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회 한 접시에 백세주 한 병

 

 

 

 

 

 

 

 

요즘 옆지기가 변하고 있다.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도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영화 예매나 그외 다른 것들... 그런데 전날 내가 예매하려다 못한(카드가 옆지기 것) 영화를

어떻게 예매를 했는지 의기양양,그러더니 '오늘 회 먹으러 갈까?' 한다. '갑자기 웬 회?'

했더니만 큰녀석이 회를 좋아하고 먹어본지도 오래 되었지만 0팡으로 하면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울동네에 있다며 한번 해보겠단다.그러다 안됐는지 결제가 안되다고..

큰딸과 난 '그러면 그렇지... 무슨 회야..ㅜ' 하고 있는데 잠시후에 '오늘 저녁에 모듬회야.저녁하지마'

나야 밥 안하면 감사하지..'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주부들은 밥을 안한다고 하면 괜히 한가하다. 그것도 나 혼자 먹기 위한 것이라면 대충 해결하는데

딸린 식구가 있다면 밥만 하는 것도 괜히 부담스럽고 반찬 한가지라도 더 챙겨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그것을 밖에서 해결한다니,계를 탄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아 밀린 일들을 한꺼번에 했다.

그리곤 더 배고프고 약속 시간이 기다려지고..큰딸도 배고프다며 빨리 먹고 싶다고 하고...

오늘따라 옆지기는 퇴근길이 막힌다고 하니 더 기다려진다.

그러다 그가 집근처니까 걸어가자고 하여 그러마하고 미리 나갔는데 그가 차 문을 열어 우린

차를 타고 가자는 줄 알고 타고 갔다. 울동네에는 먹자골목이 있어 무척 붐비는 곳인데

그곳으로 가야만 했던 것,차를 주차할 곳이 없다.저녁시간이라 더 그런가 여기저기 복작복작..

 

큰놈과 먼저 내려 가게로 들어가 '예약인데요~~' 하고는 자리를 정해 앉고 옆지기는 겨우 주차를

하고는 늦게 들어왔다. 제 값 주고 먹으면 비싼데 반값에 먹는다고 하니 괜히 공짜로 먹는다는 기분.

모듬회에 그 외 반찬들이 나오는데 큰딸 입이 벌어진다.그리곤 '우리 술 한 잔씩 할까?'

그랬다. 난 몸이 아프고나서 술구경도 못하고 사는데 더군다나 옆지기와 가끔 한 잔씩 하던

백세주도 한 잔 먹지 못한 것이 백만년은 된 것 같은데 메뉴판을 보니 그것밖에 시킬것이 없다.

큰놈한테 물어보니 마셔보고 싶단다.이녀석 술 한 잔만 들어가도 난리가 나는 녀석인데

이제 저도 성인이라고 맛보고 싶다니 시켰다. 셋이서 한 잔씩 '당나발'을 외치며 녀석을 위하여

'위하여'도 외치고는 한모금 넘기는데 백만년만에 마시는 술은 목넘이가 '으.....' 쓰다.

옆지기와 큰놈은 주거니 받거니 잘 마시고 난 한 잔으로도 몇 번을 마시고..

그렇게 간만에 회와 함께 달달한 주님이 들어가 주시니 기분이 좋다. 이제 다 컸다고 녀석들이

부모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는 평등의 기회가 오고....

 

술 한 병에 모듬회 그리고 매운탕까지 배부르게 먹고는 먹자 골목으로 향했다.

큰놈이 먹자 골목 입구에 있는 '계란빵'을 사달라고,지난번에 둘이서 함께 나갔다가 사먹으려고

했는데 늦게 나오셨는지 준비하고 있어 그냥 구경만 하고 들어왔더니 이번에는 꼭 먹어야 한단다.

녀석.. 그런데 쥔장 아저씨가 또 자리를 비웠다. 구워 놓은 계란빵은 있는데..

골목구경을 하고 와서 가는 길에 사먹기로 하고 골목 구경을 하는데 젊은이들이 무척 많다.

번쩍번쩍 여기저기 광란의 밤을 보여주듯 번쩍임과 시끄러움... 나도 젊을 때는 이런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젠 싫다. 춥고 시끄럽고 지저분하고..그래도 요즘 몇 번 외식을 하고

산책겸 걷다보니 많이 적응이 되었다.먹자 골목에 오면 울막내는 늘 인형뽑기에 목숨을 건다.

지난주 집에 왔을 때 저녁을 먹고 비가 오는 날 골목에 와서 많은 돈을 잃었다. 지난 달에 와서

운 좋게 제가 좋아하는 인형을 뽑았고 다른 곳에서 잘 뽑아 친구들이 저보고 뽑아 달라고 한다는데

그날은 비가 내려서인지 돈만 먹는 인형뽑기기계... 그에 질세라 옆지기가 '나도나도..' 해서리

더 잃었건만 오늘은 그가 하고 싶단다. 정말 피는 못속인다. 잔돈이 '500원'이 있어 주었더니

냉큼 날려 먹는다. '내 그럴줄 알았지..내 돈 돌려줘요~~' 골목을 한바퀴 돌고 소화도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다시 원점을 오고 큰놈은 '계란빵' 하여 한개에 천원하는 것을

옆지기가 사 주었는데 여기에 계피가루를 넣었는지 더 맛있다. 큰놈 혼자서 맛있다고 냠냠..

요즘 시험 끝나고 '구리구리청개구리 백수~~' 살고 있는 녀석 아무것도 안하고 오늘 회만 먹었네.

가족과 이렇게 가끔 기분전화겸 먹가골목을 걷다보면 웬지 모르게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

나이가 들어가니 골목구경이 재밌어진다.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 가끔씩 가보는 것도...

오늘은 옆지기 덕분에 이런저런 에너지를 많이 충전...고마워유~~~~~~~~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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