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권은 밤에게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3
이신조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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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1초씩,1분씩 흐르지 않는다.아니,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흐르는 것은 낮의 시간이다. 밤의 시간은 웅덩이처럼 고인다.이슬처럼 맺힌다. 안개처럼 퍼진다.' 나는 낮 시간보다 모두가 잠든 밤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위의 글을 읽으며 정말 정지한 듯 멈추고 말았다. 내가 느낀 혼자 있던 그 밤의 느낌이 너무도 잘 담겨 있다. 난 식구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혼자 깨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 시간엔 '영혼'이 깨어나는 것처럼 너무도 좋다. 조용한 침묵과도 같은 시간에 나 혼자 밤을 차지하고 있는 듯 고요하고 정지한 듯한 시간, 그 시간은 정말 내 곁에서 웅덩이처럼 고인다. 밤은 나와 하나가 된다. 몽롱하게 밤의 늪에 빠져드는 시간,비로소 나로 깨어나는 시간처럼 아늑하다.

 

스물 두 살,한참 멋부리고 자신을 알아갈 시간에 그녀는 <아침부동산>이라는 계부의 중개인사무소에서 일을 한다.그녀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생부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외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살았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낳아 놓기만 했지 엄마로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아니 호적상 엄마의 동생으로 살아오다 계부가 생기도 시골에서 서울로 옮겨오며 그녀도 성씨를 바꾸어야 했다. 잠시의 안정도 그녀에게 호사였을까 다시 엄마의 죽음으로 시골로 내려와 할머니와 할게 되고 할머니가 중병에 걸리셔서 병간호에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한 자신의 뿌리를 잃었다.혼자 남겨진 그녀 시골을 떠나지 못하고,아니 왜 떠나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곳에서 작은 회사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위안이 된 곳은 아무곳도 없었다.그러다 계부가 나타나고 '아침부동산'에서 일하게 되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된다.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려서인지 그녀는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런 밤에는 그녀만의 의식처럼 매물로 나온 빈집에 들어가 그녀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떠난 집을 청소하고 그녀만의 하루 잠자리로 설정을 한다.집이란 무엇일까? 밤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별거 아닌 시간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가져보지 못한 그녀에게 집이란 위안이지만 늘 겉돌기만 한다. 그런가 하면 숙며을 취해야 하는 시간에 야행성 올삐미처럼 편의점을 순례하고 빈집을 순례한다.자신만의 자신 안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녀, 그녀에게 어느 날 찾아온 신입생 남학생, 그의 뒤를 한번 캐보기로 한다. 그는 누구인가? 맘에 들어하는 방이 있지만 다른 곳에 안주했다는 그가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고 있다. 서로 사무적인 대화만 하다가 점점 의식하지 않게 되고 타성에 빠질 무렵,그가 다닌다는 전문대에 갔다가 투박하고 겨울 한 철을 함께한 검은 외투와 투박한 부추가 맘에 걸린다. 밤과 집에 안주하지 못하여 패스트푸드로 일관하던 삶이 그녀를 비대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클 것만 같던 검은 외투가 이젠 버겁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 할머니들이 장독대집에 안주하게 되고 그녀들의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곳에 있는 '나이트룸'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자신과 만나게 된다. 뿌리 없이 지금까지 흘러가듯 살아 온 자신,나이트룸에서는 온전하게 밤을 맞이할 수 있다. 나이트룸에서 위안을 얻던 그녀,그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신입생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나이트룸은 사라지고 말았다. 양재쌍둥이할머니도 떠나고 그 집은 헐리고 빌라가 신축되고 그녀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 그녀도 이젠 밤마다 빈집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패스트푸드가 아닌 자신이 만든 음익을 먹으며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간다.

 

그녀가 뿌리를 잃어 간 그 시간에 밤과 낮의 균형이 깨진 듯 낮시간의 그녀보다 밤시간의 그녀는 '도둑고양이'처럼 민첩하게 밤과 어둠에 적응하여 잘 돌아다닌다. 하지만 낮은 무료하고 낮잠이 쏟아지고 집주인이 있는 집을 타인에게 중개를 하며 스물 둘의 그녀가 한물간 아줌마처럼 술술 능숙하게 고객을 대하고 있다. 낮의 시간은 고치안게 갇힌 나비와 같다고 보면 밤의 시간은 고치를 벗어나 훨훨 날아 다니는 것과 같은 그녀, '낮은 비둘기의 시간이고 밤은 고양이의 시간이다.' 밤은 빛나는 고양이의 눈처럼 빛을 발혀야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온전한 가정과 온전한 부모를 가져보지 못한 그녀가 이제 세상을 바로 보고 자신을 바로 보고 그 세상안에 자신의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아늑하고 포근한 밤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 그녀가 이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밤 시간에 적응해 가고 있다. 그 자궁 안에서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낮 시간을 갖게 되기까지 지금까지의 밤의 시간은 산고의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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