밖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꼭 숨 쉴 틈이 보였다.

나는 그 틈을 통해 숨을 쉬면서 먹먹함을 흘려보내고는 했다.

그건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나만의 짧은 여행이었다.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시간이라는 크레파스가 이 도시를 얼마나 멋진 여행지로 그려내는지. 그리고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또 얼마나 다양한 거울이 자기를 비춰주고 있는지.그걸 모르는 사람을 위한 글이다.하루를 쪼개는 이 여행기는.

 

내가 살고 있고 숨 쉬고 있는 공간은 누군가에는 '여행지'가 된다. 나 또한 타인들이 숨 쉬고 있는 곳을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내 공간은 타인에게는 '숨 쉴 틈'이 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처럼 뒤돌아서 보면 내가 떠나왔던 곳은 나에게 다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아니 내가 숨 쉬고 있는 모든 곳이 여행지이다. 멀리 찾기 보다는 내 주위를 둘러보며 '숨 쉴 틈'을 찾아 보면 '도시 여행자'가 될 수도 있고 '시간 여행자'가 될 수도 있다. 내 작은 방에서도 멋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고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다. 나 또한 내 소소한 일상이 여행이고 행복이라 생각하고 늘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그 재미에 살아가고 있다.

 

내게 하루는 여행이다. 매 순간이 새롭고, 눈을 돌리면 볼거리 천지다. 사람들은 흔히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매일의 지루함을 호소한다.나라고 안 그럴까. 여느 직장인에 비해 새로운 일을 자주 접하는 편이지만 똑같고 지루한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비슷하다.이럴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루함을 깨려한다. 나만의 방법은 매일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것.어제와 똑같은 시간,장소라도 그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없는지,어제와 다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인다.

 

문득 바로 손에서 놓은 <64>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가족도 아내도 없는 노인이 어느 날 누군가가 잘못 걸었는지 자신의 집 전화 응답기에 아무 소리도 없지만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노인은 너무 기뻐한다. 그것이 노인에게는 새로운 희망처럼 즐거운 삶으로 그를 이끈다. 늘 같은 시간 공간의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똑같은 하루는 없다. 무언가 달라도 다 다른 날들이지만 정지해 있는 듯한 일상에 우린 질려 버린다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말처럼 주말이 되면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한다.내가 속해 있는 도시와 공간 속에서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음을,생각하기 나름이고 무엇이든 보고 듣고 담기 나름인듯 하다.소중한 하루 멋진 여행이 되고프다면 한번 읽어보면 나의 하루가 더욱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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