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니사랑표 열무김치

 

 

어제는 어버이날,친정이 가까이 있어도 가지 못해 그저 전화 한 통으로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마침 그날 오빠들이 일을 쉬고 내려와 개울가 밭에 엄마의 소원인 '고추'를 심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가시고 밭농사며 모든 일을 엄마 혼자서 하셔야 하는데 밭이 집에서 조금 멀어 엄마 혼자는 힘드시다.

텃밭도 있으니 텃밭만 가꾸셔도 되는데 엄마는 아버지 살아계실 때처럼 그 밭에 고추며 깨며 마늘이며

양파며 밭작물을 심고 싶으신데 아버지가 없으니 고추를 심어도 그 많은 일을 자식들이 아버지처럼

엄마맘에 속 들게 하질 못하여 작년에는 고추를 심지 않았다.그랬더니 늘 심어서 먹던 고추를 사서

먹으려니 엄마는 그게 양에 안찼던 것이다.그래서 올해는 오빠도 힘든데 고추를 심자고,그래서 아들들이

가서 고추며 그외 작물을 심었나보다.

 

아들들이 내려온다니 엄마는 텃밭에 엄마가 씨 뿌리고 가꾼 얼갈이 열무와 배추를 뽑아 김치를 담으셨나

보다.아버지 계셨으면 또 불호령을 내렸을텐데 그게 평생 엄마가 하시는 일이니 말리지도 못한다. 

텃밭에 무언가 비닐이 씌워져 있더니 그것이 얼갈이였나보다. 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다녀와 힘든데

엄마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니 오래비 거기 갈 때 되었는데 안왔니?' 하신다.'엉~~왜용?'

열무김치를 담아 보내셨다고 해서 마구 무어라 했다.허리도 꼬부라져서 아픈데 그런 일 했다고,그냥

놔두면 다 담아 먹는데 그런 일 좀 그만하라고 했더니 엄마가 더 성화시다. '내가 심은걸로 뽑아서 했다.

맛이 있건 없건 먹어라.팔도 아픈데 엄마야 있으니 해주지.'  엄마들은 다 그렇다.나도 딸들에게 그러니..

'엄마 그래도 담부터 하지 마쇼..나도 다 해먹고 다른 사람들도 다 해먹어.엄마만 힘들잖아.암것도 못해

드리는데...엄마도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잖어.'

 

그래봐야 소용없다. 무엇이든 또 해서 보낼텐니.그게 평생이다.시골노인네 자식 위하는 것이. 그리곤

바로 작은오빠와 올케가 오고 옆지기가 들어왔는데 열무김치 뿐만이 아니라 파김치도 한 통 담아

보내셨다. 재료가 있으니 담아 놓으셨다가 보내는 것이라 파김치는 맛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 밥도

없어 그냥 가져온 열무김치를 넣고 비빔국수를 해서 먹었다. 난 안익은 김치가 맛있으니 내가 먹기엔

딱 좋은데 옆지기는 안익었다고,그러면서도 잘 먹는다.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입맛을 잃어 울엄니

싱겁고 달고.. 그래도 김치는 시원하니 맛있다.아침엔 약간 맛이 들어 정말 맛있다. 한탕기 꺼내어

김치하고만 밥한그릇을 뚝딱 비웠는데 저녁에도 열무김치와 파김치와 밥한그릇을 배부리 먹었다.

울엄니의 사랑이 담겨 있어 더 맛있다. 달콤함이 배인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어서 딱 먹기 좋다.

냉장고에 넣은 것을 싫어해서 그냥 두었더니 맛이 들었다. 옆지기는 이런 김치로 비빔국수를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상가집이 있어 다녀오느라 나 혼자 먹었으니 내일쯤엔 아마도 비빔국수를 또

해달라고 할 것이다.딸들이 곁에 있으면 주는데 늘 이럴때는 아쉽다.나도 딸들에게 엄마처럼 늘 이렇게

맛있는 먹거리를 해 줄까.

 

20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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