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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2 ㅣ 밤과 낮 사이 2
빌 프론지니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장르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읽어본지 오래되었다.올해는 좀더 장르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새해 계획을 세웠는데 계획을 언제 세웠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장르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그러다 만난 [장르소설단편집] 은 정말 재밌고 푹 빠져들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읽을 수 있었다. 2권이 '살인사건' 위주로 담겨 있따고 해서 2권을 먼저 집어 들었다. 살인사건이 주제가 되는 이야기는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살인사건에는 대부분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고 인간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권에는 12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완벽한 신사- 브렛 배틀스,약삭빠른 갈색 여우-로버트 S. 레빈슨,돼지 파티- 더그 알린, 장밋빛 인생-도미니크 메나르, 녹 - N.J. 에이어스, 애국적 행위- 크르스틴 캐스린 러시,...장르소설을 좋아하는데 아는 작가 이름이 없는 듯 하다. 내가 너무 편식하며 읽었다는 것을 보여준다.책에 실린 작가들은 다양한 상을 받은 작가들이며 작품들 또한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한번 손에 잡고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단편이지만 빠져 들어 읽었다.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작가들도 장편보다 단편을 더 좋아하기도 하는데 장편에서 느낄 수 없는 단편만이 주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한그릇에 담긴 여러 요리를 맛보는 기분.
<완벽한 신사> 어떤 사람이 과연 완벽한 신사일까? 술도 팔고 그 안에서 춤을 추거나 그외 일을 하는 여자들을 남자들이 맘에 들어하면 돈을 내고 그녀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어느 날 그곳에 '완벽한 신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엘리'라는 여자를 맘에 들어하고 그녀를 돈을 주고 며칠 함께 했다.그러다 일이 발생했다.그남자는 엘리의 남자친구가 테러리스트라며 죽게 만든 것,그걸 엘리가 알게 되고 그남자는 엘리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내고 말았다. 그런 과정을 지켜 보던 나는 어떻게 했을까? 술집 주인은 웨이드 노리스 엘리를 산 남자는 퍼듀다. 그런데 퍼듀가 미국으로 간다더니 실종되었다.어떤 반전이 있었을까?
<약삭빠른 갈색 여우> '약삭빠른 갈색 여우가 게으른 개를 뛰어넘네. 약삭빠른 개가 게으른 여우를 뛰어넘네. 게으른 갈색 개가......' 작가 거스 에버솔은 글쓰기 슬럼프에 빠졌다. 몇 개월 전부터 글쓰기 진척이 없는데 그에게 교도소 글쓰기 교실이 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는 연락이 오고 그는 마지못해 일을 승낙하고 그곳에 갔다가 수감자들이 쓴 글을 자신의 글처럼 제목을 고쳐 발표를 한다거나 내용을 자기것화 하려고 한다. 그러다 교도소내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자신이 갈취한 글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에버솔은 그만두고 싶었는데 시기를 딱 맞추어 그만해달라는 연락이 온다. 그리고 그는 하루도 자신이 갈취한 글 때문에 맘을 놓치 못하게 되고 그러다 그를 찾아 온 교도소 수감자를 만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는 그야말로 '약삭빠른 갈색여우였던 것,그렇다면 자신의 생명은? 사람의 진실이란.
<돼지 파티> 정말 제목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온다. 못 생긴 여자를 데리고 오는 파티라는데 정말 못생긴 여자들이 모이는 파티일까. 못 생기지 않는 티비 속 인형과 같은 외모를 가진 '새러 실버' 그녀는 바텐더를 하는 맬로이보고 자신과 함께 '돼지 파티'에 가달라고 청한다. 왜 나와? 그리고 그녀의 외모는 돼지 파티하고는 정반대인데 왜 돼지 파티일까? 그녀에겐 자신을 알아줄 '특종' 이 필요했고 그에 맞게 이용할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돼지 파티에 투입한 다른 미성년자도 맬로이도 모두 그녀의 '욕망' 의 희생물이 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더 많은 이들의 그 일로 하여 희생이 되지만 새러 실버는 그야말로 '신데렐라'처럼 급부상하고 만다. 인간의 외면을 볼 것인가 내면을 볼 것인가.
이 책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 아마도 <장미빛 인생>이 아닐까? 공원에서 17세 정도의 여자가 교살되었다. 핑크색 비옷을 입고 교살을 당한 여자,과연 누가 이 살인을 목격했을까? 소설을 쓰는 르장드르는 아르노가 쓰고 있는 소설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하라고 한다.탐정이라 속이고 '살인사건' 을 취재하다보면 글의 진척이 있을거라는데 이런 현장에 참여해 보지 않은 아르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다가 공원 근처에 있는 예전에 호텔로 쓰던 건물인 공동주택에 들어가 탐문해 보기로 하는데 일이층을 거쳐 삼층에 오르자 할아버지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을 맞이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니까 그가 저지른 일,살인에 대하여 그는 듣게 되는데 그 살인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어 그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노인분을 숨겨 주고 싶다.살인자로 감옥에 가게 하고 싶지 않다.하지만 노인은 자신의 죄값을 당당히 받으려고,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 소녀에 대하여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살인이고 살인자지만 무언가 감싸주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은 무엇인지.에디뜨 삐아쁘의 비극적인 삶과 겹쳐지듯 소녀의 비극적인 삶이 겹쳐져 더욱 슬픔을 주는 이야기.
<녹>,'튼튼한 철골 대들보라도 녹이 스는 법이라고.우리는 모두 이승의 떠돌이 인생일 따름이다.' 라는 마지막 문구가 정말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에린 플래너리' 그녀의 외모를 보면 모두가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여자다. 그녀가 상사와 함께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서 유부남인 상사와 왜 에린이 함께여햐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 자신이 그녀에게 '총고'를 해주려고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상사와 함께 어울리지 말라는 말을 결코 하질 못한다. 왜 그녀가 급작스럽게 죽고 만다.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맞아 죽은 것인지.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가 펼쳐 질 수록 자신이 '범인' 임을 시인한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일까? 아니면 술 때문에 그녀가 실수를 해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일까? 어쩌면 간단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자신은 정말 그녀를 원했고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순간에 그녀는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정말 단단한 철골이라 생각했던 경찰이라는 '살인자'라고 볼 수 없는 인물이 '살인자'라는 녹을 쓰게 되는 경우다.
많은 이야기들이 읽으면 한 편 한 편 빠져 들어 읽게 된다. 단편이라고 하지만 한 편으로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르소설' 장르소설 단편집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 느낌이 참 좋다. 장편을 읽는 것보다 많은 작품을,다양한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에서 더 선호하는데 2권을 먼저 읽어서인지 1권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살인'에 이르는 길은 정말 다양하다. 간단한 오해에서 빚어지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에서 빚어지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것이 '장르소설'이 아닌가 한다. 순간 별거 아니라고 벚어버리면 될 일들도 순간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여 '살인' 에 이르기도 하는 정말 반전을 가져오는 이야기를 읽으면 삶의 '양과 음' 을 볼 수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