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무는 소리

 

엄마가 보내주신 대봉

 

 

가을이 가고 있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어 가슴을 후벼파는 듯 하여

어제 저녁엔 집 앞으로 큰오빠네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들어 오는 길,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을 발로 툭툭 걷어차며 들어 왔더니 괜히 가을져가 된 기분.

그랬다.어제는 갑자기 큰오빠에게서 전화, '엄마가 지금 너 주려고 김치담고 있다.

오빠가 개울밭에 가서 배추랑 무랑 뽑아왔더니 엄마가 겉절이에 깍두기 담고 계시는데 다 담으면

오빠가 가져다 줄께 집에 있어.' 울엄니 내가 괜찮다고,먹을 김치도 있고 내가도 해먹는다고 해도

막내딸이 걱정되서 김치를 기어이 담으신 것이다. 참 바지런도 하시다. 올해는 고추농사도 짓지 

않아 고추가루가 김장할 것만 남았는데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지.

 

새벽에 일어나 피곤하여 자려고 하면 전화 누우면 또 전화,어젠 하루종일 그랬다. 몸도 피곤하고

눈도 너무 피곤하여 잠깐 누웠는데 오빠가 아파트 현관 밑에 있다며 전화가 와서 아픈 내색도 못하고

일어나 웃는 얼굴로 오빠를 맞았다.올케와 함께 온 오빠,딸이 울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사를 해서

겸사겸사 엄마가 오빠네 담아준 김치를 딸네집에 다 주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에효 부모가 뭔지.

아버지 가시고 홀로 계신 엄마 자주 찾아뵈며 농사까지 맡아서 짓고 있는 오빠도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하랴 농사지으랴... 옆에서 도와주지도 못하는데 힘들게 농사 지은것

나누어주니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운 일.거기에 울엄니는 가만히 계시지를 못한다. 딸보다 더 건강이

안좋으시면서도 늘 바쁘게 움직이셔서 울엄니 별명은 '연애인'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시다.

 

김치를 우리 먹을것만 보내으려니 했는데 커다란 김치통으로 정말 많이도 담아서 보내셨다.

오빠가 딸네집에 김치를 모두 주었다고 해서 반반씩 나누어 주었는데도 무척 많다. 겉절이도 맛있고

엄마의 김치는 금방 담아도 정말 맛있다. 오빠가 하나 먹어보더니 배추가 맛있어서 김치가 맛있다고...

오빠한테도 엄마한테도 미안하여 집안 근처에 있는 오리집에서 '오리누룽지백숙'을 먹자고 하고는

대접했다.오빠가 계산한다고 하는 것을 얼른 내가 먼저 계산해 버렸더니 오빠가 미안해 한다.

하지만 오리누룽지백숙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은 시간.이젠 큰오빠가 아버지와

같으니 오빠 건강 또한 중요해졌는데 자식들 커가니 잘 돌보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길텐데 왜 그렇게 그자리만 뱅뱅 맴을 도는지.

 

논술을 보고 온 두녀석이 모두 집에 들어오지 않아 잠이 오지 않아 옆지기와 피곤한데 늦게 누웠다.

큰녀석은 서울로 올라가서 수업에 오늘 또 논술이 있어 피곤할텐데 친구를 만났는지 늦는것 같아 걱정,

막내는 모처럼 중딩 때 담임선생님과 반친구들을 만나 저녁도 먹고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다

내가 잘 아는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니 그 또한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다가 새벽에도

그냥 일어나고 말았다.거친 바람소리 문틈으로 들어와 적막한 집안을 휘휘 젓고 다니며

내 가슴을 할퀴고 가는 듯 하여 으슬으슬 오한이 나기도 하고 피곤함이 풀어지지 않아 머리가 멍하기도.

가을바람은 마지막 잎새를 떨구듯 그렇게 가을의 잔재를 휩쓸어 가버리는 스산한 바람으로

저멀리 달아나고 있다. 마음이 심란하니 가을바람 소리마져 훵훵...

 

20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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