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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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의 책으로 <딩씨마을의 꿈>을 읽었다. 자신의 피를 팔아 가난을 벗어나려던 사람들이 그 일로 인해 어떻게 개인및 마을 더나아가 중국이라는 곳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죽은 이가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갔던 기억이 있다. 실제 중국에서 있던 일을 소설로 그려낸 이야기인데 이 소설 또한 '문화대혁명' 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중국인의 눈을 통해 역사를 꼬집고 비틀어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맛깔스럽게 다루어 놓은 소설인데 겉모습만 핥는다면 가오아이쥔과 샤홍메이의 사랑,아니 불륜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듯 하다. 아이쥔과 홍메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문화대혁명 또한 불륜과 같이 혁명을 이루어 '로맨스'로 거듭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불륜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을 말해주듯 한다.

 

물,물이란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물 한울이 단단한 바위도 뚫는가 하면 길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쓰나미로 온통 모든 것을 휩쓸어 가던 일을 일본의 지진이후에 영상을 통해 본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물이 변화를 가져오는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곧 인내다. 가오아이쥔은 학창시절 명석함으로 지부서기였던 장인의 눈에 들어 맘에 들지 않았지만 군대를 다녀오면 자리를 하나 준다는 약속에 4년의 군대를 다녀오고 아이들도 낳게 된다. 사랑이 배제된 종식번식의 임무만 기계적인 사랑행위에 정이 떨어지는 아이쥔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참는다. 하지만 제대후 그에겐 약속이행이 되지 않고 그는 구시대를 몰아 내려는 '혁명' 병에 든 자처럼 온 몸이 혁명으로 피가 끓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혁명에 가담할 그야말로 이념반려자와 같은 인물인 '홍메이'를 만나게 된다. 홍메이는 그의 친구의 아내이며 자신의 집과는 오백여미터 떨어져 있다.

 

당신은 어두운 그림자에서 탈피해 미래와 광명을 보고 대세를 중시해야 해요. 우리 두 사람의 앞날과 혁명 사업을 중요시해야 한다고요. 과거는 잊고 가벼운 마음으로 박차를 가해서 더 빠르고 성공적으로 우리의 이상을 실천해야 해요.우리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고요.

 

홍메이 또한 '혁명'에 온 몸이 끓지만 그녀가 몸담고 있는 시댁은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를 병자취급을 한다. 그런 홍메이가 아이쥔을 만남으로 인해 그들의 '혁명'에 대한 야망과 '사랑'의 꽃은 활짝 피어 나면서 활활 타오른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들이 사랑을 나눌만한 장소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무덤이며 그외 곳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과 혁명을 불태우던 그들,아이쥔이 지하땅굴을 파면서 그들은 그야말로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자신들의 세계처럼 지하땅굴에서 사랑을 불태운다. 자신들이 이루고자 했던 혁명의 한다계가 성공을 거두면 바로 성교로 발산을 해버리는 아이쥔과 홍메이,혁명과 사랑은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다. 그들의 두 집을 연결하는 지하땅굴처럼 말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연설가이며 혁명가인 아이쥔이지만 그에겐 장인도 홍메이의 시아버지도 걸림돌이다. 아내의 죽음마져 사상으로 몰아가는 냉혈인처럼 그는 '혁명'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치기도 하지만 사랑도 삶도 혁명을 위해 존재하는 삶처럼 일관되게 흘러간다. 그가 혼자였다면 승승장구의 지위를 얻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의 곁에 홍메이가 있음으로해서 그들은 씨너지의 효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찰나에 홍메이의 남편을 살해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의 도피처인 지하땅굴에 묻게 되면서 그들은 벗어나지 못할 죄를 간직하게 되고 왕전장을 자리에서 끌어 내리고 자신이 현장이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어처구니 없게도 감옥에 갇히게 되고 지금까지 자신들의 죄에 대하여 불게 되지만 그들이 감옥에 갇히게 된 '죄'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혁명의 길을 걸으며 지은 죄가 아닌 '사진 한 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자신들의 죄값을 청산하기 위하여 홍메이의 시아버지도 낡은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청사도 모두 없애버리고 그들은 혁명의 승리자로 자유인이 되듯 자신들의 죄값을 받아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된다.

 

아이쥔과 홍메이의 혁명도 절름발이였고 그들의 사랑도 절름발이다. 어느것 하나 완전한 것이 없다. 그런 삶이 있을까. 누구보다 혁명과 사랑을 불태우며 걸어왔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아무것도 이른 것이 없으며 물 한방울이 바위를  뚫는 그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자신들의 절름발이 생을 마감한다. 사회주의와 개인주의의 부딪힘과 개인의 사랑마져 통제당하고 혁명을 위해서는 부모도 아내도 가족도 모두 급물쌀에 휩쓸리게 만드는 무서운 병과 같은 혁명, 문화대혁명이 휩쓸고 간 역사의 자리처럼 아이쥔과 홍메이의 사랑과 혁명이 휩쓸고간 삶의 자리 또한 처참하다.사상범이 되지 않기 위하여 마오쩌뚱 그의 사진을 밟지 않으려 벌벌 떨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이다. 혁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혁명이 이루어진 날은 사랑해위로 배설을 하며 환희에 휩싸였지만 사랑이 지나쳐 죽음으로 내몰렸듯이 혁명도 절름발이처럼 이루어지는 가 하는 날에 그들의 운명을 배신하고 말았다. 억압된 성을 따랐던 구이즈를 원하지 않았던 아이쥔에겐 성에 자유로운 홍메이는 '이상'이며 그가 추구하는 혁명이다.

 

중국의 역사와 문학에 좀더 지식이 있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책이다. 작가가 워낙에 역사를 냉철하게 다루는 작가라 그 속을 알고 읽으면 재밌는데 역사에 문외한이라 겨우 내용만 따라가며 읽었다.사랑과 혁명에 불타올랐던 아이쥔과 홍메이는 불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혹은 태양을 향해 더 높이 날아 올라간 이카루스처럼 왜 그리 짠하면서도 '사진 한 장'으로 그들의 사랑이나 혁명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하니 인생이 씁쓸한지.아이쥔의 혁명에 대한 열정과 홍메이의 사랑과 열정이 보태어져 무엇보다 더 굽이치며 힘차게 흘러가야 했던 물이었는데 그들은 어이없게 무너지고 말았다.아니 어느 순간 갑자기 흐름이 뚝 멈추어버린 것처럼 되어버린 '혁명'이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며 영혼이 되어서도 다시 계속 되기를 바라는 두사람. 아니 저자의 바람이 마지막까지 굽이쳐 흐르고 있다. 문화대혁명은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흐르지 못하게 막았던 '사진 한 장'과 같은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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