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들깨주제비를 먹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산소를 이장하고 모두 함께 가까운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육촌오빠가 잘 아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처럼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북적북적 들깨수제비집에 불이라도 난것처럼 앉을 자리도 없이 북적거린다. 우리는 바쁘

기도 하고 사람도 많은데... 간단하게 한가지 메뉴로 통일을 했지만 사촌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가야만 했고 우리집 식구들만 남아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들깨수제비 집인데 먼저

열무김치와 생채 그리고 보리밥이 조금 나온다. 먼저 보리밥을 비벼 먹고 들깨수제비를 먹는다고

한다. 보리밥은 더 달라고 하면 리필이 되고 수제비도 보니 맛있어 보인다.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기다려도 수제비가 나오지 않는 것,아는 사람들이라 더 늦게 주는 것인지 우리보다 늦게 나온 이들을

먼저 가져다주니 성질급한 울집 식구들 왔다갔다.그래도 제일 늦게서야 나왔지만 불평보다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기다리다 먹어서일까 들깨수제비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열무김치와 함께 말이다. 국물까지 모두

닥닥 긇어 먹듯 하면서 모두 먹어 치웠는데 식당 아줌마가 나오셔서 당신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늘 하던 양을 준비해 놓았는데 오늘 손님이 더 많이 들어 온 것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밀려 들었으니

분명 그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거듭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하고 맛있게 먹고 모두 숟가락을

놓았는데 여유분을 많이 해서 가지고 나오셨다.우리는 산소에서도 일차로 간단하게 먹고 왔고 보리밥

을 비벼 먹었으니 괜찮다고 해도 미안하다며 해오셨는데 더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서 기분 좋게 거절

하고 나오게 되었다.기다리는 시간은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 하는 시간으로 즐겁게 보냈으니

어쩌면 우리게게 그런 여유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삶이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어떤

일을 접하게 될지 모른다. 거기에 너무 각을 세우고 대하기 보다는 둥글둥글하게 받아 들인다면

좀더 생을 유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들깨수제비를 먹으로 왔다가 보리밥까지 먹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 좋게 오늘 점심을 끝낼 수 있는 것,삶은 그런 것 같다. 아버지 산소 이장도 잘 되고 날도

좋았고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했으니 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았는가.봄날 나들이처럼 말이다.

 

20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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