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뒷산은 온통 하얗다. 하얀 찔레꽃과 하얀 아카아시아꽃이 피어서 하얗기도
하고 집안까지 아카시아향이 솔솔. 이때는 정말 문을 열어 놓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
는 정말 짜증나기도 하다. 꽃향기가 들어와 좋은데 송화가루가 노랗게 집안을 물들여서 다른 때보다
청소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 그래도 뒷산이 있어 늘 행복하다. 사계절을 느끼기도 하지만 오월
이면 그야말로 온 산을 울집에 다 들여다 놓은 것처럼 꽃향기로 들썩이니 정만 좋다. 그러니 잠시도
했다. 가는 길에는 가로수인 '이팝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어 있어 이 또한 얼마나 이쁜지.
올라오듯 강하게 온 몸을 감싼다. 난 워낙에 이렇게 비가 다녀가고 난 후의 흙냄새 나무냄새를 무척
좋아하는데 지금이 딱 그런 냄새로 숲이 가득하다. 땅 저 밑에서 올라오는 나무냄새 풀냄새 흙냄새
그리고 초록을 흔들며 숲이 잠들지 못하도록 24시간 흔들고 있는 초록바람이 너무도 싱그럽고 좋다.
정말 오길 잘했다. 오늘은 아카시아꽃을 조금 따다가 [아카시아꽃전]을 해 먹으려고 작은 봉지 하나
위에서 올라오는 모든 냄새에 집중을 한다. 찔레꽃도 하얗게 피어 찔레향도 조금 나는듯 한데 아직은
아카시아향기가 장악을 했다. 숲은 온통.
노루발풀..하루 이틀이면 꽃이 필 듯.
은난초
비가 살짝 지나가거나 비가 오려고 할 때 숲은 정마 습하다. 그래서인지 땀은 줄줄 흐르고 땅은
폭신폭신 꽃향기는 온통 온 몸을 감싸니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숲,
하루가 다르게 정말 여름으로 치닫고 있음이 보인다. 숲은 이제 완전히 우거졌다고 해야할것처럼
온통 초록빛이다. 거기에 하얀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수 놓여 있으니 정말 이쁘다. 그 속에서
은난초를 찾아가며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루발풀은 하루 이틀이면 활짝 필 듯 한데 요거 보러
또 날마다 도장을 찍어야 할 듯 하다. 쉬엄쉬엄 올랐는데 벌써 정상이다. 오늘 날이 이래서인지
산행을 온 분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니 정상에서 한 분을 만났다. 의자에 앉아 전화를 하시길래
나는 아카시아꽃을 따기 위하여 반대편으로 갔다. 그곳은 묘가 있는 곳인데 묘를 두어해 돌보지
않아 묘로 향하는 길이 온통 아카시아로 뒤덮였다.그래서 아카시아를 따기가 좋다.
지난번부터 의문을 가졌던 것은 [박하] 였나보다..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박하가...
아카시아꽃을 따러 묘가 있는 부분으로 조금 내려갔다. 아카시아가 자라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제법 많이 컸다. 하지만 아카시아꽃이 아직 덜 자란것처럼 탐스럽지가 않다.그래도 가시가
있고 나무가 낮아서 이곳에서 따기로.다른 곳은 나무가 커서 높은 곳에 꽃이 있으니 딸수가 없다.
아카시아꽃전을 해서 맛 볼 정도만 따려고 천천히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며 아카시아 꽃을
땄다.아니 따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뒤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 느낌 뭐지.하고 옆을 보았더니 아뿔싸,하얀 토끼가 옆에서 풀을 뜯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내게 다가오며 도망가지 않고 왔다갔다 하며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녀석, 그러니까 난 녀석의
밥상에 침범한 사람이다. 녀석은 지금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와는 두어걸음 차이를 두고 옆에서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있는 토끼,이 상황은 백프로 리얼야생
이다.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사진을 찍고 바로 친구와 옆지기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못 믿겠다는.하지만 진짜라는 것. 나도 보고 있으면서도 토끼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믿어지지 않는.집토끼처럼 사람을 보고도 겁내하지 않는 녀석은 간을 정말 빼서
어디에 감추어 두고 소풍이라도 나온 것인지 너무도 여유롭다. 한참을 바로 옆까지 다가와 맛있는
식사를 하고는 '날 좀 잡아봐.' 라는 것처럼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나무 밑으로 들어간다. 풀 숲에서
사는지 가시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산에서 토끼를 본 것은 두어번,지난 겨울엔가
눈이 많이 왔을 때에도 어설피 지나는 것을 보았다. 이 산에서 토끼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그때 그 토끼일까? 사람들이 풀어 놓은 토끼일까?
우산나물
은방울꽃
때죽나무
아카시아꽃을 작은 봉지에 가득 땄다.빗물이 묻어 있어 조금 땄는데 무겁다. 젖은 꽃이라 금방
시들지는 않을 듯 하고 아직 덜 핀 것도 땄으니 딸들에게도 한번은 맛을 보일 듯 하다. 잘 씻어서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말이다. 아카시아 꽃을 따기도 하고 토끼와 조우를 하고는 하산 길로 접어
들어 천천히 내려갔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 난 볼거리가 너무도 많은데 그런 내가 이상한지 이상
한 눈으로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래도 난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아서 숲에 들어가 찼는다.그러다
우산나물 군락지라고 할 수 있을 듯한 곳도 찾았다. 그곳엔 엄나무가 많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잘라갔는지 엄나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대신에 우산물이 있어 반갑게 녀석을 보고 하산길로
내려가다 은방울 군락지에서 몇 개 피지 않은 은방울꽃과 조우를 했다. 벌써 지는 것도 있고
이제 막 피는 것도 있고. 그러더 오솔길을 걸어 소나무 숲으로 향했다. 그곳은 때죽나무가 무척 많다.
나무마다 꽃을 피려고 준비중인 꽃망울들이 무슨 면봉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많다. 참 재밌는
꽃이다. 때죽나무.
때죽나무꽃
작은 산으로 연결된 부분에 이쁜 꽃이 피어 있다. 그곳에 가려면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그 길은 아직 낯설고 차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다니는 무법의 도로와 같은 곳이며 이마트와
연결이 되어 있어 더욱 조심해야할 도로이다. 그 앞에 꽃이 이쁘게 피어 있어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를 건너 가 봤다.보라색 꽃과 하얀 색꽃이다. 데이지인가보다. 이건 아마도 꽃씨를 마구마구
뿌려 놓아서 핀 듯 하다. 산을 허물어 버리고 벌겋게 흙이 드러난 부분에 꽃시를 뿌린 듯 하다.
그래도 이쁘다. 길 가에서 한참 꽃과 조우하고 다시 내가 산행하던 산으로 들어가 다시금 오솔길을
걸어 산의 초입으로 와 의자에 앉아 메밀차를 마시며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잠시 앉아 있었다.
산을 오를 때 땀이 줄줄 나더니 이젠 바람에 식어서 쌀쌀하다. 조금 더 앉아 있으려다 쌀쌀한 듯
해서 서둘러 내려오다 땅을 일구는 한가운데 아카시아나무에 꽃이 탐스러워 내가 손이 닿는 부분의
꽃을 조금 더 땄다. 지나는 분들이 아카시아꽃을 따는 것을 왜 따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다
가신다. 난 향긋한 아카시아꽃전을 할 생각에 그저 행복하다. 아카시아꽃 향기도 너무 좋고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토끼를 만나 더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2013.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