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 자식걱정

 

 

두 딸들 객지에 내보내고 눈 뜨기 전부터 하루 일을 마감하고 눈을 감을 때까지

나도 녀석들을 걱정한다.아침에 제대로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갔는지,학교 공부는 잘했는지,

저녁은 일찍 귀가를 해서 밥을 챙겨 먹었는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막내만 아침에

모닝콜을 해주기에 저녁 늦은 시간에 두녀석에게 카톡으로 귀가를 했는지 한번씩 묻곤 한다. 먼저

해야 마지못해 대답하듯 답을 주는 녀석들,새내기들이 하루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니 적응하기도

힘들 것이다. 엄마가 날마다 잔소리 하듯 묻는 것도 처음엔 잘 받아 내더니 이젠 시큰둥하는 듯.

그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받다 들이기로 했다.그야말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내가 자식걱정을 하루에도 몇 번인줄도 모르게 한다면 울엄니도 만만치 않다. 저녁에 시간이 나서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신다.'어딜 가셨나..늦은 시간에..' 낮에 해봐도 받지 않는다. 마을회관에

가셨으려니 생각을 한다. 그렇게 울엄니와의 통화는 연애인 보다 더 바쁘다. 엄마와 통화를 몇 번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포기를 했는데 오전에 택배가 와 나가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이달 결제 때문에 걱정했더니 옆지기가 전화를 했나 하고 받아보니 친정엄마다. '엄마, 왜...?'

왜 꼭 '왜???' 라고 나오는지.엄마는 두녀석을 한꺼번에 대학을 보냈으니 이래저래 몸도 아픈데

걱정이 많겠거니,어떻게 그 돈을 다 해결했냐며 내 걱정을 하신다. '어쩐다냐..두녀석이 함께 그래서.

그 돈을 다 어디서 나서 했다니,니가 고상이 많다.몸도 아픈데..' '엄마,누가 누굴 걱정한데.난 엄마가

더 걱정인데.감기는 안걸리고...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게 되있어..걱정마셔요.다들 그러고 살아.'

다들 그러고 산다. 요즘 사람들.. 모두 학자금대출도 받고 국가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맞벌리도 하고 그러면서 이겨낸다. 난 그런데 맞벌이는 못하는 저질체력이다. 울엄니는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두녀석 방 얻어 살림내고 반찬을 또 작년처럼 해서 날라야 한다는 말에 울엄니 무너진다. '기숙사에

들어가야 니가 편한디... 제 애미를 왜 그렇게 고상시킨다냐..' 울엄니 은근 내 편이다. 손주보다

자신의 자식걱정을 하신다. '그것들 다 컷다.지들이 알아서 챙겨 먹게 놔둬.' 그것은 말뿐이다.

울엄니는 오늘도 '청국장가루'를 했다며 갔다 준다고 전화를 하신 것이다.물론 엄마가 올라오는 것은

무리고 작은오빠편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엄마,우리가 시간내서 갈께..오빠한테 보내면 오빠도 싫어해

늘 일꾼같다고...' 무엇이 바빠 가까운 친정에도 못가고 사는지.자식사랑도 내리내리 자식걱정도 내리내리.

울엄니는 마을회관에 가자고 동네친구분이 부르는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바쁘게 끊는다.그래도 엄마

목소리가 건강해서 다행이다.아버지 가시고 겨울을 늘 힘겹게 나시는데 그래도 따뜻한 봄날이 와서

다행이다. '저녁 늦도록 마을회관에 있다.거기 가면 따땃하고 말동무 있고 놀다가 늦게 집에 오니 집에

없지.낮에는 일 조금 하고 거기가서 하루종일 있어.' 동네엔 이젠 할마시들만 많다. 울아버지처럼

할아버지들은 먼저 가셨다.마나님들을 남겨 놓고..동네 할마시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하루종일 함께

하신다. 그 속에서 자식걱정도 하고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것들도 다듬고 만들고 그러시겠지.

'엄마,건강하소...아버지 몫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지 손주들 새끼 낳는것까지 지켜보지.'

 

20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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