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녁에 피자먹자

 

 

딸들과 모처럼 밖에서 만나 쇼핑도 하고 골목길 구경도 하고 옆지기가 퇴근길에 우리와 합세를

하여 저녁에 먹기로 한 울동네 피자집으로 갔다.오후에는 그렇게 춥진 않더니 저녁이 되면서

비가 살짝 뿌리더니 몹시 춥다. 바람도 많이 불고 쌀쌀하여 감기 기운이 있는 큰놈도 걱정

막내도 감기 걸릴까봐 옷을 잘 여미라고 해도 녀석들 다 풀어 헤치고 다닌다.울동네 무척

복잡한 동네인데 마춤하게 주차를 할 공간이 나온다.누군가 피자를 먹고 바로 나가는 사람이

있어 마춤하게 주차를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은 우리의 단골 피자집 '남자 피자'이다. 바로 맞은 편에 '승기 피자' 집이 새로 들어왔고

이곳은 한 건물에서 자리를 옮겨 새단장을 마친 곳이다. 매장이 더 넓고 편안하게 바뀐 듯

하여 좋다. 밟고.. 딸들과 자리를 잡고 앉아 무얼 시킬까 하는데 녀석들 '오늘은 다른 것 시키자'

하고는 늘상 먹는 '포테이토 골드'를 시키고 있다. 거기에 김치와 해물이 들어간 스파게티에

음료수는 각각 다른 것을 시켜 놓았다. 우리 가족이 올해 모일 기회가 없어서였는지 피자를

정말 백만년만에 먹어 보는 것 같다며 모두 한마디씩 한다.모두가 바쁜 한 해를 보내느라

모일 수가 없었으니 이런 것도 간만에...그렇게 하여 올해 사용해야 할 '보너스'가 대부분

그냥 남아 있어 오늘 특별히 이곳에 온 것인데 중복할인이 되지 않으니...

 

 

 

 

이런 음식은 자주는 먹지 않아도 왜 가끔 찾게 되는지.보기만 해도 느끼한 것이 중독성이 있는

것인지 딸들은 가끔 이곳의 피자를 찾게 된다. 피자와 함께 스파게티를 꼭 하나쯤 먹어줘야

하는 녀석들,오늘은 늘 먹던 오븐스파게티가 아니라 김치와 해물이 섞인 스파게티인데 매콤하다.

큰놈은 매운것을 잘 먹지 않는데도 맛있다며 잘 먹는다. 두녀석 바쁘게 포크질을 하다가 해물

이라고 생긴 것들을 '엄마 해물 드세요..' 정말 고마운 소리다. 싹싹 비우고 나서 하는 소리니...

기름 잘잘 그리고 매콤..요런것을 돌돌 말아서 한 입에 쏙 넣고 그 풍부한 느끼함을 먹어야

위장이 한 번 먹었다고 생각을 해주는 것인지...나한테는 느끼한 것들이 잘 받지 않는데

그래도 일년에 한두번이니 맛을 본다. 요거 괜찮다.스파게티와 김치의 만남이라...

 

 

 

오늘 모처럼 가족이 모여 외식다운 외식을 하는 것 같아 맘껏 녀석들을 사진에 담았다.

-엄마,사진만 찍지 말고 얼른 드세요.. 스파게티도 못 먹고 피자 얼른 드셔요.

녀석들 엄마를 무척 생각해 주는 것처럼 말한다. 자식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가.

두녀석 열심히 먹는다. 간만에 먹는 피자라 맛있다나.. 막내는 이 피자를 무척 좋아한다. 울식구

모두 '다이어트를 해야 해..나 이제부터 다이어트 할거야..' 물론 옆지기도 며칠 전에도 이렇게

선언했건만 열심히 드신다. 큰놈고 그렇고 막내도 그렇게 말했건만 누가 그런 말을 했던가

하고는 열심히 드시고 계셔서 '이보세요들,다이어트들 하신다면서요..' 했더니 '이거 먹고 그 다음부터

하면되지...' 아고 그럼 언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일까.먹을 땐 다이어트 할 생각이 나지 않나보다.

그리고 모두가 먹느라 말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먹는다. '이야기좀 하면서 드시죠..먹느라 조용하네.'

'그러네.우리 먹느라 정말 조용하네.' 우리에겐 너무도 큰 피자였던것 같은데 어느새 정말 단숨에

내 앞에서 피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연신 피클을 나르는 옆지기,'아빠 피클 많이 많이..'

막내는 피클을 무척 잘 먹는다.아니 오이킬러다. 피자보다 피클을 더 먹듯 하면서도 핫소스까지

뿌려가며 잘 먹는 녀석들,간만에 위가 놀랬을 것 같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배부르게 먹고 큰놈은 먹리도 아프도 눈도 아프다고 하여 아빠와 차에 있고

막내는 오늘 기필코 귀를 뚫어야 한다고,어릴 때 뚫어 주었는데 오래도록 안해서 한쪽이 막혔다며

귀걸이를 해야 한다고 하여 귀금속집에 가기로 하여 막내와 난 바람이 거센 길을 걸어 단골집으로

향했다. 큰놈도 이곳에서 새로 귀를 뚫었고 몇 번 왔더니 기억해 주어 이곳으로 오는데 아저씨 왈,

요즘 날마다 고3들 귀 뚫러 온다면서 '고생했다'고 한마디 하신다. 그 말씀이 참 좋다. 막내가 귀걸이

를 고르고 아플까봐 걱정하는 것도 잠시 한쪽은 뚫여 있어서 그런지 금방 양쪽에 반짝반짝 귀걸이

두개가 빛나고 있다. 오늘은 막내를 위한 날처럼 녀석이 맘에 들어하는 캔0화도 사주었지 먹고 싶은

피자도 먹었지 귀걸이도 했지. 오늘 녀석 계탔다.염색약을 사서 머리도 염색해 주겠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무척 엄하게 하고 있는지 안된다면서 아직 안하겠다고 한다. 범생이. 엄마 말을 잘 듣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은 잘 듣는다. 다른 학교로 간 친구들은 대부분 일정이 정해져서인지 외모도 많이

바뀌고 대부분 알바를 하고 있어 녀석에게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연락이 왔는지 주말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녀석이다. 그래도 모두가 모여서 그동안 못해 보았던 것들 하나 하나 하게되니

비로소 '가족' 이 느껴진다. 지난해에도 그리고 올해도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자 떨어져

생활을 하였는데 올해 잠시 하나로 뭉친듯 가족이 느껴진다. 모두 올한해 고생했고 고생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12월은 그렇게 빛나는 달이기를.

 

20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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