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현충사 은행나무길

 

 

 

 

 

 

 

 

 

옆지기가 참깨밥을~~ㅋㅋ 잡곡인줄 알고 넣었단다..

 

 

지난 주 내내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아산에 가기로 했다.

다음주에는 세입자와 전세계약서도 마무리 해야 하고 이런저런 일로 연말이 바쁜데

또 한가지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얼마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아니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일인데 그동안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무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아이들은 커가고 돈의 쓰임새는 정말 눈동이처럼

커져가니 조금만 짬을 내도 가정 경제가 휘청한다. 그런 때 큰 것을 움직인다는 것이 힘든데

몇 년 전에는 거침없이 혼자서 뚝딱뚝딱 해 내던 일인데 이젠 조금 머뭇거림이 생긴다.

아마도 이젠 녀석들이 대학을 다녀야 하니 망설여지고 우리 또한 정년이 앞에 있으니 그럴 것이다.

몇 년 후에 정년이 닥칠지 모르지만 이젠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육년동안 잠재워 두었던 종자를 굴리기로 맘 먹고 옆지기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아침에 간단하게 식빵에 계란을 묻혀 부쳐서 간단하게 먹고 나고 단호박전을 해 놓았는데

밥을 먹지 않고 계속 기름기 있는 것을 해 놓아서인지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여 점심을 건너 뛰고

그냥 내려 가기로 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안개는 무척 진하게 껴 있어 앞을 분간하기 힘들다.

오후라 하지만 저녁과 같은 짚은 회색빛 공간,그 속을 달려 가는 기분이 꽤 낭만적이기도 하면서

약간은 이상한 기분도 들고..그래도 기분 좋게 달려갔다.

 

미리 전화를 해 놓은 상태라 어느 곳으로 갈까 하다가 맘에 드는 곳으로 갔다. 우리에게 기회가

오려고 했는데 마침 마땅한 물건이 두개나 있어 하나를 고르려다 두개로 생각을 굳혔고 소개를

하시는 분도 두개를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두개로 굳히고 나니 기분이 좋다.

눈으로 직접 물건도 확인하고 큰오빠가 사는 곳이라 볼일을 마무리 하고 큰오빠에게 전화 했더니

엄마집에 가서 창고정리를 혼자 힘들게 하고 있다는 오빠,모임이 있어 올라 온단다.

올케와 차 한 잔 하고 가자고 옆지기와 함께 과일을 사들고 올케를 찾았다. 갑자기 전화도 없이

갔더니 올케는 놀라기도 하면서 좋아한다. 한참 올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빠가 오고

오빠와 사는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 오빠가 모임에 가야한다고 하여 가는 길에 내려 주고

올라 오는데 그야말로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곡교천변 현충사 앞에 왔을 때는 더욱 안개가 짙어

정말 무섭다. 간간이 지나는 차의 불빛이 없다면 정말 안개에 홀릴것만 같은 날씨다.

잠깐 현충사에 들르게 되었는데 암흑의 도시처럼 불빛이 없다. 시간도 늦었지만 정말 캄캄한

가운데 안개 때문에 더욱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날씨, 집으로 향하는 길 마음이 가볍다.

 

하루종일 식구둘이 밥을 한 톨도 먹지 않았다. 옆지기는 간단하게 시켜 먹자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오늘 밥 한끼 먹지 않게 되기에 그냥 밥을 해서 먹자고 했는데 내가 힘들것

같다며 자기가 밥은 안치겠단다.난 다른 일을 하느라 그냥 놔두었더니 쌀과 잡곡을 이것저것

넣고 쌀을 닦으며 이상한단다. '이번 쌀에는 건불같은 것이 많네..이상하다..잔게 많아..'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 잡곡을 패트병에 담아 놓고 먹는데 거기에 참깨도 넣어 둔 것이 있다.

일전에 엄마가 주신 참깨를 담아 놓았는데 난 알지만 그는 모른다. 지난번에도 참깨를 넣을 뻔

했는데 나 때문에 넣지 않았던 적이 있어 얼른 부엌으로 가보았더니 아뿔싸,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참깨들이여..열려라 참깨가 아니라 참깨밥으로 거듭나게 생긴 참깨여..

-미쳐요 미쳐..이것은 쌀 속에 있는 건불이 아니라 참깨에요..참깨도 몰라요.. 알갱이가 작잖아.

-내가 어떻게 알아.같이 있으니 잡곡인줄 알고 넣었지..

-오늘은 참깨밥이네요..참깨밥.. 얘들아 아빠 때문에 참깨밥 먹게 생겼다.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에 참깨밥..오늘은 참세트네..내가 그래서 일부러 참깨 넣은거야

그랬다. 김장 담는 날 가져 온 겉절이에 참치를 넣고 어묵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더니 일품이다.

그것과 함께 참깨밥을 먹은 것이다. 모두가 맛있다며 만족도 100%인 저녁식사를 했다.

간만에 식탁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참깨밥도 그렇고 참치김치찌개도 그렇고 위기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 날이기에

모두가 활짝 웃으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옆지기 아니었으면 언제 참깨밥을 해 먹을까.

친정엄마가 힘들게 농사 지은신 것이라 난 참깨를 아껴 먹고 있는데 옆지기는 뭉턱 밥에 넣고 말았으니..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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