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눈 구경 갈까

 

 

어제 눈폭탄 제대로 오더니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은 듯 조용하고 세상은 온통 하얗다.

눈폭탄 때문에 나는 좋아서 집안에서 난리 난리 하지만 옆지기는 회사에서 난리였다.

여기저기 일이 터져서 난리이기도 했지만 비상이라 오지 말라고 했는데 내 생일이라도

힘들게 퇴근한 옆지기가 국화꽃바달을 사들고 들어오자마자 회사에서 전화,비상이란다.

차도 놓고 회사버스 타고 퇴근했는데 들어갈 일이 막막.외식도 못하고 그냥 미역국 데워 김치와

얼른 한그릇 비우고는 다시 여기저기 전화,그리곤 다시 벗었던 옷을 주워 입고 다시 나간다.

어떻게 가려고..택시 타고 전철타고 버스 타고.. 그야말로 산 넘고 바다 건너서 가듯 그도

연결되는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여 가겠다는 것인데 걱정이 되었다.하루종일 여기저기서

띠용띠용 소리만 요란하게 나고 밖에 보이는 차들은 거북이 걸음이던데.

 

 

옆지기에게 농담으로 '겨울 끝나고 집에 오소.필요한 곳에서 살아..' 했지만 정말 그렇게 되는

것처럼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나니 '우리집은 누가 지켜..당신이 울집을 지켜야지' 했더니만

'울집은 관리사무실도 있고 괜찮아.하지만 회사는 내가 있어야 돼.' 하며 간 사람이 걱정..

날도 무척 추운듯 한데 늦은 시간에라도 올 수나 있을지.. 큰놈과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약기운에 피곤하여 졸린것을 참고 그래도 기다려 보는데 늦은 시간 현관문이 열리며 그가 왔다.

그래도 힘들게 다녀 온 것이 다행이란다. 물론 이번에도 차는 회사에 놓고 왔다. 눈폭탄에 제대로

맞았는지 그 지역이 정전,그야말로 눈 속에 암흑의 시간이 계속 이어졌나 보다. 울집도 순간정전이

몇 번이나 있었던지 큰놈이 무섭단다. 눈은 쏟아붓듯 내리니...

 

 

 

그런 시간이 지나고 밖의 풍경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하얀 눈의 나라가 되었다.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나란히 나란히 달리고 뒷산도 멀리 보이는 풍경도 온통 하얗다.

설설 눈 위로 기어 가는 자동차들 위로도 몇 센티의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온통 하얗게 덮힌

세상은 그야말로 순백의 신부처럼 눈부시다.어젠 쏟아져 내려서 앞이 보이지 않더니만

오늘은 깨끗하니 멀리 멀리 하얗게 다 보이지만 몹시 추운듯,그래도 뒷산에 눈구경을 가고 싶다.

올해 뒷산을 간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고 수술 후에는 더욱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눈이 나를

강하게 유혹한다. 스틱 하나 짚고 아이젠 하고 모자 눌러 쓰고 장갑 끼고 그렇게 뒷산에

가고 싶다..하얗게 온통 눈을 뒤집어 쓴 뒷산이 너무도 강하게 유혹하기도 하지만 너무 아름답다.

언제 이런 풍경을 만날까. 겨울이라고 해도 몇 번 만나기 힘든데 금방 녹지 않을 눈,뒷산 입구만이라도

한번 다녀올까...정말 눈이 녹기 전에...눈 피해는 걱정이지만 난 강쥐고 아닌데 왜 이리 설레는지.

엄마의 텃밭에 상추며 대파며 시금치며 쪽파며 밤새 안녕하신지 걱정이기도 한데

내 곁에서 날 부르는 듯 하얗게 치장한 뒷산에 가고 싶다...

 

201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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