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조팝
나도 모르는 사이 겨울눈도 보지 못한듯 한데 거실베란다에 있는 무늬조팝나무에 새 잎이 돋아
나왔다.녀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정말 봄이 온 듯 하다. 겨울에 잎이 다 떨어져 내리고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있던 녀석인데 이렇게 새 잎이 돋아 나오니 새 생명을 보아서일까 희망이
샘 솟는 듯 하다.
군자란
봄이면 제일 기다려지는 것이 <<군자란>> 꽃대다.
지난해 여름에 분갈이를 몇 개 해서 다시 심은 것들이 있기에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많은 꽃대를
기대하진 못할 것이다.그래도 저마다 소임을 다하듯 하나 둘 꽃대가 올라오는 것이 이젠 잎과
잎사이를 젖히지 않아도 보인다. 그만큼 봄은 더 가까이 곁에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분갈이를 해야 하는 것은 몇 개 있다.하지만 꽃대가 올라오고 있으니 못할지 싶은데
작년에 분갈이를 해서 심어 놓은 것 중에 서너개를 심은 것과 씨로 번식하여 몇 년 큰 것 중에
두개를 심어 둔 것이 있어 하나씩 뽑아서 분리수거장소에서 주워 온 화분에 분갈이를 했다.
분갈이용토가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분갈이용토와 퇴비 그리고 쌀겨를 썩어서 넣어 주었으니
아마도 무럭무럭 잘 클 듯 하다. 좀더 일찍 심었더라면 올해 꽃대도 올렸을터인데 다른 것들과
비좁게 살고 있어 뿌리를 얼마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의 그릇을 찾았으니 이젠 잘 클 듯.
시클라멘
빨간색 시클라멘이 하나 둘 나비처럼 피어나더니 이젠 제법 화려한 그 자태를 많이 드러냈다.
한곳이 아닌 화분 세개에서 피고 있고 시클라멘 화분이 몇 개인지 모르게 번져났다.
화분 하나에서는 가만히 보니 꽃이 지고 씨가 맺혀가고 있다. 한개의 씨망울만 심어도 얼마나
많이 나는지.. 작은 알맹이에 잎이 한 개 두개 올라오다가 알감자와 같은 뿌리가 점점 자라면서
잎은 더욱 무성하게 되고 이렇게 꽃이 핀다. 그리고 꽃에선 다시 씨가 맺힌다.
나비들의 군무처럼 무리지어 있는 풍경이 참 예쁘다. 추운 겨울이 아닌 봄을 선물하듯
녀석들은 그렇게 거실베란다 화단을 화려하게 수 놓고 있다.
바이올렛
며칠 거실베란다에 밤 늦은 시간에 나가서 '민달팽이소탕작전'을 했다. 아침이면 바이올렛 위로
민달팽이의 흔적이 역력한데 낮에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낮에 스프레이를 해 주고는
밤 늦은 시간에 나가보면 녀석들이 하나 둘 나와 돌아 다니고 있다.그렇게 하여 잡은 것이 14마리,
모두 봉지에 꽁꽁 묶여 사라져 버렸다. 민달팽이는 해충이다. 제라늄 씨나 적상추 씨를 심어 어린
새순이 나면 어김없이 민달팽이가 다 뜯어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제라늄 새 순이 몇 개 돋아났지만
제대로 큰 것이 없고 실외기 베란다에서 씨가 난 적상추를 행운목 화분에 심었는데 민달팽이가
여린 잎을 모두 뜯어 먹어 버렸다. 그렇게 하여 바이올렛 잎 위에 흔적도 밉고 해서 소탕작전을
며칠 해야할 듯 하다. 바이올렛은 다섯가지 색상이 골고루 피었다. 바이올렛은 향기는 없어도
꽃의 색상이 화려하여 피어나면 집안이 다 환해진다. 지금 밖은 동장군의 위력이 아직도 대단한데
이렇게 환하게 집안을 수놓아주니 봄인듯 착각하게 만든다.
천리향
집안에 천리향 향이 번진지 오래인데 정말 오래간다. 군자란을 심고 화분을 옮기느라
천리향을 건드렸더니 꽃이 많이 떨어져 내렸다.하얀 눈꽃처럼 작은 꽃에서 어쩜 이렇게
달콤한 향이 나는지...달달한 솜사탕 같은 꽃이다.
하루하루 다르게 변해가는 베란다 초록이들,덕분에 베란다에 나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동백 꽃몽오리도 점점 커지고 있고 군자란은 여기저기 꽃대가 올라오며 봄이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천리향은 모두가 활짝 피어 달달한 꽃향기가 집안에 늘 은은하게 풍기고
제라늄 시클라멘 바이올렛 사랑초 수선화 부겐베리아는 활짝 피어 겨울인지 봄인지 모를 정도로
집안을 환하게 해주고 있다. 분명 봄은 오고 있는데 마음이 아직 겨울인것처럼 초록이들은
내게 미리 봄을 선사해주고 있다.
201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