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병원에 입원 중인 언니에게 전화,오빠가 엄마가 병문안 오셨다며 올 수 있나 묻는다.
언니는 허리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있다가 어제 일반실로 내려왔는데 다행히 좋아졌다. 이제
죽도 먹고 기운을 차리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 앞으로는 희망만 올 것이다.
병원에 올 수 있냐는데 글쎄,옆지기가 출근하며 병원에 가서 자신의 약 좀 타다 달란다. 어쩔 수
없는 상태라 가서 말은 해 보겠는데... 날이 워낙에 좋으니 뒷산에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에효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큰놈이 체육대회 연습을 하다가 손가락이 골절되어 깁스를
하고 혼자 견디고 있으니 주말에 가봐야 한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고 마트에 들러 햇반을 넉넉하게 샀다.녀석에게 가져다 주기 위하여 밥도
못하고 설거지를 못하고 있으니..며칠은 견디겠으나 언제까지일지.그래도 혼자 씩씩하게 견디고
있어 대견한데 일요일엔 어린이날에 알바를 한단다. 손에 깁스를 하고 무슨 알바,했더니 어린이날
이나 괜찮다며 약속해 놓은 것이니 한단다.올라가도 만날 수 있을지.. 그래도 올라가봐야 한다.
에효 두 손으로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인데 한손에 깁스까지,오른손이라 더 불편할 듯 하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데 얼마나 불편할까.언니에게도 가봐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맘이
혼자서 뒤숭숭하다.날이 좋으니 더욱 뒤숭숭.
마트에 걸어 갔다 왔더니 덥다. 그러고보니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이고 나무들은 이제
완연하게 초록이다. 아파트 화단도 온통 꽃분홍 영산홍에 초록빛으로 옷을 바꾸어 입었다. 진동
으로 놓고 다녔더니 전화에 톡에 문자에 아무것도 못 챙겼다. 택배가 있어 전화가 오고 문자가 오고
그걸 모르고 그냥 다녔다. 집에 들어와 확인하니 경비실에 택배가 있다고 하고 혼자 나갔다 왔더니
여시가 난리다.저도 나가고 싶어서.그래서 다시 분리수거 챙겨 여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들어
오는 길에 택배를 챙겨 오고 위하여. 그렇게 아파트 산책길을 한바퀴 도는데 황매도 피고 명자꽃도
피고 영산홍도 피어 이쁘다. 아파트만 걸어도 오월을 잘 느끼겠다.여시가 싱그러운 바람을 쐬니
좋으니 난리가 났다. 사람 소리만 나면 마구 짖어 대고..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나이 들더니 더욱
짖어댄다. 쬐끄만게 겁도 없이.아파트를 한바퀴 산책하고 경비실에 들렀어니 책이다.
뒷산의 푸르름을 놓고 바로 아파트 화단만 도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여시가 콧바람을 쐬고
나도 택배도 찾고 분리수거도 버리고 오월의 햇살도 즐겼다. 주말의 오후를 잠깐 즐긴 것으로
뒤숭숭 하던 맘도 조금은 가라앉았다.어제 조금 안좋은 일이 있었다. 막내가 학교에서 구매한
책이 반품이 안된다고,방판이나 마찬가지인 책을 애들에게 강제적으로 대금결제를 하게 하는
업체와 하루종일 싸우다보니 머리가 깨질 듯. 업체직원의 전화를 녹음해 놓고 막내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막내가 하는 말과 너무 틀리다. 톡으로 나눈 증거자료도 있는데. 바로 조치를 취했다.
반송신청을 해 놓고 증거자료를 보내고는 일을 마무리 할 것을. 지금도 이런 방판에 강매에 불법적
책판매가 있으니. 전날 구리구리 했던 맘을 오늘 꽃들을 보며 다 날려 버렸다. 막내에게도 상품을
보내고 더이상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그쪽에서 뭐라 나오든 그건 자신들 잘못도 분명 있으니.
막내에겐 그것도 세상공부이고 인생공부라고 했다. 살며서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오늘도 같은 햇살도 흐린 날에는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어젠 먹구름이었지만
그 먹구름 속에 오늘의 햇살을 위한 희망이 숨어 있었나보다.
20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