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린 공원,하얀 눈의 세상

 

 

오늘은 11시에 진료예약이 있어 오전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갈 준비,그런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지 그 고통이 몸으로 전해지며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것처럼 정말 싫다. 한동안은 치료를

더 받아야 할 듯 한데 정말 가기 싫어 시계만 쳐다보다가 걸어가는 시간을 빼고 맞춤해서 나갔다.

밤에 눈이 많이 내려 미끄러울까봐 두꺼운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챙겨 신고 나갔다. 길은 미끄럽기

보다는 밤사이 내린 눈이 습기가 많은지 질퍽질퍽,녹기 시작한 눈으로 질퍽한 느낌이 있고 여기저기서

녹은 눈이 '투둑 투둑' 떨어져 내려 나무 밑에는 잘 가야 할 듯 했다.

 

 

내가 치료 다니는 것은 '건염'과 '편두통'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더 많다.

그런데 오늘은 젊은 사람들도 많다. 아침부터 샘은 바쁜지 왔다갔다,예약된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도통 내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이럴 때는 정말 도를 닦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멍하니 앉아 기다려야 하는 시간. 어느 연세 지긋하신 어머니께서 젊은 사람에게 하는

말이 '병원엔 젊은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같이 늙은 것들이 쉬엄쉬엄 다니는 곳이여.'

하며 말씀 하시는데 나도 그럼 젊은 것에 포함된다는 말인가.

 

 

기다리는 시간,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느라 여기저기 시끄러운 소리.

난 아직도 아날로그와 같아서리 그냥 멍하니 앉아 운동을 하듯 여기저기 앉아서 체조.

그렇게 한시간여 기다려 내 차례가 돌아오고 끔찍한 치료를 받았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동반하는

치료는 팔꿈치에서 어깨로 그리고 편두통 치료를 한다는데 싫다고 했다. 무섭기도 하고 여기저기

아프다는 것이 싫고. 명절 지나고 다음주로 미루고 건염치료도 다시 예약을 하고...

얼마의 시간인지 모르지만 고통은 그렇게 지나가고 아무렇지도 않게 겉옷을 입고 나오며 처음보다는

참을만한데 왜 자꾸 먼저 몸이 반응을 하는지.

 

 

어깨도 아프고 팔도 아프니 작은 가방에 지갑과 디카만 가져갔다. 디카는 안가지고 다니는데

오늘은 특별히 눈이 왔으니 기분을 내보려고 가져갔더니 오는 길에 도서관과 함께 있는 공원에

하얀 눈이 정말 이쁘게 쌓여 있다. 치료를 받고 꿀꿀하던 기분이 말끔히 시원한 공기와 설풍경으로

인해 모두 달아나버렸다. 눈이 내려서 좋은 것은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새들도 좋은지 여기저기

나무로 땅으로 날아 다니며 지저귄다.

 

 

 

 

쇠도 인간도 자연도 담금질을 해야지 더 단단해 지는 것인지 동장군의 추위에 더욱 단단해진

나무들이 봄에 더 찬란하게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인지 하얀 눈을 이불처럼 뒤집어 쓰고

있는 나무들이 포근해 보이면서 그 속에 봄이 담겨 있는 것처럼 춥다는 생각보다는 희망으로

보인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이 얼마 있지 않다. 몇 사람 이곳에 올라오지 않았는데 그외 새나 동물의

발자국이 눈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다. 자신이 어느 곳을 향하는지 눈 위에 방향을 나타냈다는

것을 녀석은 알까? 뽀드득 뽀드득 눈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공원을 한바퀴 돌다보니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아픔도 잊게 되고 공원에서 보이는 우리집 뒷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봄을 준비하고 있는 녀석들을 본 것만으로도 오늘은 희망이다. 겨울 추위와 눈 속에

꽃몽오리를 달고 있는 목련, 목련은 분명 누구보다 화려하고 희망찬 봄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을 담금질하는 목련에게는 추위가 아닌 희망의 기다림인지 모른다. 오늘 난 그것을

확인하려고 이곳에 들렀는지도 모른다. 분명 여기가 끝이 아닌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20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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