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부지방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하고 은근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아침엔 눈이 내리지
않고 흐리기만 하여 '정말 눈이 올까?' 하고 의문이었는데 정말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오늘은 내 생일,뭐 나이 들어서 생일이라는 것이 그렇고 그런 날의 하루지만 아침부터 친구들
문자에 식구들 문자 그리고 학교에 있는 막대딸이 영상통화로 친구들과 모여서 '생일축하합니다~'
하고 단체로 노래를 불러줘 가며 생일축하한다고 해주니 기분이 우쭐,아고 이쁘게 씻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날려준 하트,녀석들 하트 날려준다고 또 난리...그렇게 아침을 시끌벅적하게 보냈다.
막내가 '엄마,오늘 맛있는 거 먹어야 돼...' 그래서 '언니가 회 먹제.엄만 싫은데.글구 오늘 엄마
생일인데 언니가 좋아하는 것 먹자는데..' 했더니 엄마가 맛있는걸로 먹으란다. 그런데 맛있는게
뭘까? 요즘 반찬은 김장때 친정엄마가 담아 준 겉절이에 언니가 준 돌산갓김치와 그외 김치..
어제 저녁엔 큰놈이 미역국을 끓이겠다며 미역을 달란다. '없는데..괜찮아 엄마 미역국 안먹을거야.'
하고는 끓이지 못하게 했다.옆지기도 회식이라 기분 좋게 마시고 들어와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 출근..
에효..우렁이 각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아침은 내가 준비해야지.큰놈은 핸펀 알람을 해 놓아
닭목가지를 비트는 소리가 아침내내 집안을 울려도 일어나지 않고 내가 미역 불리고 쇠고기 찾아
해동해서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안끓이면 서운할 듯 하여 큰놈 먹으라고... 맛있게 끓여 놓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겨우 깨웠더니, '헐,어제 저녁엔 미역 없다더니..누가 끓였어?'
'누구겠습니까...어머님이죠..나 바로 나...생일인분이 직접 끓였습니다.우렁이 각시가 되어'
미역국을 누가 끓이고가 뭐가 중요해 함께 둘러 앉아 맛있게 먹는게 중요하지.
그런것 보다 오늘 정말 때를 맞추어 눈이 온다는 것이 정말 좋다. 호우시절이 아니라 호설시절인가.
암튼 정말 마음은 아직 소녀처럼 눈이 온다고 또 집안을 뛰어 다니며 천방지축 큰놈에게 소리소리.
녀석 요즘 밤과 낮을 바꾸어 살고 있더니 또 졸고 있다. 엄마는 눈이 온다고 설레어 이 쪽 창으로
저 쪽 창으로 뛰어 다니느라 바쁜데 녀석은 침대에 누워 엑스레이중...
십이월도 맘이 이래저래 바쁘다.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으니 책이 잡히지 않는다.거기에 숙제를
해야 할 책들이 모두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음메 기죽어' 예전에는 팍팍 넘겨지던 스피드도
어디로 달아 났나 도통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그냥 쳐다만 보고 있다.오늘은 눈도 많이
온다고 하니 마음 가라앉히고 앉아서 밀린 숙제를 해야할 듯 한데 그게 가능할까...
산다는 것 별거 아닌데...눈이 내려도 호들갑이고 비가 내려도 좋아 하고...암튼 세월이 지날수록
그때 그때 변하는 날씨에 따라 기분도 달라지고 새롭게 보이고 다가오는데 어쩔 수 없이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나이라는 숫자, 이제 하나를 더하게 생겼다. 하루하루 더하기를 할수록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어가는 욕심,버리지 못하는 욕심에 노예처럼 질질 끌려가지만
오늘만은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하루를 채우듯 그런 하루로 보내자고... 내 새로운 날처럼...
201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