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정목 지음 / 공감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 베란다는 모두가 화분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갯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은 화분들,처음엔 그렇게 많은 식물을 키우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나 둘 키우다보니 새끼가 번지고 삽목을 하고 남이 키우다 버린 것을 주워 오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날을 기념하며 나무를 싶고 은행나무 밑에서 은행알이 떨어져 싹이 난 것을 뽑아다 심은 것들이 지금은 울창한 숲처럼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늘 필요한 것이 화분과 분갈이용토이다. 화원에서 분갈이용토를 사다가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느 날은 뒷산에서 흙을 퍼다가 분갈이를 했더니 민달팽이도 있고 달팽이도 있고 언젠가는 청개구리 한마리가 봄에 핀 군자란 위에 있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녀석을 퍼왔던 모양이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민달팽이'가 문제다.처음 한마리는 귀엽다고 그냥 두었더니 녀석이 새끼를 퍼뜨려 그야말로 민달팽이 천국과 같은 날이 오기도 하여 몇 날 며칠은 늦은 시간만 되면 베란다에 나가 민달팽이를 잡는 것이 일이었다.녀석은 해충이다. 식물을 갏아 먹기도 하고 식물위를 기어다녀 그야말로 끈끈이 액을 모두 묻혀 놓고 하여 모두 잡겠다고 했지만 낮에는 숨어 버리는 녀석을 모두 잡는다는 것은 아직도 안되고 있다.

 

달팽이는 정말 느리다.그것이 달팽이를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잣대로 녀석들을 보기에 그런 것이다. 녀석들의 눈으로 본다면 자신들의 움직임은 우주의 시계에 맞추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인데 인간의 눈으로 달팽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느려도 너무 느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느리지만 제 나름의 할 일은 모두 한다. 식물을 갏아 먹고 흔적을 남기고 새끼를 번식하고.꼭 한국인의 입버릇처럼 '빨리빨리'를 외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되고 우물 곁에 가서 숭늉을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 모든 것은 '스피드'로 결정하듯 '빨리빨리'를 밥먹듯 외치고 있다. 빨리빨리 한다면 마침표를 찍는 순간도 빨리빨리 오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연애인들처럼 정상에 빨리 올라가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정상에 빨리 등극을 하면 그만큼 빨리 하산을 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기에 자신의 실패를 위기를 받아 들이는 능력이 부족하여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다. 스마트한 시대가 결코 좋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크푸드 보다는 아날로그인 거칠고 손이 많이 가는 슬로푸드가 다시 건강을 위하여 각광을 받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하나씩 손에 들고 스마트폰에 빠져 살고 있지만 나와 같은 경우 그런 것이 싫어 아날로그와 같은 것을 쓰는 사람도 분명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지만 마지막 마침표는 찍는 순간에는 모든 것 다 내려 놓고 주먹 쥔 손을 펴고 간다고 한다. 친정아버지의 마지막을 느낀 것은 함께 주무시던 친정엄마였는데 주먹 쥐고 자던 손을 슬며시 풀면서 손끝이 차가워져서 아버지가 가신다는 느꼈다고 한다. '내려놓음'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욕심을 쥐고 살고 있는가? 내려놓음을 하지 못해 늘 불안과 걱정,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한걸음 물러나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면 정말 편안하고 좀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남이 가진것은 모두 가지고픈 욕망에 하루라도 '내려놓기'를 실천하기 보다는 99가지를 가지고 1가지를 더 가지려는 사람들처럼 바쁘게 뛰며 무언가 성취하려 한다.그게 과연 행복일까? 그렇게 얻어서 '100'을 채운다고 행복일까? 정목스님의 글을 읽으며 '내려놓기'와 내 마음 통장에 귀한 말씀을 하나 하나 저축하듯이 그렇게 놓치고 싶지 않은 말씀이 너무 많아 밑줄 긋고 책 모서리를 접어 표시하느라 바빴다. 나 또한 참 많이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고 지금까지 내려놓기 보다는 곳간에 쌓아 두려고만 했다. 모든 것을 쥐고 있는것이 행복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행복이 아니란 것을 말해준다.

 

' 제 친구 스님이 새벽안개가 자욱한 길에 쌀 배달을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만 한쪽 눈을 실명했어요. 같은 동네에 사시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쌀을 배달하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 스님 1년간 마음고생 하더니 어느 날 제게 '나 이제 안 울어.내겐 아직 눈 하나가 남아있고, 손도 발도 있잖아. 없어진 것보다 남아 있는 게 더 많아.'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감동 먹었어요.이런 감동, 밥 먹듯이 먹었으면 좋겠군요. 남아있는 게 더 많은데도 늘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우리에게 이 스님 말씀은 눈물이 쏙 들어가도록 합니다.' 물이 컵에 남아 있는 양을 보고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과 같은 말처럼 '마음'이 문제였다. 잃은 것에 대한 아픔보다 남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오래도록 내 발길을 붙잡는다. 나 또한 여러번 사고로 병원신세를 지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삶은 '덤'이고 '감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요즘도 역시나 병원신세를 지고 있고 지난해에는 정말 위험한 순간까지 가기도 했지만 오늘 내가 숨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더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인지.요즘 많이 아파서 가까이 있는 식구들에게 투정을 많이 부렸다. 하지만 내 현재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가하면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얼마나 사진에게 큰 해를 입히는지 말해준다. 분명 나 또한 지금까지 짧으면 짧은 생을 살면서 미워하고 증오하는 대상이 분명 있었다.그런 시간으로 인해 몹시도 내가 힘들었던 시간,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을 마음에서 놓아 버리면 정말 홀가분하다. 상대를 미워하며 가르키는 손가락 하나는 상대에게 가지만 나머지 손가락은 날 향해있다. 그것은 날 향한 화살처럼 더 많은 아픔으로 상처를 준다.하지만 미움이라는 것을 놓아 버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분명 상대 또한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역자사지' 상대가 되어 본다면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내 자신만 생각하며 살다보니 나와 다르다는 인정하기 보다는 내가 다른 것을 인정해 달라고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고통은 나의 스승 - 지금의 삶이 힘들수록 낯선 땅에 이방인으로 온 듯이 살아가 보십시오. 구절양장을 굽이쳐 지나듯 고통을 벗어나는 비결은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참을성 있게 여행자가 되어 관찰하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연습 -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은 필요 없는 말입니다.그때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지금은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배신이나 미움이 제일 큰 화가 되는듯 한데 이 또한 백지 한 장 차이로 내려놓고 받아 들이게 된다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 편하게 살 수 있다.

 

살면서 무의미한 것을 얼마나 많이 좇으며 그리고 가지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은가.욕심을 내려 놓고 미움을 내려 놓고 감사하고 고통을 감내할 줄 알며 내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 들이며 산다면,'세상에 꽃이 필 때 -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도 않고 투정 부리지도 않고 저 자체로 아름답게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꽃들에게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됩니다.' 나보다 낮은 곳에서 피고 지는 꽃에게서 겸손과 침묵을 배우는 것처럼 삶 또한 그렇게 흘러가리라. 달팽이에게는 달팽이만의 시계가 있고 내겐 나만의 시계가 있는데 남의 것을 내것인양 가지려 한다면 헛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남이 알아주기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족하는 삶이어야 한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달려갈 때는 분명 내가 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그것이 삶인듯 하다.하지만 멈추어서면 내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정말 많다는 알게 된다. 우보천리라고 했던가 빨리 달리거나 걷는다면 금방 지치게 될 것이지만 소의 걸음처럼 혹은 달팽이의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면 지치기 보다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것을 더 많이 느끼고 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나쳐 온 것들을 하나 하나 보여주듯 그동안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모두 비질해서 쓸어 버린 후에 귀한 말씀으로 채워 넣어야 할 것처럼 참 좋다. 요즘 정말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런 마음을 놓아 버리게 한다. 그리고 감사하며 살게 한다. 모든 것이 감사며 고통없이 값진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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