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 눈 눈이 왔어요

 

 

어제는 겨울비가 내리고 몹시 춥더니만 늦은 저녁부터 바람도 쌀쌀하고 눈이 조금 날리기

시작하더니 밤사이 하얗게 내 주변을 덮어 놓았다. 어제와 오늘은 너무도 다른 계절처럼 보인다.

어제는 은행 볼일이 있어,아니 전적으로 옆지기에게 한번 해보라고 맡겨 놓았는데 은행이라면

무서워하는 옆지기 함께 가잖다. 그동안 내가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하다보니 낯설어 하기도

하고 안하던 것을 하려니...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다보면 내가 안하던 것을 해 보아야 한다.

집안 일을 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해 보아야 하고 서로 바꾸어서 해 보아야 나중에

당황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친정엄마를 보며 생각한다.

 

 

집을 장만할 때는 안될 것만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일은 저질러 놓고 봐야 어떻게 결말이 난다는

것을 살면서 늘 배운다.부딪히면 분명히 길이 있다. 보이지 않던 길도 부딪히다보면 여러 갈래의

길이 나오고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던 일들도 끝이 보이게 된다. 문제는 결말만 생각하고

'안돼' 라고 생각하고 실행하기 전에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기 전에 기반을 닦아 놓겠

다고 장만한 것들이 이젠 큰 결실을 가져오니 힘들었지만 그때 부딪히길 잘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금 다시 도전하라고 하면 못할것 같다. 뒤돌아보면 그때 어떻게 어디서 그런 배포가 나왔는지

모르게 혼자서 움직이며 큰 덩어리들을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갑' 이 되어 '을' 두고

산다는 것이 을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올해 12월은 내겐 무척 복잡하고 바쁘다. 두녀석 대입도 마무리 해야 하고 세를 준 집에 전세 만료

가 되는 달이라 그도 또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새로 장만하여 풀옵션으로 준비한 집을 세를 주고

6년여 터치 하나도 없이 보내다보니 을은 당연히 받아들였나보다. 자신들의 사정을 봐주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지만 전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물론 매매가도 치솟았다.

거기에 역세권이니 더욱 물량이 달린다. 힘들게 장만하고 쉬는 기간처럼 귀를 닫고 신경쓰지

않은 사이 무척 많이 올랐다.그러니 우리도 올려 받아야 하는데 을이 고자세다.어제 은행에서 조언을

받았는데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는,그야말로 정말 마음씨 좋은 갑이었던 것이다. 옆지기에게 을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더니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하는 줄 알고 있다가 모든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이제서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하느냐'고 저자세가 되었다고 한다. 기간이 그런 것을..

남의 사정 봐줘가며 있던 우리를 낮춰 보더니 이젠 저자세로 나온다. 사는게 별거 아닌데 있다고

우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정을 봐줘가며 지금까지 살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리고 시세라는 것이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만 늘 뒤쳐저 있다보면 뭔가 문제 있는 집으로 생각을 하고.

이젠 나도 시세에 편승하겠다고 옆지기에게 말했다. 역으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고.

 

 

어제 은행 볼일을 마치고 빗속을 뚫고 집앞 병원에도 다녀왔다. 약을 먹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한동안 좀더 먹어야 한다나.. '난 그런데 왜 약만 먹으면 졸립죠~~?' '그 약은 졸린 약이 아닌데요..'

의사분이 개그맨 박성광을 꼭 닮아서 이야기 하고 있으면 괜히 웃긴다. 둘은 졸립다 아니다를 놓고

몇 분간 계속 반복되는 말만 했다. 졸립지 않은 약인데 내가 먹으면 졸립다. 자기 전에 먹고 자서

모르겠는데 아침에도 비몽사몽이다. 졸립다. 역시나.그래도 일어나 창을 열고 밖을 보니 '눈이다.'

하얀 세상,오늘은 언니의 생일이다. 나이를 먹어가니 그런 사소한 것을 챙겨주는 것도 왠지

외롭지 않게 그리고 서럽지 않게 하는 일이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울집은 한 주에 가족 생일이

모두 겹쳐 있 듯 한다. 그래서 늘 엄마께 '기술자'라고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 그런데 들어 온

사람들도 생일이 비슷비슷 겨울생일이다. 언니의 생일을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생각했다가

바로 잊었다. 그게 요즘 나다. 두녀석 대입 때문에 정신 없고 나 또한 아직 몸이 아직 성치 못하다고,

혼자서만 그렇게 느끼고 있어서인지 괜히 바쁘다. 거기에 날이 갑자기 추워지고 세입자 때문에

또한 머리가 복잡하고...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 12월이 마무리 달이어서인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 오듯 그리고 한꺼번에 밀려 가듯 그렇게 지나갈 듯 하다.

바쁘다고 내일을 오늘로 살 수 없고 어제를 오늘로 살 수는 없다. 오늘은 오늘이다.

기다리다 보면 겨울이니 눈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일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요즘은 너무 조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하루라는 시간을 너무 조각조각 내서 길게 쓰고 있다.

빈 겨울나무 가지에 하얀 눈이 살포시 다녀가듯 남은 시간들 그렇게 보내야할 듯...

 

20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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