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을 다녀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2박3일 제주여행을 딸들과 함께 다녀왔다. 원래 제주는 큰딸
수능이 끝나면 올레길을 걷자고 약속을 했는데 녀석은 다시 한번 뛰어 보고 싶다고 했고 난 그동안
이런저런 병원신세로인해 건강이 많이 나빠진 상태라 자신할 수도 없었고 여행을 꿈꾸지도 못했는데
나로인해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해외로는 못 갈듯하고 그냥 제주여행을 계획해 보았는데
그도 녀석 둘다의 시간을 맞추려고 하니 이 또한 힘들다.두녀석 모두 집에서 늘 뒹굴뒹굴 하면서도
'이날 어때...'하면 틀어지는 것이다. 뭐 녀석들은 엄마 아빠가 생각을 안하고 있어 그렇다고 하지만
뭐 다 서로 핑계,그러다 정말 시간이 다 갈 듯 하여 옆지기보고 그냥 앞 뒤 가리지 말고 가자고
하여서 겨우 날을 잡았는데 그것이 또 큰놈이 수강신청을 해야한다고 해서 여행사에 부랴부랴 전화
하여 하루씩 뒤로 연기하게 되어 휴일할증료를 주면서 다녀오게 되었다.
난 여행을 가기 전에 감기도 심하게 앓고 팔이 아파 병원을 다니고 있어 식구들이 모두 날 걱정했다.
비행기나 탈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고.그렇게 하여 여행일정을 잡지 않고 막내와 옆지기보고 잡아
보라고 했는데 늘 가고 싶은 곳만 말하더니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의견조율이 안되었다.그냥 첫 여행지를
잡고 움직여 보기로 했는데 그것이 날이 또한 도와주지 않았다. 첫 날은 갈 때는 그럭저럭 이었는데
점심이 지나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앞도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오리무중,에효 계속 이런다면
어떻게 여행을 하나 싶을 정도로 헤매이게 만들었다.하긴 첫 날 공항에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지고 정말 제주여행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정도로 우린 즐길만큼 즐겼다고 해야하나.암튼 그런
일들이 늘 우리앞에 놓여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생각지도 못한 일들과의 만남,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과의 만남... 모든 낯선것과의 만남으로 인해 한 뻠 더 성숙해지기 위한 떠남과
만남. 그런데 이거이거 나이가 나이인지라 정말 힘들다.한살이도 젊을 때 다녀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나에겐 강행군이라 마찬가지였던 여행이어서 더욱 피곤한가보다.그래도 큰 일 없이 모두 건강하게
잘 다녀왔는데 옆지기가 너무 고생을 하여 몸살이 날 듯 하다.
여행 첫 날만 날이 좋지 않고 둘째 날과 세번째 집에 와야 하는 날인 오늘까지 날이 좋아 정말 제주의
이른 봄을 맘껏 느끼게 해 주어 정말 다행이다. 옆지기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고 했고 우린 그래도
만족스럽게 여행을 했다며 그를 위로했지만 첫 술에 너무 배부르면 다음번이 이어지지 않고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을 또 기약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남겨 놓게 되었는데 정말 언제 다시 가보게 될까.여행을
마치고 오며 저녁으로 순대국밥을 먹고 들어 오는데 여시가 눈에 밟힌다.얼른 들어와 무사한지 녀석을
불렀더니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난리가 났다.다른 때는 밥과 물을 먹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일로
밥과 물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집안에 영역표시를 하듯 오물을 싸 놓은 녀석,그래도 이쁘다. 엄마와
가족을 기다렸다는 것이,그렇게 우리의 빈자리를 지켰다는 것이 대견하다.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해서일까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두톧도 심하고..아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곤이 안 풀려서일텐데
여독은 또 언제쯤 풀릴지.하루도 쉴 날이 없다.막내 이사를 또 해주어야 하고 녀석들 입학식도 있고...
삼월초까지 정신없는 하루가 이어질텐데 여행사진은 또 언제 정리할지.그래도 힘들고 피곤해도 다녀왔다는
것이 참 좋다. 제주의 바람을 페부 깊숙히 가득 담아 왔다는 것이 참 좋다. 더불어 봄도 맘껏 담아 온 듯
하여 참 기분 좋다. 눈을 감으면 노란 유채꽃밭 뒤로 보이던 성산일출봉의 풍경이 아련하다.
2013.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