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만 생각이 많은 날
마지막 달이라 그런지 옆지기는 날마다 회식,큰딸과 둘이서 종일 붙어 있다보니 똑같이 닮아가고
있다. 둘다 게으름모드. 춥다고 밖에도 나가지 않고 많이 움직이지도 않고. 읽고 쓰고 해야 할
숙제가 밀려 있어서 맘이 복잡한데 마무리 지어야 할 일도 있고 더욱 심란하다.
늘 한해의 끝에 서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우리의 노후'를 생각하게 된다.
점점 정년퇴직이라는 것에 한걸음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지만 딱히 그 후의 생활을 정해 놓은
것이 없으니 막연하기도 하고 무얼 해야할까 고민해 보면 그저 빈 도화지 같다는 생각.
몇 년 전에는 부동산에 대해서 한참 머리를 굴려가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뛰어 다녀도 보았는데 너무 전력질주를 한 것인지 진이 빠져 몇 년 귀를 닫고 있었더니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고 이제 옆지기는 사회에서 언제 밀려날까 눈치를 봐야 하는 나이...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되는 한 해를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없다. 분명 무언가 열심히
좇으며 살아 왔는데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금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보고 자료를 찾아 보고 좀더 내 생각대로 밀어부치지 못한 것이
후회 되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음을. 거기에 연말이라 연말정산도 챙겨 봐야 하는데.
오전내내 자료를 찾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다. 전화를 붙잡고 있는 날 보고
'엄마 대단한데..' 경제관념이 제로에 가까운 제 또래들을 보다가 엄마가 하는 사는 이야기를 접하니
완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는지 지금까지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해줘도 모르겠단다.
이십대야 쓰는게 먼저이지만 엄마는 모으는 이야기를 하니 하나도 머리에 박히지 않는것.
날도 추운데 어제는 보일러를 누가 잘못 건드린 것인지 엉뚱한 곳으로 가 있다. 추운 곳에서
여시와 내가 잔 것이다. 여시도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간식이 떨어져 주지 않았더니
그래서인지 영 기분이 좋지 않아 내게만 매달린다. 춥다고 어제 간식을 사러 나가지 않았더니
녀석에게서 금방 이런 변화가 오다니 마트에 다녀와야 하는데 또 나가기가 싫다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 찬바람을 쐬고 들어오면 좋을텐데...아..사는게 복잡 복잡...
이런 시간 일수록 한템포 쉬어 가며 저울추 하나 내려 놓고 다시 시작해야 할 듯 하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