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하루 하루가 바쁜 날

 

 

이월이 벌써 저물고 있다. 이월은 그러지 않아도 짧은 달이라 마음이 바쁜데 딸들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하니 더욱 바쁘다.오늘은 큰딸 수강신청이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뭐 나 혼자 어제 일찍 피곤해서 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구들을 깨워야 하기에 일어났더니 다들

게으름모드...여시와 나만 부지런을 떨며 돌아 다니고 있다. 오늘은 원래 가족이 제주여행을 계획하여

떠나는 날이었는데 큰놈이 수강신청을 해야한다고 해서 하루씩 뒤로 미루었다. 딸들이 기숙사에서

고딩생활을 해서 여행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겨울부터 해외여행을 갈까 했는데 도무지 식구들

모두가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번거롭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여 밀리고 밀리고 그러다

겨우 막차를 타듯 이 바쁜 시간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해외는 못 나갈 듯 하여 그냥 제주여행으로 일치,

그나마 이정도에서 양보를 해서 얻은 시간인데 살림을 내야하니 더 바쁘다.

 

어제 큰딸이 이사를 했으면 덜 바쁠텐데 짐도 싸지 않았고 오늘 이사를 대충 하기로 했는데 녀석

은근히 게으름모드라 언제 갈지 모르겠다. 하루 하루가 정말 정신이 없는 가운데 울가정 내무를

모두 내손에 쥐고 있으니 더욱 정신이 없다. 두녀석이 함께 출발하니 더욱 혼미한 가운데 여행은

아무생각없이 옆지기와 딸이 계획한 대로 난 그냥 덤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긴 여행이나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는 이유중에 울집 귀요미 12살 할매 여시가 있고 베란다 가득한 초록이들이 있다.

여시를 언니에게 맡기고 갈까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언니도 여시엄마와 그 밑의 새끼인 13년생

그렇게 두마리가 노친네 애견이 있어 안된다.여시가 적응을 하지 못한다.그냥 혼자 집에 두는 것이

더 녀석에겐 안전하다. 언젠가 동물병원에 맡기고 여행을 갔는데 그땐 호야가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두녀석이 밥도 안먹고 날 찾기만 했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곳에 맡기는 것도 여시에겐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님을 안다. 초록이들은 미리 물을 듬뿍 주고 가야한다. 요즘 한창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걱정 걱정. 그러니 난 가도 걱정 가지 않아도 걱정..에효 모든 것 내려 놓고 가야

한다.읽어야 할 책도,급박한 책도 있어 걱정이긴 한데 그냥 다급한 것 하나만 챙겨 가기로..그렇게

하면 여행이 또한 부담스러워지는데...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는 것이 참 힘들다.

 

이제 서서히 큰딸 살림을 챙겨야 한다. 난 대충 챙긴다고 했는데 도무지 뭘 어떻게 챙겨줘야 할지

모르겠다. 밥을 해먹겠다고 하는데 밥이나 할 줄 아는 것인지.반찬은 또 어떻게 해먹겠다는 것인지.

요즘 대충 해보라고 옆에서 조금씩 가르쳤는데 엄마와 하는 것과 혼자서 하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양념이 모두 갖추어진 것도 아니고.하지만 무엇이든 혼자 겪어봐야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부딪쳐

봐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올겨울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밥하고 설거지에 청소당번을

자처했는데 그 시간들이 녀석의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될지.어제 저녁에도 시금치를 삶아 무치고

오이를 무치고 느타리버섯에 통마늘과 파프리카를 넣고 볶음을 하는데 해보라 했더니 '엄마,이렇게

하는거야.와 이거 반찬이 되네.' 버섯을 싫어하고 파프리카를 싫어하는 녀석, 친정엄마가 통마늘을

너무 많이 보내주셨기 때문에 그냥 먹기 위해서 버섯과 볶음을 했더니 맛있다. 시금치는 조물조물

무치고 오이는 이렇게 이렇게 콩나물은 또 이렇게..하며 알려 주었는데 그것이 한번 공부한다고 되나.

살림은 자꾸 여러번 반복적으로 해야 익숙해지는데 모든게 걱정거리.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재밋게

따라하며 '나도 엄마처럼 잘하고 싶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잘해주지 못하는데 그래도 엄마를 높이

평가해 주어서 다행.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뛰어 다녀야 한다. 홧팅.

 

201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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