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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하루에도 150번이라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별거 아닌 선택도 있겠지만 인생을 바꾸어 놓을 '전환점'이 되는 위대한 결단의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운명의 기로에서 자신의 선택을 믿고 잘 결정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우유부단하여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도 있다. 선택의 결정에서 보면 그 사람의 성격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데 우린 그럴 때 누군가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여자들은 그런 경우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여 수다로 풀어내는 경우도 많다. 선택의 고민이란 자신에게는 거대한 파도와 맞써 싸우는 것처럼 무척 큰 난관이 될지도 모르지만 남에는 아주 작은 먼지와도 같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쉽게 답을 얻어 내는 경우도 흔하게 있다. 나의 고통과 고민은 큰 산으로 다가오지만 타인에게는 티럭처럼 가벼운 것이 인생인듯 하다.
선택의 고민을 털어 놓을 때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그야말로 '경청'을 잘하며 '호응'을 잘 해주어 남을 잘 풀어주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불난집에 기름을 붓듯 더 화를 돋구는 친구가 있다.아무래도 고민이 있을 때 찾는 친구는 경청과 호응을 잘해주는 친구를 찾아 거대한 바윗돌처럼 가슴을 누르고 있던 고민의 무게를 덜어내기를 원할 것이다. 여기 그런 '인생상담소'와 같은 '나미야 잡화점' 이 있다. 잡화점이 잘 되거나 가게가 무척 화려한 것이라 아닌 보잘것 없는 곳이지만 아이들의 장난을 받아주듯 그렇게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 '기적'을 불러 오는 그런 잡화점이 되었다면 한번 찾아가 보고 싶지 않을까? 그곳이 다른 곳이 아닌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면 말이다.그런데 그곳의 인생상담 역할을 해 주는 분이 오래전에는 할아버지 였는데 지금은 누굴까? 삼인의 좀도둑이다. 그들이 처음부터 도둑인 것은 아니고 어찌하다보니 도둑이라는 인생의 끝까지 몰리게 되어 잠깐 피신하기 위하여 둘린 곳이 '잡화점' 그런데 이곳이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곳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금까지의 글들은 살인이나 그외 살인과 관련된 소설이 주류이었다. 수 없이 많은 글들을 쏟아내놓고 있기에 '매스커레이드호텔'까지 읽었는데 그 전에 소설들도 사 놓고 아직 읽지 못한 것도 있고 한 권 한 권 시리즈별로 읽어보겠다고 사 놓은 책들도 있다. 그래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의 끝을 모르겠다. 이렇게 달콤살벌하면서 재미와 감동까지 안겨주는 살인과는 정말 거리가 먼 인생 이야기만으로 달달한 '기적'을 안겨주는 환타지 같으면서도 동화같은 환타지적 이야기를 풀여낸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인생은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로빈후드가 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인간생활을 습득하고 고립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어찌되었든간에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부대끼면서 그렇게 서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살아가게 되어있나보다. 그게 인간사고 세상사인듯 하다. '유아독존'이란 할 수 없는 세상에서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
인간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있다.
나와 또 다른 사람 그리고 우리들의 인연이란 뫼비우수의 띠처럼 이어져 끝이 없다. 여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달토끼,생선가게 예술가,폴레논,길잃은강아지 등 자신은 절체절명의 순간처럼 지금의 선택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것만 같아 '나미야 잡화점' 에 상담편지를 쓴다.자신의 위기를 표현한 것이 지금처럼 이메일이나 문자가 아닌 손글씨 편지이기에 기적은 더욱 그 파장이 크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렇게 고민을 편지에 써서 고민 편지를 넣는 우편함에 넣어 두면 다음날 새벽에 잡화점 뒷편의 우유배달함에 답장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신' 일 수는 없기에 답장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네 인생사에 정답이 있을까? 정답이 없는 것이 인생이고 정답이 없기에 더 짜릿하고 스릴 있는 것이 인생사다. 달토끼의 올림픽 출전을 하느냐 암으로 죽어가는 애인곁에 남아 있느냐,분명 어려운 선택이다.나미야 잡화점에서는 명쾌한 답을 준다. 아니 달토끼의 마음을 콕 집어 가려운곳을 긇어주듯 시원하게 해준다.고민을 털어 놓는 사람들은 명쾌한 답보다도 고민을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함께 한다는 그 마음에 더 나미야 잡화점을 찾는 것 같다.
도둑질을 하다가 우연하게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와 이곳이 과거를 이어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고 자신들은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가 그들의 인생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삼인의 좀도둑,그들에게는 현대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 있기에 그들의 상담은 그야말로 하느님과 같은 콕콕 찝어주는 쪽집게 '정답'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들의 답장으로 인해 누군가는 더 좋은 삶을 만들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잘못되엇다고 해도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들의 운명은 '환광원'이라는 어린이보호시설과 맞물리고 잡화점과 맞물리고 그리고 다섯 명의 운명,아니 삼인의 좀도둑의 운명과 같은 '점'에서 만난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가 같은 지점에서 만난 것이다. 히기사노 게이고는 단편들과 같은 이야기를 정교한 장인이 되어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톱니바뀌가 잘 맞아 최고의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오르골'을 만들어 내듯 그렇게 절묘하게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우연처럼 만났다가 필연이 되기도 하지만 선택이란 것이 또한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그 위대한 결단의 순간에 나미야 잡화점과의 편지 교환으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동전의 다른 면처럼 바뀌어 '기적'과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내면>>을 잘 그려냈다는 것이 높이 평가하고 싶다.내면을 보여주고 표현하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닌 '편지'였기에 더 가슴에 와 닿았고 잘 드러났으며 타인에게는 보잘것 없는 고민도 그들에게는 운명을 바꾸어 놓을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위기'였다는 것을 하나하나 엮어가며 훈훈한 감동까지 전해 주었으니 참 절묘하다.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곳이기도 하였지만 삼인조 얼뜨기 좀도둑을 개화시키기도 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풀어주는 그야말로 인생상담소가 되었으며 독자들에게는 달달한 재미와 훈훈한 감동까지 덤으로 안겨주는 이야기가 되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할 듯 하다.어딘가 이런 곳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리 주위에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문전성시를 이룰것만 같다.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고 무언가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하면 점집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나 지난해에 고3을 둘이나 치뤄낸 난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두번 들은 것이 아니다. '혹시 점집에 가봤어?' 자신들의 운명도 모르는데 그들이 내 운명을 논한다고 믿어야 할까.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그런 것을 믿지 않아 한번도 찾지 않았다.내 아이를 믿었다. 한번 믿게 되면 달토끼처럼 자신의 고민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찾아야 하는 곳일듯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내 운명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야 성공이든 실패든 받아 들일 수가 있을 듯 하다. 남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면 남의 탓만 하면서 인생을 허비할 듯 하다.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아니 삼인조 좀도둑들은 슬기롭게 답을 제시한 듯 하다. 인생의 등대처럼 길 잃은 양들의 목자가 되어 그들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며 자신들의 인생까지 풀어낸 '잡화점' 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면 잘 들어주어야 할 듯 하다. 그것이 그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기에.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대부분의 경우,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