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집에는 주방에 있는 라디오로 늘 듣는 채널이 있다. 그곳에서 어린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짱구의 일기>를 듣가보면 재밌어서 웃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맞아맞아..' 하기도 한다. 딸들이 있을 때는 함께 듣으며 킥킥 얼마나 웃는지,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더니 정말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제대로 못 마신다고 하더니 아이에게 존댓말을 가르치기 위하여 알려주면 자신은 하지 않고 아빠가 할머니께 말씀 드리는 것을 듣고는 존댓말로 고쳐 이야기 하던가 자신에게 그렇게 해야하는 줄 ㅇ라는 짱구들의 일기며 정말 어른들은 생각도 못하는 말과 행동이 웃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시간은 분명 내게도 있었고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다.언제부터 '동심'을 잃어 버리고 세파에 물들어 팍팍해져 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어릴 때는 '원더우먼'이나 '600만불의 사나이'가 세상을 구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그런 흉내도 많이 내기도 했고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슈퍼맨'이 나타나 구해줄 것만 같은,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슈퍼맨도 원더우먼도 아닌 자기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그런가하면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는 단편적이다. 그저 그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친구들과 놀다가 만화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들어가 티비 앞에 정좌를 하고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어린이 프르를 보면 모두 CG로 되어 입체적이다. 며칠전엔 딸들과 함께 EBS에서 '어린왕자'와 그외 다른 것을 보았다. 깜짝 놀랐다. 너무 화려하고 CG로 멋지게 살려낸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입체적이며 평면적이던 것을 입체적으로 바꾸어 놓아 '야,세상 많이 바뀌었네.' 하며 세모녀가 재밌게 앉아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나의 기억속 어린왕자는 평면적이며 자신의 별에서 장미와 여우와 살 것만 같았는데 반짝반짝 빛나며 입체적으로 바뀐 '어린왕자'는 정말 환상세계로 데려다 주는 것처럼 함께 모험을 하게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순수함회복 에세이' 라고 하는 책의 이야기들은 단편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암튼 짧은 내용들이 있어 여러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보듯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라디오에서 듣던 '짱구의 일기'의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을 간직한 이야기도 많고 어른들이 간직한 순수함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외계인 김동구> 에 나오는 외계인은 정말 외계인이라고 보기엔 어정쩡한 인물이지만 그가 간직한 순수함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누군가 그런 인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김동구 그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만 우리 지구도 살만한 곳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 요런것 꼭 해보는 사람이 있다. 난 그런 성격은 되지 못하지만 한참 유행하던 '버킷 리스트'는 작성해 보고 싶다. 심심할 때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100가지도 넘을 것이다.찾다보니 정말 많다. 무릇 인간은 어우러져서 살아야 한다.

 

<바보 마술사> 참 따듯한 이야기다. 우리는 늘 '일등'이나 '영재 혹은 천재'를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 이등은 기억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일등만 존재하며 살까? 세상엔 너무도 많은 2등들이 있는데.천재 마술사와 2등도 되지 못하는 '바보 마술사'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가슴을 훈훈하게 해 준다. 'TV행복한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어 순수함보다는 '정과 사랑'을 샘솟게 해 준듯 하다. <달 스위치> 이 내용은 정말 '짱구의 일기'에서처럼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어른들의 '사랑'이 엮여 더욱 따뜻하고 오래 기억되게 한 듯 하다. 어린 아이의 눈에 보이는 '달'은 스위치로 켜서 나오는 것처럼 낮에 태양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얼마나 그 표현이 이쁜가. 요즘 우리는 스위치가 아닌 컴퓨터 '클릭'한번으로 모든 것을 하듯 너무도 쉽게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웃이 되는 것도 쉽고 이웃에서 삭제되는 것도 쉽다. 스위치와 같은 클릭 한번으로 결정지어지는 요즘 세상에 '달 스위치' 는 좀더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같이 '성형'이 우선순위인 나라가 있을까? 성형공화국이라는 말도 나오고 성형을 위해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관광을 온다는 뉴스도 종종 접하기도 했는데 <성형 자판기>가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정말 끔찍하다. 요즘 티비를 보다보면 연애인들이 너무도 비슷하거니와 잠시 나오지 않다가 나오면 얼굴이 바뀌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다른 이유를 말하지만 분명 '성형'이다. 하지만 성형으로 자신을 바꾸고 안티에이징을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며 자신의 개성으로 자신을 명품으로 만드는 배우에게 점수를 높이주고 싶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성형으로 물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너무 만연화 되어 자연인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사회는 싫다.한번 손을 댄 자신의 외모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성형 자판기'처럼 너도 나도 성형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함을 씁쓸하게 읽었다.

 

위의 내용들 뿐만이 아니라 마음 따뜻한 동화같은 이야기도 있고 조금 생각을 해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분명 세월은 우리를 어린시절의 '동심'을 간직한 순진하고 순수하던 그 시절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세상도 변하고 인간사도 변하는게 분명 하지만 잃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아니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의 그 팍팍함에 순수함을 간직한 '어린왕자와 장미와 여우 한 마리'를 평면적 만화로 다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입체영상의 화려한 어린이 만화가 아니라 어릴적 그 시간만 되면 티비 앞에 모여들게 했던 순수함의 만화처럼 때묻은 마음을 씻어낸 듯 하다. 요즘 만화나 동화는 판타지로 다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 책의 이야기는 순수함으로의 회귀처럼 연어가 모천을 찾아가듯 모천으로 인도하는 시간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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